▲선천적 색소 결핍증에 걸렸더라도 색을 제외한 다른 속성은 그대로 지니고 있다(출처=픽사베이) |
동물의 왕국에서 색은 중요한 요소다. 색은 동물의 성별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독성 동물의 경우 경고성 기능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동물의 왕국에는 무수한 색과 패턴이 있다. 대담하게 강렬한 색상부터 은은한 색까지, 그리고 줄무늬부터 점무늬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동물이 색이 없이 하얗게 태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줄무늬가 없는 얼룩말이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흰색 고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희귀한 신종 동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동물이 티로시나아제가 손상된 채 태어나면, 체내에 멜라닌 생성이 차단되고 백색증에 걸리게 된다. 부모 동물 중 하나가 백색증이라고 해서 새끼가 백색증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도 부모 동물 모두 정상인데 백색증에 걸린 새끼가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
야생 동물은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백색증에 걸릴 수 있다. 완전한 백색증 동물은 핑크색 눈과 발톱에 흰색 피부를 가진 반면, 부분적 백색증 동물은 피부색이 얼룩져 있거나 본래 색과 흰색이 섞여 있기도 하다.
선천적 색소 결핍증을 유발하는 유전자는 열성 유전자이기 때문에 이 질병은 매우 희귀하고 이례적인 경우다. 이 같은 질병에 걸린 동물은 색을 제외하고 자신이 속한 종의 모든 특성을 갖추고 있다.
백색증 동물은 아름답게 보일 수 있지만, 독특한 외모 때문에 거친 야생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포식자와 적들에게 쉽게 포착되기 때문이다. 색소 부족으로 인해 시력이 좋지 않아 사냥꾼의 표적이 되기 쉬운 점도 있다. 멜라닌이 부족하면 초점을 맞추기 어렵고 거리를 인지하고 추적하는 데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런 차이 때문에 같은 무리에서도 따돌림을 당한다. 따라서 자신이 속할 수 있는 그룹을 찾을 수 없고 짝짓기를 할 수도 없다. 그 결과, 백색증 동물은 굶어 죽는다.
북미에만 약 300여종의 백색증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리고 1만 마리의 포유류 당 한 마리 꼴로 백색증에 걸린 새끼가 태어나고 있다.
▲백색증에 걸린 동물은 포식자에게 쉽게 포착된다(출처=픽사베이) |
1. 얼룩말
얼룩말은 몸 전체에 흰색과 검정색 줄무늬가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매우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얼룩말은 루시즘(leucism)에 걸릴 수 있다. 온몸의 색이 옅어지는 증상으로 거의 완전히 금발로 보이기도 한다. 백색증처럼 루시즘도 색소가 부분적으로 결핍되는 질병이다. 따라서 황금색으로 보이는 얼룩말이 태어나는 것이다.
백색증에 걸린 얼룩말은 그 색상이 황갈색부터 완전한 흰색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대체로 흐릿한 줄무늬는 남아있다. 이런 색은 사실상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평야 지대에 몸을 숨기기에는 적당하다.
2. 앨리게이터
앨리게이터는 주로 미국의 남동쪽 습지나 호수에 서식하지만 이곳에는 백색증 앨리게이터는 없다. 세계적으로 백색증 및 루시즘에 걸린 앨리게이터는 스무 마리 정도에 불과하며 모두 포획 상태에 있다. 눈에 띄는 흰색 외모가 어두운 습지와 호수에서 확연히 눈에 보여 포식자들의 표적이 되기 쉽기 때문에 모두 포획해 사육하고 있는 상태다.
▲백색증에 걸린 앨리게이터의 개체수는 몇 안 된다(출처=플리커) |
3. 캥거루
호주에서는 인구수보다 캥거루가 많지만, 백색증에 걸린 캥거루는 극히 드물다. 그리고 백색증에 걸린 캥거루는 포획해 사육 중에 있다. 선천적 색소 결핍증에 걸린 캥거루는 유전학상 시력과 청각에 문제가 있어 포식자에게 취약한 상태다.
4. 개
청회색이나 얼룩무늬 개를 흔히 백색증에 걸린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털에 있는 흰색 점 때문이다. 하지만 선천적 색소 결핍증에 걸린 개는 완전한 흰색 털에 푸른 눈, 핑크색 코를 가졌다. 백색증에 걸린 개는 색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피부와 눈이 극도로 민감해 직사광선을 피해야 한다.
백색증에 걸린 동물은 밀렵꾼과 야생의 포식자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사육하는 것이 낫다. 백색증에 걸리지 않은 동물보다 여러 질병에 취약하고 수명도 짧아서 적절하게 보호할 수 있는 곳에서 관리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