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의 오·남용으로 인해 동물원 야생동물의 절반 이상이 약발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지난 5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강원대 수의대 김종택 교수팀이 2013년부터 2018년 7월까지 약 6년 7개월 동안 서울동물원에서 사는 야생동물 중 세균감염 증상을 보이는 검은 고니·구렁이·남생이 등 총 47종 174마리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클로스트리듐에 대한 항생제의 내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클로스트리듐은 항생제(젠타마이신)에 대해 87%의 내성률을 보이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아미카신에 대한 내성률도 80%에 달했다.
클로스트리듐은 사람과 동물에게 괴사성 장염ㆍ장독혈증ㆍ대장염ㆍ식중독 등을 일으키는 세균으로, 인수공통감염병 유발 병원체다.
클로스트디듐에 대한 높은 내성 반응 때문에 이에 감염된 검은 고니 등 야생동물에 항생제를 여럿 투여해도 절반 이상에선 약발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뿐만 아니라 클로스트리듐의 항생제 8종에 대한 평균 내성률은 46%로 절반에도 못미쳤으며, 4종 이상의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보이는 다제 내성균의 비율은 전체의 55.6%로 나타났다.
김 교수팀은 논문을 통해 "동물원을 포함해 국내 동물병원에서의 항생제 내성률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동물 진료에서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동물용 항생제의 오ㆍ남용으로 인해 생긴 클로스트리듐 내성균은 동물원의 야생동물로 전파되고 결국 사람으로도 옮겨질 수 있다.
김 교수팀은 논문에서 "클로스트리듐 감염을 예방하고 내성균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항생제 내성률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동물에서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과 확산을 막기 위해 면역자극제ㆍ보강제ㆍ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등으로 동물의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도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