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동물복지와 관련된 불편한 진실에 회피하는 경향을 띈다. 회피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것을 직면하기보다 피하고 외면하는 대응 방식이다.
"내 인생도 복잡하고 힘든데 동물권까지 신경써야 하나?"라는 회피적·외면적 태도는 당연하게도 그 문제가 해결되기 보다 악화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
최근 경찰청장이 개정의지를 밝힌 '동물학대범 수사매뉴얼'은 지난 2016년 경찰이 동물학대가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배포됐다. 하지만 그 매뉴얼은 실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 등이 담겨있지 않았다.
2017년 제주도에서 강아지를 오토바이에 매달아 다닌 사건이 발생할 당시, 신고받아 출동한 경찰은 "처벌 조항이 없다"면서 "동물보호법? 처음 들어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10월 PC방 업주가 자신의 반려묘를 때리는 사건에도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고양이가 폭행당한 흔적이 없고, 주인을 잘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두로만 경고한 채 경찰서로 복귀했다. 그러나 동물단체가 고양이를 구조해 검사를 진행한 결과 고양이의 갈비뼈는 부러져 있었고, 외상 후 스트레스가 심각했다고 한다.
해당 사건들의 공통점은 동물학대가 이뤄졌음에도 외면받았다는 것이다. 이 두 사건은 언론에서 보도된 이후 재수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은 해마다 높아지면서 동물보호법이 다섯 차례나 개정되었음에도 동물학대범 수사매뉴얼 개정은 발간 이 후 전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경찰청장이 그간 부실했던 동물학대범 수사 매뉴얼을 인정하며 이에 대한 개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매뉴얼이 개정된다 해도 국민들의 인식과 대처가 현명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동물권에 관한 사회적인 문제는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1,500만 반려동물 시대를 살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나날로 성장해가는 지금, 동물보호 및 복지와 관련된 가려진 실태와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소 불편할지라도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인식한 후 그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찰나의 불편함을 참고 내뱉은 우리들의 바른 목소리가 세상을 바꾸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대로 고통받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동물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