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브라두들은 사랑스러운 컬과 순진한 눈망울로 인기가 많은 믹스견으로, 미국에서는 2010년 두 번째로 인기 있는 견종에 들기도 했다(출처=셔터스톡) |
래브라두들은 사랑스러운 컬과 순진한 눈망울로 인기가 많은 믹스견이다. 미국에서는 2010년 두 번째로 인기 있는 견종에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래브라두들이라는 종을 탄생시킨 브리더는 이 사실을 후회한다고 한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미니어처 및 스탠다드 푸들의 교배로 태어난 래브라두들은 맹인안내견이 되기 위한 친근한 성격과, 저자극성 털을 가진 강아지를 탄생시키기 위한 교배의 결과물이었다.
모든 믹스견이 그렇듯, 래브라두들에 대해서도 신체적, 행동적 표준은 없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믹스견이 모견과 부견의 특성을 일정 부분 이어 받을 것이라고 기대되지만, 유전은 항상 원하는 결과물을 내놓지는 않는다. 반려동물 전문 매체 벳스트리트(Vetstreet)에 따르면, 유전자의 발현은 사실 브리더가 컨트롤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
래브라두들은 전혀 공격적이지 않으며 점차 많은 가정에서 반려견으로 래브라두들을 선호하고 있다. 래브라두들은 다재다능한 반려견이자 치료용 개(therapy dogs)로도 각광받고 있다. 래브라두들은 애정이 넘치고, 똑똑하며, 친근한 성격이기 때문이다.
래브라두들은 크게 세 가지 사이즈가 있다. 미니어처 래브라두들은 체중이 15~30파운드(6.8~13.6kg)가량이며, 미디엄은 30~45파운드(13.6~20.4kg), 스탠다드 사이즈는 45~100파운드(20.4~45.3kg) 정도 된다. 그렇지만 믹스견이기 때문에 어려서 분양 받을 경우 성견이 되었을 때 어느 정도까지 커질지는 미리 알 수 없다.
래브라두들은 털색도 무척 다양하다. 래브라두들의 털은 기본적으로 곱슬거리고 울 소재와 비슷한 촉감이며, 마치 펌을 한 것처럼 뽀송뽀송하니 귀여운 모습이다. 컬러는 크림, 골드, 레드, 블랙, 초콜릿, 얼룩무늬, 멀티 패턴 등 다양하다. 펫MD에 따르면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래브라두들도 털이 많이 빠진다고 한다. 물론 래브라도 리트리버에 비하면 훨씬 덜 빠지고, 털이 빠질 때 냄새도 덜한 편이지만 말이다. 래브라두들의 털은 완전히 저자극성은 아니지만, 알레르기 환자들이 못 키울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펫MD는 도한 래브라두들이 부견과 모견의 온화하고 친절한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았다고 말한다. 부모견처럼 래브라두들도 무척 똑똑하고, 훈련이 쉽다. 래브라두들은 가정에서 반려견으로 키우기 적합한 견종이며, 래브라도 리트리버처럼 아이들과 잘 지낸다. 반려 가족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하고 똑똑한 것은 푸들을 닮았다고 전해진다. 또 부모견을 닮아 수영을 아주 잘 하며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낯을 가리는 편이다. 하지만 너무 오래 혼자 둘 경우 외로움을 많이 타고 불안해 하기도 한다.
▲래브라두들은 친절하고 애정이 넘치는 성격 덕분에 치료용 개로도 각광 받는다(출처=픽사베이) |
"요즘은 돈 때문에 생명을 마구잡이로 번식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신체적인 문제가 있는 래브라두들이 많은 이유다"라고 전문 브리더 월리 콘론(Wally Conron)은 2014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월리 콘론은 80년대에 래브라두들 견종 번식에 처음으로 성공한 브리더다. 그는 래브라두들 견종을 만든 것을 후회한다고 말한다. 당시 콘론은 호주왕립맹인안내견협회의 브리딩 매니저였다.
처음 두 견종을 교배할 때 콘론의 의도는 전혀 이런 것이 아니었다. 하와이에 사는 한 부부가, 시각장애가 있는 아내의 안내견을 해줄 수 있으면서도 남편의 털 알레르기에도 안전한 믹스견을 원했기 때문에 두 종을 교배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푸들과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교배 성공 소식이 퍼지자 이 견종을 원하는 이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문제는 래브라두들은 매 번 털색이나 성격 등이 다르게 태어난다는 것이다. 교배할 때 태어날 새끼 강아지의 털색이나 행동, 심지어 털이 저자극성일지 아닐지조차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사이콜로지 투데이의 보고서에 따르면, 제대로 된 테스트도 거치지 않고 래브라두들을 '저자극성 털'이라고 홍보하는 브리더들이 너무 많다고 한다.
▲래브라두들의 시장성이 커지자 전 세계 브리더들 사이에 돈벌이 수단으로 개를 교배하는 관행이 자리 잡게 되면서, 행동이나 건강, 외모 상의 문제를 가지고 태어나는 개들이 늘고 있다(출처=플리커) |
콘론은 또한 어떤 견종이든 일단 푸들과 교배부터 시키고 보려는 요즘의 세태를 비판했다. 브리더들은 이런 하이브리드 견종을 순종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하지만, 정작 강아지의 부모견의 혈통이나 배경에 대해서는 그 어떤 조사도 하지 않는다. 이런 식의 브리딩 관행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푸들 믹스견 중에 건강상의 문제나 고관절, 어깨 통증, 간질 발작 등의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윤리적인 브리더들도 있지만, 그들은 매우 소수다"라고 콘론은 말했다.
동물 애호가들 역시 이런 행동을 잔혹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애견협회(Kennel Club)도 마찬가지다. 웹사이트 그런지(Grunge) 역시 래브라두들 견종 교배에 이용되는 모견과 부견 부터 유전적 문제나 건강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래브라두들 강아지들 중에도 태어날 때부터 건강이 안 좋은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안내견으로 적합하지 않다.
래브라두들의 인기 때문에 순종 개를 교배해 새로운 견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유행이 되어 버렸지만, 정작 이런 트렌드를 시작한 콘론은 후회와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20년 간 나만의 니즈를 위해 '디자인' 되고 브리딩된 믹스견을 원하는 사람들이 증가해 왔다. 하지만 이런 강아지들의 탄생으로 인해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은 단순히 가격표에 적힌 숫자를 넘어선다. 사랑스럽고 천사 같은 래브라두들의 눈망울 뒤에는 강아지의 건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돈을 위해 물건처럼 생명을 다루는 브리더들의 욕심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팸타임스=김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