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논란 가운데 하나가 반려동물 생식이다. 일부 수의사들은 반려동물에게 생식을 먹여도 괜찮다고 하지만, 반대하는 수의사도 많다.
생식을 먹이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야생동물이었으며, 야생에서 먹던 것과 가장 가까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가공된 사료가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한다. 생식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반려동물들이 사람과 살기 시작한 지 오래됐으므로 굳이 생식을 하지 않아도 되며, 생식이 오히려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반려인들은 개나 고양이에게 생식이 자연스러운 식단이며, 생고기를 기반으로 한 식단이 동물들의 신체나 건강에 더 적합하기 때문에 생식을 선호한다. 개나 고양이가 육식동물을 기반으로 진화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육식동물이 맞지만, 엄밀히 따지면 개는 잡식성이다.
일부 생식 옹호자들은 개가 늑대와 유전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늑대가 먹는 것과 똑같은 식단을 개에게도 먹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랑이에게 주는 것과 똑같은 식단을 양을 줄여서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에게 먹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반려동물들에게 생식을 먹이면 당뇨병, 알레르기, 암 및 기타 질병이 예방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자연주의의 오류
생고기를 기반으로 한 생식은 일견 건강하고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여기에는 자연주의 오류가 숨어있다. 자연의 오류란 바로 자연에서 발견되는 모든 것이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든 것보다 본질적으로 더 건강하다는 오해다.
문제는 자연에는 기생충, 영양실조, 전염병, 야생동물 매개 질병 등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집에서 사는 개나 고양이가 야생에서 사는 동물에 비해 더 건강하고 오래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야생 육식동물이 섭취하는 식단은 결국 이들이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식단이 아니다.
예를 들어 야생의 늑대는 날고기, 베리류 등의 과일, 기타 채소 등의 식물을 섭취한다. 야생 늑대의 수명은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즉 앞서 언급한 식단이 야생에서 살아가야
하는 늑대에게는 최적일 수 있지만, 집에서 생활하는 반려동물에게 가장 좋은 것은 아니다.
개가 늑대의 후손이라고 해서 반드시 늑대와 똑같은 식단을 먹고 생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인들이 과거 조상들과 똑같은 식단을 먹으며 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생고기에는 살모넬라, 클로스트리듐, 캄필로박터 등 여러 박테리아가 있다. 이런 균에 의해 생고기를 섭취했을 때 위장염과 같은 건강 위험이 초래된다. 칼슘 섭취를 위해 반려견에게 생뼈가 포함된 식단을 먹이면, 개가 뼈를 먹다가 치아 골절, 위장 손상 등의 문제를 겪기도 한다.
게다가 반려동물 전용으로 나온 시판 생식 식단에 사용되는 고기는 대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휴먼 그레이드'가 아니라 질이 떨어지는 고기다. 최고급 육류 상점에서 휴먼 그레이드 등급의 생고기를 구입했다고 하더라도 고기에 박테리아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생고기 섭취는 사람과 반려동물 모두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생식이 자연적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건강 유지에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반려동물에게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려면 우선 수의사와 상담하는 편이 좋다. 자연스러움이 무조건 건강한 것은 아니다.
한편, 2018년 스태티스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수의사 85% 이상이 생고기 식단이 일반 사료보다 더 건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