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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팸타임스 조윤하 기자] 오늘날 가족의 일부분이나 마찬가지인 반려견들. 보호자와 산책을 나가고 같이 한 침대에서 자기도 하지만, 과거의 반려견들은 좀 더 고달픈 삶을 살았다. 특정 목적에 의해 사육된 과거의 강아지들. 그중에서도 현재는 멸종된, 과거 주방에서 열심히 바퀴를 돌리던 역사 속의 반려견을 만나보자.
턴스피트(Turnspit) 'Dizzy dog'이라는 별칭을 비롯해 'Kitchen dog', 'Turn-tykes' 등 매우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대체적으로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주방에서 뭔가를 돌려 어지러운 개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다.
에드워드 제시(Edward Jessy)의 19세기 저서에 따르면 이 개들은 긴 몸에, 비뚤어진 다리, 못생 개로 묘사되있다. 당시에는 터니스페트(Turnespete)로 불렸다. 게다가 기원도 확실하지 않아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다만 웰시코기와 매우 비슷한 생김새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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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 필수품
약 16~17세기 유럽 주방에서 인기가 높았다. 바로 요리에 쓰일 목적으로 사육됐기 때문인데, 한마디로 불에 고기를 잘 구울 수 있도록 고기 덩어리와 연결된 쳇바퀴를 열심히 굴리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다. 당시에는 고기를 굽는 것이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스탠리 코렌(Stanley Coren)은 자신의 저서에서 이 턴스피트 종이 버터를 섞거나, 물을 펌핑할 때 그리고 곡물 밀스와 과일 프레스를 조작하는데도 이용됬다고 밝혔다. 이렇듯 당시 대중적으로 이용되기 전에는 인간은 요리를 하기 위해 연기 나고 습하고 피곤한 일을 부엌에서 해내야 했다.
귀족이나 왕실에서는 성대한 잔치를 열고 손님들을 초대해야 했기 때문에 저녁 만찬에는 항상 커다란 고기가 메인 메뉴였다. 그러나 고기를 고르게 굽기 위해 불꼬챙이를 돌리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고 지루한 일이었던 것. 이 일을 담당하는 '스피트잭(Spitjacks)'이라고 불리는 직원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이후 작은 개를 이용해 기계의 동력을 얻는 새 조리 기기가 발명되면서 턴스피트의 수요도 늘어났다. 중요한 것은 그러나 턴스피트는 지금처럼 보호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비천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종종 한 쌍을 이뤄 일을 했는데, 스피트잭처럼 인간이 하는 동일한 업무량과 노동시간을 견뎌야 했다. 게다가 바퀴를 천천히 돌리기라도 하면 주인들은 바퀴에 뜨거운 석탄을 던져 개들을 학대했다.
멸종
산업화 발전으로 증기로 작동되는 기계들이 등장하면서 이 턴스피트들도 점차 인기를 잃어갔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19세기 말 이 품종은 공식적으로 멸종됐다. 고기를 자동으로 구울 수 있는 새로운 하이테크 기술의 주방 기기들이 턴스피트들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지만 이는 동시에 품종의 멸종을 초래한 것. 가장 마지막의 순종 턴스피트 개는 현재 영국 웨일즈의 에버게이브니 박물관(Abergavenny Museum)에 박제로 전시돼있다.
조윤하 기자 fam9@pc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