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팸타임스 강규정 기자] 고양이는 잠에서 깬 후나 심기가 불편할 때 혀로 자신의 털을 핥는다.
사실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혀로 털을 핥는 몸단장, 즉 그루밍을 하면서 보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양이들이 그저 몸단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털에 벼룩이 옮아 알을 깔 수도 있기 때문에 고양이들은 해충을 제거하기 위해 열심히 털을 핥는다.
또한 그루밍을 통해 방수 효과를 주는 피부 유분을 털에 골고루 분포하기도 한다.
그래서 고양이들은 자주 목욕시키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다.
하지만 고양이가 그루밍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먹잇감에게 냄새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고양이는 매복 사냥꾼이기 때문에 냄새가 노출되면 먹잇감이 달아나 버린다. 그러면 고양이 혀의 구조를 살펴보자.
고양이 혀에는 사포 같은 질감에 갈고리처럼 생긴 작은 가시들이 있는데 이를 돌기라 부른다.
이 돌기들은 사람 손톱을 구성하는 성분인 케라틴으로 구성돼 있다.
고양이 발톱을 축소해 놓은 것처럼 생긴 이 돌기들은 끝이 매우 날카로워 뭉친 털이나 꼬인 매듭 같은 것들을 쉽게 풀어 헤칠 수 있다.
그래서 고양이들이 그루밍을 열심히 하면 털이 잘 뭉치지 않고 반들반들하게 유지된다.
알렉시스 노엘 미 조지아공과대학교 생체모방연구실 연구원은 기르던 고양이 머피가 그루밍하는 것으로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고양이 혀를 400배 확대해 3D 프린터로 인쇄해 인공 털이 얼마나 잘 정리되는지 실험했다.
헤어브러시 사이사이에 끼인 머리카락 때문에 난감했던 적이 누구나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결국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떼어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노엘 연구원이 개발한 갈고리 모양의 고양이 혀 모델을 활용하면 뭉치거나 엉킨 털을 단번에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다.
노엘 연구원은 이 기술을 청소나 몸단장뿐 아니라 탐색 구출 작전이나 수술에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로봇 기술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한편 고양이 혀의 구조뿐 아니라 고양이가 혀를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도 흥미롭다.
◇ 고양이만의 물 마시는 방법 앞서 말했듯이 고양이는 생태계에서 포식자이기 때문에 먹잇감을 물을 때 한 입에 크게 물 수 있도록 입이 넓게 벌린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물을 빨아들여 마실 수가 없다.
대신 할짝할짝 핥아 마신다.
고양이가 혀를 작은 컵처럼 활용해 물을 담아 올려 마신다는 것을 공과대 학생들이 발견한 바 있다.
이들은 고양이가 혀를 물 표면에 댔다가 매우 빠르게 끌어올려 중력을 거스르는 물기둥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물기둥이 떨어지기 전에 입을 앙 다물어 물을 흡입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고양이과 동물과는 달리 집고양이는 1초에 네 차례 이런 방식으로 물을 흡입하고, 사자나 호랑이처럼 몸집이 큰 동물일수록 더욱 느린 속도로 흡입한다고 설명했다.
◇ 고양이가 사람에게 신뢰를 표시하는 방법 고양이는 친밀함의 표시로 다른 고양이나 사람을 핥아주기도 한다. 고양이가 핥아준 적이 있다면 그 사람을 자신의 가족이나 소유물로 여긴다는 의미다.
영역에 자기 냄새를 남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양이들은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서로 핥아주기도 한다.
엄마 고양이는 아기 고양이를 청결하게 유지하고 자기 가까이에 두기 위해 그루밍을 해준다.
고양이는 혀를 통해 영역을 탐색하기도 한다.
고양이는 물건을 혀 안에 말아 넣기 때문에 고양이가 입에 넣을 만한 물건은 치워두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페놀이나 암모늄이 함유된 소독제나 방부제를 고양이가 먹으면 혀에 궤양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워둬야 한다.
고양이가 직접 먹지 않았더라도 털에 묻으면 그루밍 하면서 핥아먹기 때문에 몸에 닿지 않도록 유의한다.
강규정 기자 fam7@pc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