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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이 내가 한 일을 기억할 수 있을까?

김은비 2017-09-18 00:00:00

애완견이 내가 한 일을 기억할 수 있을까?
▲ 출처 = 픽사베이

A씨는 밥그릇에 사료를 부어주거나 간식 상자를 정리하다 보면 문득 이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애완견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B씨는 설거지를 끝내고 뒤를 돌다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강아지를 보곤 한다.

강아지가 주인이 하는 일을 관찰할 수 있을까? 그 행동을 기억할 수 있을까?

애완견이 내가 한 일을 기억할 수 있을까?
▲강아지는 주인의 행동을 모방할 수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MTA-ELTE비교동물행동학연구그룹에 의하면, 개는 사람의 복잡한 행동을 기억해 낼 수 있다.

기억력 테스트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도 행동을 회상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사건들에 관한 기억인 삽화적 기억력을 동물들도 갖고 있다.

하지만 삽화적 기억의 실체를 직접 조사할 수 없는 탓에 실제로 입증하기는 상당히 까다롭다. MTA-ELTE비교동물행동학연구그룹의 클라우디아 푸가자 연구원은 '주인 행동 따라 하기' 훈련법을 통해 증명하고자 했다.

'주인 행동 따라 하기' 훈련은 말 그대로 강아지로 하여금 주인의 행동을 관찰하게 한 후 모방하게 하는 훈련이다. 예컨대 주인이 점프를 한 후 '따라해'라고 명령해 강아지도 뛰게끔 유도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 훈련법만으로 삽화적 기억력을 온전하게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강아지가 훈련 받지 않을 때, 즉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때도 사람이 하는 행동을 관찰하고 기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애완견이 내가 한 일을 기억할 수 있을까?
▲3단계로 진행된 실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푸가자 연구진은 세심하게 실험을 설계했다. 우선 '주인 행동 따라 하기' 훈련법을 활용해 17마리의 강아지가 사람의 행동을 모방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이후에는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든 관계없이 관찰 후 즉시 바닥에 눕도록 훈련시켰다. 눕기 훈련을 마친 후 연구진은 강아지에게 '따라해'라고 명령했다. 놀랍게도 강아지는 첫 단계 훈련에서 익힌 대로 사람의 행동을 모방했다.

즉,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는 인간의 행동을 기억했다가, 명령어를 듣고 회상한 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연구진은 1분 후와 1시간 후에도 실험을 실시했는데, 이때도 개는 성공적으로 명령을 수행했다.

즉, 단기 및 장기 공백에도 인간의 행동을 회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억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흐려졌다.

연구진은 이 훈련법은 다른 동물들의 모방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이 훈련법을 고양이에게 적용할 수 있다면, 모방을 통해 배운다고 알려진 모래 파는 행동(배변 습관) 등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 연구는 우리 인간만이 특별한 기억 체계를 가진 존재라고 착각하고 있음을 꼬집는 연구 결과기도 하다. 푸가자 역시 "강아지는 인간이 똑똑하다고 평가하는 몇 안 되는 동물이다.

인간과 개의 진화상 격차가 상당하다고는 하나, 개와 주인이 정신적 능력을 일부라도 공유한다는 연구가 나올 때마다 우리는 놀라곤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연구 결과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동물을 구별 짓기 위해 세운 장벽을 조금 더 부수는 계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푸가자는 "진화적 관점에서 넓게 보자면, 이 연구 결과는 삽화적 기억력은 영장류에게만 있는 것도, 발전한 것도 아니며, 오히려 동물 왕국에 흔한 능력임을 암시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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