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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시코기 보미와 루이의 입양과 파양을 따라가다

조양제 2017-08-21 00:00:00

[팸타임스 조양제 기자] 강아지와 사람 사이의 관계, 그 만남과 헤어짐

#1

경상북도 청도에 있는 냠냠과수원, 웰시코기 3대가 마당에서 같이 뛰놀고 있다. 이 곳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낳은 지 두달된 새끼강아지를 입양하겠다고 멀리 평창에서 찾아온 분들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새끼를 분양한다고 올렸더니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분들이다. 할머니 엄마와 같이 지내던 2달된 보미는 이제 정도 붙이기 전에 가족들과 헤어져야 한다. 강아지 입장에서는 슬픈 현실이고, 분양받으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설레는 순간이다. 보미는 안타깝게도 형제들이 없다. 태어나면서 다 죽고 자기만 살아남았다. 그래서 더 외롭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강아지일 수 있었다. 분양을 하는 과수원 입장에서도 그게 조금 마음이 걸렸다. 사회성과 붙임성이 있는 강아지는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낼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는 파양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러나 먼 길을 찾아온 정성이 그 걱정을 씻어주었다. 그렇게 달려온 마음이면 보미를 잘 키울 것이라 생각했다.

#2

웰시코기 보미와 루이의 입양과 파양을 따라가다

평창의 전원주택. 보미가 정 붙이고 살아야 할 집이다. 일단 마당이 넓어서 좋다. 웰시코기 특성상 마음껏 뛰놀아야 하는데 마당이 있는 집이라면 스트레스는 받지 않을 것 같았다. 보미는 사실 정통 웰시코기는 아니다. 정통은 이마에 하얀 줄이 머리 뒤까지 이어진다. 웰시코기는 최근 <개밥주는남자>에서 주병진의 식구로 나와 스타가 된 강아지다. 본적은 영국이며 다리가 짧은 가축몰이 개로서 가축들의 다리 사이로 달릴 수 있게 개발되었고, 가축들의 뒷발에 차이는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낮게 위치하고 튼튼하고 단단하게 형성되어 아주 활동적인 견종이다. 사람을 참 좋아하는 강아지로 붙임성이 좋다. 그러나 보미는 혼자 큰 아이라서 그런지 붙임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보미를 입양한 평창의 이철환 씨는 애교 없는 강아지 때문에 늘 속상하다. 주인을 따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기 마음대로 천방지축이다. 특히 깨무는 버릇이 있어 식구들이 몇 번 손을 물리기도 했다. 너무 자주 물어서 분양을 해준 냠냠과수원에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주인을 잘 따르지 않는 강아지, 이철환씨 가족은 파양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3

웰시코기 보미와 루이의 입양과 파양을 따라가다

보미 혼자는 외로울 거 같았다. 그래서 이철환씨는 강아지 한 마리를 더 분양받기로 했다. 기왕이면 같은 견종의 강아지가 좋은 것 같았다. 이철환씨의 아내가 인터넷을 뒤져 파양을 하려는 강아지를 찾았다. 이번에는 평택이었다. 평창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평택까지 날아갔다. 신도시 빌라촌에 도착하니 젊은 새댁이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검은색 강아지를 넘겨준다. 처음 봤을 때는 웰시코기 같지 않았다. 다리 짧은 것만 같았다. 그러나 분명 웰시코기가 맞다고 했다. 웰시코기 중에 카디건 웰시코기라고 했다. 웰시코기의 종류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주병진이 키우는 팸부룩 웰시코기이고 또 하나는 카디건 웰시코기다. 이름은 좀 고급스럽게 루이라고 지었다고 했다. 이철환씨 가족은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평택에서 평창까지 그 아이를 안고 달려왔다. 파양을 당한 아이답게 눈치를 봤다. 겁도 많은 듯 했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고 했다. 과연 이 아이가 애교도 모르고 이기적인 보미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4

웰시코기 보미와 루이의 입양과 파양을 따라가다
웰시코기 보미와 루이의 입양과 파양을 따라가다
웰시코기 보미와 루이의 입양과 파양을 따라가다

보미는 여자 아이고, 루이는 남자 아이다. 보미는 암컷답게 여우같고 새침데기며 루이는 수컷답게 듬직하게 생겼고 잘 까분다. 이 둘이 서로의 성격을 유지하며 잘 어울리기를 바랐다. 그러나 인생 아니 견생도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인가 보다. 둘은 눈만 뜨면 으르렁 거리고 싸웠다. 이걸 서열싸움이겠지 하며 넘기려 하였다. 그러나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잘 지경이었다. 그런데 마당에 풀어놓고 뜀박질을 시키면 서로 좋다고 안기고 논다. 역시 강아지들은 사람의 예측을 항상 뒤집는다. 강아지를 사람의 상식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서 나온다. 풀어 놓으니 잘 놀았다. 보미의 셩격도 좀 바뀌는 듯 했다. 태어날 때부터 사회성이 부족한 보미였기에 루이를 만나 그 사회성을 키워보고자 하였다. 그게 어느 정도는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는가 보다. 보미는 다시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성격 속으로 돌아갔다. 루이의 까부는 성격 때문에 더 위축되었다. 전원주택답게 이 둘은 밖에서 키웠다. 물론 강아지가 맞아야할 예방접종은 빠짐없이 맞았다. 그러나 밖에서 키우는 강아지들에게 취약한 병이 찾아왔다. 보미가 피부병에 걸린 것이다. 이 피부병이 이철환씨 가족을 속상하게 했다. 의외로 많은 돈이 들었다. 그러나 피부병은 치유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은 이기적이지만 파양을 본격적으로 고민했다. 그리고 이웃주민들에게 보미를 데려가 키울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주유소 사장님이 할머니 한분이 작은 강아지를 찾는다고 했다. 이철환씨 가족은 조금 속상하지만 그분에게 보미를 보내기로 했다. 파양을 하기 전, 피부를 고치러 다니는 병원에서 털을 깨끗하게 다 밀었다. 워낙 털이 많은 강아지의 털을 다 벗기니 보미의 모습이 참 초라해 보였다. 그러나 어차피 헤어질 운명은 헤어져야 했다.

#5

이철환씨는 사실 보미가 첫 강아지가 아니었다. 원주에 사는 카페 사장님이 발바리 한 마리와 리트리버와 사모예드의 피가 섞인 강아지를 보내주었다. 강아지를 처음 키우다 보니 서툴고 부담스러웠다. 같이 지낸 일주일이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정 붙기 전에 이 강아지들을 다른 곳에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곳이 동네 주유소였다. 그래도 이름은 지어 보냈다. 발바리는 평화, 사모예드는 기쁨이었다. 주유소에는 기쁨이를 보냈다. 평화는 뒷집으로 보냈다. 주유소에는 마침 수컷 진돗개가 있었다. 기쁨이는 암컷인데 둘이 아주 잘 어울렸다. 주유소 사장님도 좋아해서 이철환씨는 마음을 놓았다고 한다. 주유소에 먼저 와 있던 진돗개는 이름이 팔복이었다. 시골 강아지다웠다. 팔복이와 기쁨이는 가끔 풀어 놓고 키우는데 온 산을 돌아다니며 고라니 사냥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이웃집 형님께서 팔복이를 데려다 키우고 싶다고 해서 보냈다고 한다. 강아지와 사람 사이의 이별은 이처럼 아주 쉽게 이루어진다. 팔복이의 행복은 거기까지 였나보다. 동네 아저씨들이 복날 즈음에 팔복이를 잡아 드셨다는 아주 몹쓸 그리고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기쁨이는 친구의 슬픔을 전해 들을 수 없다. 이미 헤어진 사이니 쿨하게(?)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 사람도 그래야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개가 더 심플한 삶인 듯 싶다.

#6

보미는 어디로 갔을까. 평창하고 가까운 안흥의 어느 할머니댁으로 갔다. 그 할머니도 강아지와 얽힌 사연이 있었다. 사람과 강아지는 이렇게 사연과 사연을 만들어 간다. 할머니는 진돗개를 키우고 있었단다. 그런데 이 녀석이 목소리가 꽤 크고 위협적이었나 보다. 동네 사람들이 한마디씩 불평을 털어놓는다. 할머니는 그걸 견뎌내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 진돗개를 다른 곳에 보냈다. 이곳에서도 강아지와의 헤어짐은 일상이다. 할머니는 조금 작고 조용한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다. 그래서 자주 기름을 시키는 주유소 사장님께 넌지시 부탁을 했다. 그런데 의외로 고급(?) 스러운 강아지인 보미를 소개받게 된 것이다. 보미가 피부병에 걸렸다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식초물로 씻기고 다양한 전통방법으로 치료를 했다. 집밖에서 키우던 보미를 집안으로 들여 정성을 다해 키웠다. 그랬더니 보미가 마음을 열더라는 것이다. 보통 파양당한 강아지들은 다른 곳으로 입양되는 순간 더 눈치를 보거나 더 애교를 부리게 된다. 아마도 두 번 다시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일 것이다. 보미도 그랬다. 더 버림받고 싶지 않아서.

우리 주변에는 참 많은 강아지들이 사람과 만나고 헤어진다. 어떤 강아지는 버림을 당해 유기견이 되고 어떤 강아지는 끔찍하게 개장수에게 팔려가 고깃감이 된다. 팔자가 좋은 강아지 중에는 좋은 주인을 만나 팔자를 피기도 한다. 그러나 자기 운명을 자기가 결정 못하고 인간의 선택에 좌우되는 슬픈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강아지들의 그 수동적인 팔자를 사람들은 이해하고 있을까. 오늘도 많은 강아지들이 사람의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버림을 받거나 선택을 받을 것이다. 사람 팔자라면 어떨까. 사람 사이에도 입장을 바꿔 생각하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곁에 늘 우리만 바라보며 사는 강아지들의 입장도 바꿔서 생각해 보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평창 이철환씨의 삶 속으로 들어오고 나간 강아지들을 보면서 사람과 강아지 사이의 관계, 만남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조양제 fam11@pc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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