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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뼈를 관찰하는 수의학 학생(출처=123RF) |
동물을 치료하고 간호하는 수의사들. 수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수의학 전공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물론 학생들이 수의사가 되고 싶은 이유 가운데 일부는 동물을 돌보고 사랑하는 마음과 더불어 동물 연구에 대한 흥미에서 비롯될 수 있다. 그러나 수의사가 되는 것이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현장에서 새롭게 직면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각종 의료기기와 도구를 다뤄봐야 하며, 이론적으로 암기해야 할 용어나 전문 지식도 많다.
이런 가운데 UC데이비스의 수의학과는 학생들에게 좀 더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시선을 끈다. 바로 학생들에게 반려견을 돌보도록 하고 이에 대한 급여를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는 먹이를 주고 산책시키기, 그리고 아플 때 돌보는 등의 다양한 활동이 포함돼있다. 더 자세히 살펴보자.
UC데이비스가 제공하는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일명 '반려견 향상 프로그램(Canine Enhancement Program)'으로, 수의학과 학생들에게 개를 돌볼 수 있는 유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제도로 학생들은 개과 동물의 품종에 대해 더 많이 배우면서, 길거리에 버려진 개들에게는 새로운 가정을 만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또한, 실험 수업에 참석해 초음파나 엑스레이를 찍는 방법, 그리고 행동 검사나 신체 검사 등을 진행한다. 여기에 참여하는 15마리의 개들도 착취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한다.
이곳의 개들은 캠퍼스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데, 수의학 교수들과 학생들은 최우선 순위가 개들이 행복하게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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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 견과 조깅을 하는 여성(출처=123RF) |
매년 15마리의 개들이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환경과 유형에 맞는지 기질이나 습성에 의해 선택된다. 이는 개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사랑받으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학생들의 수업에 참여하는 것을 즐겁게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 마찬가지로 참여 학생들 역시 신중한 방식으로 선정되는데, 개를 잘 훈련해 사회화시키는 임무뿐 아니라 동반자로서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먼저 6주간의 시범 기간을 통해 학생들이 교대로 개와 산책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기간에 개와 학생은 유대감을 강화하면서 서로를 잘 알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끝나면 학생은 자신과 잘 맞는 개를 선정, 본격적으로 짝을 지어 다니면서 프로그램에 임하게 된다. 자신과 어울리는 개를 만난 학생은 이제부터 개와 특별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 것. 학생들은 개와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화장실 훈련 같은 기본적인 훈련으로 사회화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프로그램의 궁극적 목적이 개들이 영원히 살 수 있는 가정을 이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들 역시 자신의 성향과 맞는 학생들을 만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가령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면서 에너지를 분출하는 것을 좋아하는 개들은 야외 활동이나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을 즐기는 학생들과 어울려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반면 조용히 쇼파에 앉아 스낵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개들은 자신과 비슷한 취미를 가진 학생들과 만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들이 안락하고 행복하며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3마리의 강아지를 위탁해 키웠던 3학년 나오미 바니는 이 개들을 마치 자신의 진짜 반려견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바니는 개들을 하이킹에 데리고 가거나 다른 재밌는 활동에 참여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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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 견과 함께 놀이 시간을 갖는 보호자(출처=123RF) |
1년간의 프로그램 기간이 끝나면, 이젠 학생들은 개의 입양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때는 개들은 사회화나 수의 치료 및 프로그램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을 통해 일생 같이 살 가족을 찾는데 이전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갖게 된다. 그러나 그동안 개를 돌봤던 학생들이 종종 입양하는 경우도 있어, 가장 우선순위는 학생들에게 주어진다.
만일 학생들이 키우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다른 학생이나 교수진의 입양 신청을 받는다. 그리고 그 이후 단계는 본격적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입양 신청서를 공개하는 것이다. 3학년인 켈리 모렐로는 입양 과정이 마치 신랑이나 신부를 찾는 짝짓기 프로그램과 같다며, 개에게 가장 최선이면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많은 동물이 오랫동안 함께 살 가정에 입양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부분은 동물 보호소로 오는 것이 이들의 마지막 행로가 된다. 그러나 동물 보호소 역시 넘쳐나는 동물들로 인해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입양이 아닌 잠시 보호할 수 있는 위탁 가정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위탁 가정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유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대피, 임신 혹은 특수한 도움이 필요할 경우 등의 비상 상황에 대비하려는 이유가 가장 크다. 길거리 강아지들이 위탁을 통해 일상적인 보살핌을 제공받으면서 다른 입양자가 나타날 때까지 사회화 과정을 밟을 수 있는 것도 혜택이 된다. 물론 이 기간에 검진이나 치료, 백신 접종 등의 업무도 위탁 가정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사실상 입양 준비를 위한 과정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위탁 가정이 위탁 기간이 끝난 후 영원히 돌봐줄 수 있도록 입양하는 경우로도 발전할 수 있어, 위탁 돌봄은 여러모로 개와 보호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미래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팸타임스=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