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전역에서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불만이 지속되자, 현지 경쟁 당국이 수의사 시장 전반에 대한 조사 결과를 내놨다. 영국 경쟁시장청(CMA·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은 24일 수의 진료 서비스 시장에 대한 심층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시장 구조가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며 임시 결론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2023년 9월부터 CMA가 본격 착수한 시장조사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수의 서비스의 가격 투명성, 정보 접근성, 병원 소유 구조의 불균형 문제 등이 중심적으로 다뤄졌다. 특히 대형 수의 그룹들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나타난 가격 경쟁력 저하와 소비자의 선택권 약화 문제가 핵심적으로 지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CMA는 영국 내 6개 대형 기업이 전체 수의 병원의 약 60%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IVC 에비덴시아(IVC Evidensia), CVS 그룹(CVS Group), 페츠앳홈(Pets at Home, Vets4Pets 포함), 메디벳(Medivet) 등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다수의 병원을 운영하면서도 개별 병원들이 마치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브랜드를 분산해 소비자들이 실제 소유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도록 하고 있었다.
이러한 구조는 소비자들이 병원을 선택할 때 진료비와 서비스 품질을 비교하기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CMA는 “수많은 보호자들이 자신이 방문한 병원이 특정 그룹에 소속돼 있는지도 모르고 진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의료 서비스의 경쟁을 왜곡시키고,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분석했다.
수의 진료비 문제는 이번 조사에서 가장 민감하게 다뤄진 부분 중 하나다. CMA는 일부 동물병원의 진료비가 불합리하게 높게 책정돼 있으며,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 없이 진료가 진행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병원 간 진료비 편차가 크고, 보호자들이 다른 병원과의 비용 비교나 세부 진료 항목에 대한 검토를 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보고서에는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경험도 다수 반영됐다. 진료를 받은 보호자들 중 상당수는 “수의사가 제시한 진료 항목에 대해 의문을 갖거나 설명을 요구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답했으며, “시간적 여유도 없고, 반려동물이 아픈 상황에서 대안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MA는 “반려동물 진료는 일반적인 소비재 구매와 달리 긴박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들이 충분한 사전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환경이 구조적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CMA는 병원 내에서 보호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설명이 불충분하고, 진료 결정에 대한 선택권이 사실상 주어지지 않는 점도 심각하게 바라봤다.
보고서에는 “진료 시작 전 견적 제시가 이뤄지지 않거나, 시술 이후에야 비용을 통보받는 사례가 확인됐다”며 “이 같은 구조는 보호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기술됐다.
시장 구조의 재편 역시 문제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최근 수년간 영국 내 수의병원 인수합병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기존의 지역 기반 독립병원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 자리를 대형 수의 그룹과 사모펀드 소유 병원들이 대체하면서,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보고서에서 경고 신호로 제시됐다. 특히, 대형 그룹 병원에서 일하는 수의사들이 진료 항목에 대해 회사의 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한다는 점은, 보호자의 신뢰도를 흔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CMA는 구체적인 시정 방안을 함께 제안했다. 우선, 병원 소유 구조와 브랜드 소속 정보를 소비자가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권고했으며, 진료비와 주요 항목에 대한 비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온라인 가격 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 도입을 위한 사전 논의도 진행 중이다.
공식 발표 이후, 동물복지 단체들과 소비자 단체들은 CMA의 보고서에 대해 대체로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일부 단체는 “수의 진료 서비스가 점점 기업화되면서 본래의 목적이 흐려지고 있다”며 “보호자의 부담을 줄이고, 동물의 복지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의사 단체 내 일부는 보고서 내용에 동의하면서도, 일선 수의사들이 기업의 경영 방침에 압박을 받는 현실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CMA는 이번 임시 결정 발표를 기점으로, 앞으로 수개월 동안 수의업계, 소비자 단체, 정부기관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 과정을 거쳐 최종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수렴된 의견들은 향후 정책 방향 및 법제도 개선의 기반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편, 반려동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영국에서는 가구당 반려동물을 키우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의 진료 수요 또한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수의사 수급 불균형과 진료비 상승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고, 이번 CMA 조사는 이러한 배경 아래에서 단행된 것이다.
이번 임시 보고서는 CMA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면 공개됐으며, 기관은 오는 2025년 초까지 업계와 소비자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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