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의 한 대형 펫샵. 쇼윈도 안 작은 케이지마다 강아지들이 누워 있거나 몸을 부르르 떤다. “건강한 강아지예요, 예방접종 다 맞췄습니다”라는 안내판 아래, 생후 2개월도 안 된 말티즈가 천으로 된 방석 위에 앉아 있다.
가격은 38만 원. 같은 공간에 진열된 고양이는 45만 원. 판매사 측은 “이번 주 안에 입양이 안 되면 외부 위탁처로 보낸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을 '상품'으로 판매하는 현행 펫샵 운영 시스템이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뿐 아니라 수의사, 일부 지자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쇼윈도 판매 전면 금지'를 포함한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번식장에서 진열장까지… 유통구조는 여전히 불투명
현행 동물보호법상 펫샵 운영자(동물판매업)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만 하면 운영이 가능하다.
번식장에서 펫샵으로 이어지는 유통 경로에 대한 관리 감독은 ‘동물생산업’ 등록제와 이동기록 작성 의무로 보완되고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생후 2개월 이전에 모체에서 분리된 강아지가 무리한 이동과 판매 과정을 거치며 건강 이상을 보이거나, 입양 후 곧 폐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의 한 민간 보호소 관계자는 “대다수 펫샵에서 판매되는 개체가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대형 번식장'에서 공급되며,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 생후 30일도 안 돼 전국 매장으로 흩어진다”고 밝혔다.
판매 후 폐사… 책임은 소비자 몫?
펫샵에서 판매된 동물이 단기간 내 질병으로 폐사하는 사례가 계속되면서, 애완동물 거래 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분양 동물이 질병에 걸렸을 경우 '계약 해지' 등의 조항은 명시돼 있지만, 이를 입증하는 절차가 어렵고 실효성이 낮다.
관련 소비자 피해 구제는 대부분 민사소송이나 분쟁조정 위원회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지자체선 판매 방식 제한… 실효성은 '물음표'
서울시를 포함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2023년부터 펫샵 내 케이지 진열 판매 자제를 권고하고, 생명 윤리 기준에 따른 운영 가이드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 강제성이 없어 대부분의 펫샵은 여전히 케이지 진열, 즉석 분양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처럼 쇼윈도 판매 금지해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일부 의원실에서는 2024년 말부터 펫샵 제도 전면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핵심은 '매장 진열 판매 금지' 조항 도입이다. 이는 독일·스웨덴 등 동물복지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 중인 방식으로, 판매자는 구매 희망자와 개별 상담 후 예약제 분양을 진행하고, 모든 동물은 보호소 또는 가정 내 임시 보호 형태로 관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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