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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 저하’ 디지털 기억상실 '뇌'에 괜찮을까?

고철환 2020-06-15 00:00:00

‘기억력 저하’ 디지털 기억상실 '뇌'에 괜찮을까?

대부분 정보를 스마트폰에 저장하기 시작하면서 전화번호나 생일, 기념일 같은 사소한 것들을 기억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기기를 지나치게 신뢰해 기억력이 눈에 띄게 저하되는 현상을 ‘디지털 기억상실(digital amnesia)’이라고 일컫는다.

2015년, 알링턴 연구소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에서 16~65세 연령대의 인구 1,000명씩 모집해 총 6,000명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53%가 스마트폰으로 기억해야 할 정보를 저장하고 있었으며 51%는 공책이나 종이에 기록했고 33%는 종이 캘린더/일기장에 적었으며 32%는 온라인 캘린더를 사용했다. 30%는 자기 자신에게 이메일/문자 메시지를 전달해 중요 사항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21%는 해당 내용이 필요할 때까지 기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12%는 스마트폰의 보이스 노트를 사용하고 있었다.

응답자 중 52%는 5년 전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커졌다고 답했다. 51%는 사진 촬영 및 저장 시 기기 의존도가 크다고 답했으며 49%는 길찾기/여행, 46%는 친구와의 통신/일정 조정, 35%는 정보 저장, 33%는 은행 거래 등에 기기 의존도가 높다고 밝혔다.

리서치 회사 오피니언 매터스(Opinion Matters)도 2018년 12월 미국과 캐나다 16~55세 연령대 인구 2,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에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어떤 정보를 기억하고 있는지 질문하자, 64%는 10년 넘게 살고 있는 집 주소를 기억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54%는 현재 은행 계좌에 들어있는 잔고, 51%는 현재 10년 동안 살고 있는 집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외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정보에는 신용카드 번호(24%), 10년 이상 알고 지낸 친한 친구 전화번호(19%) 등이 있었다. 대부분 응답자(76%)들이 개인 생활을 스마트 기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응답자 중 24%는 디지털 기기에 보안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52%는 PIN이나 패스워드로 모바일 기기를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22%는 사이버 보안과 온라인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터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련의 조사로 스마트 기기가 중요한 정보를 저장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지만, 디지털 기억상실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술에 의존하면 사고가 피상적이 될까? 

버밍엄대학의 마리아 윔버 박사는 “스스로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게 되면 사고가 피상적이 된다”고 주장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스마트 기기 중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 중에 있다. 특히 기술 발전이 청년층의 인지 능력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연구가 한창이다. 호주의 생존 전문가 밥 쿠퍼는 사람들이 위험할 정도로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30여 년 동안 야생 기술을 가르쳐온 쿠퍼는 기술 때문에 사람들이 채집 및 상식 기술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퍼는 여행자들은 고립 지역을 찾기 위해 GPS나 전자 지도를 사용할 수 있지만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부 기술 전문가들도 쿠퍼의 의견에 동의하며, 기술화와 AI 때문에 사람들이 지능을 사용하지 않고 우둔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기술에 의존하면 해로울까? 

펜주립대학 낸시 데니스 심리학과 교수는 “기술은 우리 생활을 바꿔놓고 있으며 두뇌의 작용 방식도 변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마트 기기에 사소한 정보를 저장해두고, 두뇌는 다른 장기 기억을 저장하거나 분석적 사고, 창의력 등이 필요한 일에 사용하면 크게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억력 저하’ 디지털 기억상실 '뇌'에 괜찮을까?

펜주립대학 마이크 맥니스 전 학장도 “기억 흔적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연락처 같은 사소한 정보를 기억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맥니스 전 학장은 사람들이 기기를 사용해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기억력을 사회적 인지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휴대폰을 개발하기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두뇌를 훈련시켜 정신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억력은 더욱 의미 있어졌고 더욱 구조화됐다는 설명이다.

펜주립대학 폴 클레차 네트워크 보안 애널리스트는 “보안 기능이 강한 패스워드를 설정하고 파일을 다운로드할 때 주의를 기울이며 운영 시스템과 애플리케이션을 업데이트해 기기에 저장된 내용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길을 찾고 친구의 생일을 기억하며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정보를 기록하는 데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행동은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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