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건강 보험 시스템이 감염병 팬데믹 사태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19 발발로 3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실직했고, 이로 인해 건강 보험 혜택까지 잃게 됐다.
건강 정책 연구 및 분석을 제공하는 KFF 단체 제니퍼 톨버트는 “미국인 중에는 노년층이 아닌데도 건강 보험이 없는 사람이 2,800만 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무보험 근로자가 가장 많은 직종은 건설업(69만 5,000명)이었다. 그 다음은 요리사로 61만 8,000명, 트럭 운전사 및 판매원 57만 8,000명, 출납원 49만 1,000명, 웨이터 및 웨이트리스 45만 9,000명 순이었다.
무보험 성인의 52%가 건강 관리의 장벽으로 건강 보험 자체를 제공 받지 못하는 점을 꼽았고 13%는 메디케이드, 즉 극빈층을 위한 의료 정책에 의지하고 있었다. 12%는 사보험에 의지했다. 보험이 없는 성인의 44%는 지난 1년 동안 건강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고, 27%는 문제가 생겨도 비용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것을 미룬다.
NBC 뉴스의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중 31%가 향후 12개월 안에 건강 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었다. 29%는 처방약에 대한 본인 부담 비용을 지불하기에 돈이 충분하지 않다고 걱정했다. 32%는 다른 본인 부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권자 중 80%는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가 건강 비용 절감이라고 말했다. 유권자 5명 중 1명은 지난 2년 동안 의료비 지불에 문제를 겪었거나 아예 의료비를 지불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중 46%는 저축해둔 돈이나 퇴직금으로 의료비를 지불했다고 답했다. 46%는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돈을 빌렸고 34%는 신용카드 대출을 받아 건강 비용을 냈다. 26%는 귀금속이나 가구를 팔았다.
헬스인슈어런스의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3.79%는 코로나 19와 같은 감염병 발생 시 정부가 검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11.85%는 건강 보험 회사가, 54.36%는 건강 보험 회사와 정부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60.51%는 비용 때문에 의료 서비스를 받기를 피하고 있다고 답했다. 38.57%는 코로나 19에 감염되더라도 비용 때문에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을 고민할 것이라고 답했다.
무보험자 수는 더 늘어날 듯
KFF의 래리 레빗은 “감염병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무보험자의 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보험자가 된 사람들도 코로나 19에 감염되거나 심각하게 아플 때를 대비해 보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새로 실직한 이들은 메디케이드나 저렴한 의료법 등 공공 프로그램에 의존할 수 있다. 바이러스로 인한 실직에 가장 취약한 분야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서비스 또는 소매 산업 근로자들, 그리고 저임금 근로자들이었다. 그러나 이런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은 건강 보험을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실직자나 저임금 근로자는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코로나 19 검사 및 치료를 보장할 법적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기자 웬델 포터는 2007~2009년 경기 침체 당시에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코넬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당시 930만 명의 미국인이 건강 보험을 잃었다. 일부 사기업에서 판매되는 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급등할 수 있다.
미국이 앞으로 경제 기반을 재건하고 산업 분야의 역할을 재편하게 된다면 건강 관리 부문에 관한 논의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