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 결혼 제도가 도입된 이래, 여성은 자녀와 노부모를 책임지고 남성은 생계를 책임지는 역할에 집중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가족의 전통적인 규범 역시 진화하고 있다. 이전보다 사회생활에 참여하는 여성의 수가 더 늘어난 것이다. 즉, 부부가 함께 생계를 책임지고 가사를 분업하는 양상이 흔해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수십년간 결혼한 많은 여성이 노동 시장에 진출했다. 과거 1970년대의 31%에서 2015년에는 46%로 증가한 것. 이에 따라 아내가 집에만 머무르고 남편만 풀타임으로 일을 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46%에서 26%로 감소했다.
또한 여성이 풀타임으로 일하고 남성이 실직했거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비율은 2%에서 6%로 여전히 낮은 편이며, 양측 모두 실직 상태인 비율은 3%대에서 2%대에 머물며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추세는 가정 소득에 기여하는 역할에 보다 동등한 기회를 제공한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는 가사에 대한 균형성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1,807명의 맞벌이 미국인 부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가족 업무량을 동일하게 공유하는 가정이 더 많아진 것이다. 가령 부모가 자녀와 함께 활동한다고 답한 비율은 64%, 훈육 및 징계는 61%, 그리고 전반적인 가사일 처리가 5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여전히 육아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 부분이 여성의 책임으로 남아있었다. 자녀의 일과와 스케줄을 관리하는 데 있어 여성이 47%나 담당하는 것. 이 부분을 동등하게 공유한 비율은 39%에 그쳤다. 이는 한쪽 부모만 직장을 나가는 경우, 모든 가사 노동과 책임은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동일한 양의 가사일에 참여한다고 말하는 남성들의 경우에도 실질적인 작업양이나 노력과 관련해서는 여성보다 더 적은 것이 사실이다.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맞벌이 부부는 한쪽 부모만 일하는 가정보다 재정적으로 더 나은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퓨리시처센터에 따르면 18세 미만의 자녀 1명을 둔 맞벌이 부부의 가구 평균 소득은 10만 2,400달러로, 이는 남성만 풀타임으로 일하는 경우의 8만 4,000달러, 그리고 아내만 풀타임으로 일하는 경우의 5만 5,000달러보다 더 많았다.
그러나 재정적인 이슈와 더불어 일을 하면서 가정까지 돌본다는 것은 여전히 두 명의 부부 모두에게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피로감을 가중한다. 이와 관련 '일하는 부모를 위한 미소아과학회'는 추가적인 업무 압력과 피로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호흡 운동이나 온 가족의 저녁 참여 활동, 그리고 현실적인 기대치 설정, 주말 휴식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라이프 및 커리어 코칭 기업 퍼시픽라이프 코치의 앰버 로젠버그 이사는 이와 관련해, 일로 인해 가족의 시간이 방해되는 상황에서는 '투명성'이 아이들을 위한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나 집에서의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가정을 더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가령 집에서 이메일을 보내고 화상 회의에 참석하는 등 재택근무 등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
투명성은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필요하다. 팀에게 언제 어떻게 연락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항상 공개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이의 생일이나 공연, 행사 등에 참석할 수 없는 경우라면, 해당 행사에 참석하는 다른 친구나 이웃의 도움을 받아 화상 통화를 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같은 노력은 아이의 행사가 끝난 뒤 이를 축하하며 인사하는 것을 더욱 손쉽게 만들어줄 수 있다. 반면 일이 밀려 회사에 남아있는 상황에서 아이가 화가 났거나 곤경에 처한 상황이라면, 급박하게 일을 서두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로젠버그는 잠시 시간을 두고 일을 마무리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더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이후 집에 돌아와 부모가 왜 즉시 퇴근할 수 없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