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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의인의 '투스카니'부터 현대차가 선물한 '벨로스터'까지… 현대자동차의 '스포티 카' 계보

선우정수 2018-05-16 00:00:00

지난 5월 12일, 제2서해안고속도로 조암 나들목 인근에서 주행하던 코란도 차량의 차주가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코란도 차량은 중앙분리대를 들이 받았으나, 제동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대로 1차로를 따라 약 1.5km를 전진했다. 이에 근처에 있던 한 모씨가 자신의 현대 투스카니 차량으로 코란도 앞을 가로막아 고의의 추돌사고를 내어 코란도를 멈추게 했고, 자칫 연쇄 추돌사고를 일어날 수도 있을 뻔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한 씨의 '투스카니 의인'이라 칭하며 한 씨의 용기에 찬사를 보냈고, 현대자동차 측은 한 씨의 투스카니 수리비 지원을 제안했으나 한 씨는 이를 고사했다. 이에 현대차는 수리비 지원을 넘어, 올해 출시한 신형 벨로스터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나름 한 시대를 풍미했던 투스카니가 파손됐는데 고작 벨로스터가 뭐냐', '투스카니 의인은 위험까지 감수하며 선택한 행동인데, 적어도 제네시스G70이나 스팅어 정도는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등 현대차의 결정에 핀잔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온 현대자동차의 펀카 계보를 살펴 본다면 벨로스터를 선택한 현대차의 결정은 나름 적절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스쿠프에서 시작되어 티뷰론을 거쳐 투스카니까지… 현대의 전륜 2도어 쿠페의 역사

투스카니 의인 한 씨의 차, 현대 투스카니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판매된 현대자동차의 소형급 전륜구동 2도어 쿠페 모델이다. 비록 본격 스포츠카라고 할 만큼의 성능을 지닌 모델은 아니었지만, 스포티한 외관과 일반적인 세단에 비해서는 앞서는 주행성능 덕에 단종된 지 10년이 되어가는 오늘날까지도 적잖은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는 차종이기도 하다

이러한 투스카니의 역사는 1990년 출시된 대한민국 최초의 쿠페형 차량 '스쿠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소형차 '엑셀'의 플랫폼을 이용하여 만든 차량으로, 성능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했지만 현대자동차의 독자개발 엔진인 '알파 엔진'의 적용이나 국산 승용차 최초로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등의 기록을 갖고 있으며, 무엇보다 국산 스포츠카의 효시라는 의의를 갖고 있는 모델이었다.

이러한 스쿠프의 후속 모델로 1996년 등장한 것이 현대 티뷰론이었다. 스쿠프의 배기량이 1.5리터였던 것에 반해 1.8리터와 2리터 엔진 채용으로 보다 높은 출력을 제공, 특히 젊은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1999년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티뷰론 터뷸런스'가 출시되어, 초기 티뷰론의 다소 밋밋했던 디자인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이를 이어 2001년 출시된 것이 바로 투스카니다. 티뷰론 대비 배기량이 좀 더 늘어서 2리터 모델이 기본형이 되었고, 2.7리터 엔진을 얹고 나름 고성능을 표방한 '투스카니 엘리사' 모델도 출시되었다. 이 역시 스포츠카라 하기에는 미흡한 부분들도 많았지만, 오히려 부족한 성능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튜닝 상품들이 등장하면서 국내 자동차 튜닝 시장의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일조하기도 했으며, 해외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디자인과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기를 끈 바 있다. 한국자동차를 '바퀴 달린 가전제품'으로 비유하며 조롱했던 영국 BBC의 자동차 쇼 '탑기어'조차 투스카니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고속도로 의인의 '투스카니'부터 현대차가 선물한 '벨로스터'까지… 현대자동차의 '스포티 카' 계보
▲투스카니 후기형 모델. 해외에서는 '현대 쿠페'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다(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벨로스터, 투스카니 후속? 라비타 후속?

2008년 10월, 새로운 2도어 쿠페인 '제네시스 쿠페'가 출시되면서 투스카니는 단종의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네시스 쿠페를 투스카니의 후속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투스카니는 엑셀과 아반떼 등 소형/준중형차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륜구동 기반의 차량이었지만, 제네시스 쿠페는 준대형차인 1세대 제네시스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후륜구동 기반으로 두 차량의 성격은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현대자동차는 이미 2006년, '벨로스터'라는 이름의 해치백과 쿠페를 섞은 디자인의 컨셉트카를 선보이면서, 이 컨셉트카가 투스카니 후속 모델의 디자인을 암시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었다. 그리고 이 컨셉트카를 베이스로 동명의 차량인 벨로스터가 2011년 출시되었다. 출시 당시 뒷문이 한쪽에만 달려 있는 비대칭 도어 디자인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는데, 그간 국산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외장 컬러 등의 개성을 앞세워 출시 초기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모았고, 특히 북미시장에서도 인기가 좋아 현대차의 이미지 개선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벨로스터에는 또 하나의 일화가 있는데, 벨로스터의 프로젝트 코드네임인 'FS'는 제작 초기까지만 해도 준중형급 MPV 차종이었던 '라비타'의 후속모델 개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후에 완전히 방향성이 바뀌면서 1세대 벨로스터가 탄생되었다.

고속도로 의인의 '투스카니'부터 현대차가 선물한 '벨로스터'까지… 현대자동차의 '스포티 카' 계보
▲벨로스터 1세대는 화려한 디자인으로 특히 북미에서 인기를 끌었다(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스포츠 루킹 카'에서 진정한 스포츠카로? 벨로스터N, 현대의 오랜 숙원 이룰까

스쿠프의 개발 프로젝트 'SLC'였다. Sports Looking Car의 약자로, 본격적인 스포츠카라기 보다는 스포티한 외관에 일반 세단과 비교해서 조금 더 스포티한 성능의 차를 만들고자 했던 것.

하지만 이 '스포츠 루킹 카'는 스쿠프는 물론 티뷰론과 투스카니까지 장장 18여년을 쫓아다닌 낙인과도 같았다. 스포츠카라 부르기에는 다소 성능이 부족한 탓이었다. 또한 투스카니의 후속으로 등장한 벨로스터조차 아반떼 대비 두드러지는 성능 차이가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이에 듀얼 클러치 변속기나 터보 GDI 엔진 등을 장착하여 동력 성능을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이미지 개선을 크게 이끌어내지는 못 했다.

그랬던 현대가 다년간의 WRC 출전에서 쌓은 노하우와 알버트 비어만 사장 등 해외 유수의 전문가들을 스카우트하여 쌓아온 실력으로, 오는 6월 벨로스터의 고성능 버전인 벨로스터N 출시를 앞두고 있다. '스포츠 루킹 카'가 마침내 '스포츠카'로 거듭날 것인지, 30년을 목전에 두고 있는 현대의 스포티 카 계보에 새로운 획을 그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팸타임스=선우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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