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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차례 고비 넘긴 한국지엠… 그 영욕의 기록들

선우정수 2018-04-25 00:00:00

한국GM 노사는 지난 4월 23일,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2개월여 동안 이어온 임단협에 합의했다. 법정관리 시한이 임박할 때까지 합의안 도출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국지엠 부도설, 한국지엠 철수설 등 흉흉한 소문이 돌던 와중에 극적인 합의안 도출에 성공한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 사연 없는 회사가 어디 있겠냐만, 한국지엠 만큼이나 많은 굴곡을 거쳐온 회사는 없을 것이다. 이번에도 법정관리를 피하며 또 한번 위기를 모면한 한국지엠, 그 발자취를 간략하게 되짚어 봤다.

또 한 차례 고비 넘긴 한국지엠… 그 영욕의 기록들
▲대한민국에 경차 시대를 알린 대우국민차(현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티코(출처=프리큐레이션)

■대우자동차에서 GM대우, 한국GM으로의 변천사

1978년, 대우그룹이 산업은행 지분을 인수하면서 당시 산업은행이 갖고 있던 새한자동차를 그룹 내로 품게 되고, 1983년에 대우자동차로 상호를 바꾸면서 본격적인 대우자동차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한 때 로얄 시리즈, 프린스, 르망, 그리고 대한민국 최초의 경차인 티코 등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모기업인 대우그룹도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당시 김우중 대우 회장은 오히려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전략을 펼쳐 정면돌파를 꾀했지만, 결국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대우자동차를 매각하게 된다. 이 중 버스와 트럭을 제외한 승용차 부문을 2002년 GM이 인수하면서 대우자동차는 GM대우로 이름을 바꾸게 되고, 이어 2011년에는 쉐보레 브랜드가 출범하면서 대우자동차의 흔적은 완전히 지워지게 된다.

또 한 차례 고비 넘긴 한국지엠… 그 영욕의 기록들
▲GM대우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준중형 세단인 쉐보레 크루즈. 호펠과 홀덴의 엠블럼을 달고 유럽 및 호주로도 수출되었다(출처=프리큐레이션)

■수출 호조로 좋았던 시절도 있었으나… 지엠 본사의 노선 변화와 함께 다가온 먹구름

GM은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이유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어필할 수 있는 차량의 생산능력과, GM 본사의 미흡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소형차 연구개발 능력이었다. 한국GM은 인천 부평, 전북 군산, 경남 창원의 생산공장을 이용하여 경차부터 중형 세단, RV까지 다양한 차량을 생산하여 전 세계에 자동차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비록 수출 시 지엠대우가 아닌 쉐보레, 오펠, 홀덴, 뷰익, 홀덴 등의 엠블럼이 부착되기는 했지만,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수출량이 늘면서 그런 아쉬움을 토로할 필요를 느끼지 못 했다. 또한 글로벌 소형차 연구개발과 디자인을 잇따라 한국GM에서 담당하면서, 글로벌 생산기지는 물론 연구기지로써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내는 듯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미국 지엠 본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미국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을 조건으로 지엠에게 체질 개선과 경영 정상화를 요구했고, 이에 지엠은 수익성이 좋은 시장인 북미와 중국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시장은 축소시키거나 정리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바꾼다. 때문에 2013년 12월, 지엠은 유럽에서 그다지 수익성이 좋지 않던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에 따른 한국지엠의 수출 물량은 급감했고, 유럽 내 판매망 철수에 따른 비용도 한국지엠이 부담하게 되면서 경영이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어 2017년 3월에는 한국지엠의 마지막 유럽 수출 라인이었던 오펠 브랜드조차 프랑스의 PSA(푸조-시트로엥 자동차 그룹)에 매각하면서, 한국지엠의 공장 가동률은 바닥을 치게 된다. 여기에 국내 시장에서는 타사 대비 늦은 모델 체인지 주기와 소비자의 니즈를 제때 파악하지 못한 상품 구성으로 고전을 면치 못 해왔다. 판매량과 점유율 하락은 지속되었다.
그러다가 결국 2018년 2월 13일, 준중형 모델인 크루즈와 올란도를 생산하던 군산공장 폐쇄 발표와 함께, 한국에서의 사업 유지를 위한 정부와 산업은행 등에게 지원을 요구하게 된다.

또 한 차례 고비 넘긴 한국지엠… 그 영욕의 기록들
▲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지엠 본사 전경. 지엠은 최근 수익성이 약한 시장을 정리 중이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급한 불은 끈 지엠협상, 그러나 앞으로 산적한 과제들

이에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지엠 본사의 정책을 탓하며 군산 공장 정상화와 신차 생산라인의 국내 배정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했고, 지엠은 4월 20일까지 자구안이 확정되지 않으면 한국지엠을 부도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맞불을 놓았다. 한 차례 데드라인 연장 끝에 노사가 잠정합의를 이뤄냄으로써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지만, 해결된 문제보다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많이 보인다.


한국지엠 위기설의 시발점이었던 군산공장 해결방안은 결국 찾지 못 했고, 북미와 중국 등 팔리는 시장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려는 GM 본사가 과연 향후 어느 정도의 투자를 할지, 지속적으로 해외 영업망이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생산 증대의 활로를 어떻게 모색해야 할지도 문제다. 또한, 무엇보다 지난 2개월 간의 홍역을 치르면서 곤두박질친 판매량과 브랜드 이미지의 회복이야말로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팸타임스=선우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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