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A에겐 배우자B, 자녀C가 있다. 이들 모두 A의 상속분에 대해 상속포기를 하자 A의 어머니인 D가 단독상속하였다. 그 후 D가 사망하였는데, D의 자녀로는 A와 E, A의 대습상속인이 된 B, C가 공동상속인이 되었다. 이러한 경우 A의 사망 후 상속포기한 B, C는 D의 사망에 따른 대습상속도 포기가 될까?
대습상속이란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피대습인)'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된 경우에 사망하거나 결격된 사람의 순위에 갈음하여 상속인이 되는 '피대습인의 직계비속 또는 배우자'를 말한다.
위 사례처럼 상속포기 후 대습상속인으로 지정되었으면 그 효력이 지속되는지 아닌지는 얼핏 생각하면 모를 일이다. 효력이 유지되는 건가 싶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윤한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직지)는 "판시에 따르면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된 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면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1042조). 따라서 제1순위 상속권자인 배우자와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하면 제2순위에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된다. 따라서 상속포기의 효력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개시된 상속에만 미치는 것이고, 대습상속에까지는 미치지 않는다. 대습상속은 상속과는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이고, 대습상속이 개시되기 전에는 이를 포기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2017.1.12. 선고 2014다39824 판결)
이는 종전에 상속인의 상속포기로 피대습자의 직계존속이 피대습자를 상속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피대습자의 직계존속이 사망할 당시 피대습자로부터 상속받은 재산 외에 적극재산이든 소극재산이든 고유재산을 소유하고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달리 볼 이유도 없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사망 후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여 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들이 상속포기를 하였는데, 그 후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이 사망하여 민법 제1001조, 제1003조 제2항에 따라 대습상속이 개시된 경우에 대습상속인이 민법이 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하지 않으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된다.
윤한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직지)는 "위와 같은 경우에 이미 사망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의 사망으로 인한 대습상속도 포기하려는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들이 상속포기의 절차와 방식에 따라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에 대한 상속포기를 하지 않으면 그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며 "이와 달리 피상속인에 대한 상속포기를 이유로 대습상속 포기의 효력까지 인정한다면 상속포기의 의사를 명확히 하고 법률관계를 획일적으로 처리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꾀하고자 하는 상속포기제도가 잠탈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2017.1.12. 선고 2014다39824 판결)
결국 D의 사망에 따라 A를 피대습자로 한 대습상속이 개시된 후 B, C가 상속의 효력을 배제하고자 했다면, A에 대한 상속포기와는 별도로 D를 피상속인으로 한 상속포기를 민법이 정한 기간 내에 상속포기의 방식과 절차에 따라 진행했어야 한다.
윤한철 변호사는 충북 청주에서 법률사무소 직지를 운영하며 충청북도 교육청 및 청주시 고문변호사를 겸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부동산 분야에 등록되어 부동산전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취급 분야로 상속과 부동산 소송 등을 다루고 있다.
[팸타임스=함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