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
비단뱀, 혹은 비단구렁이가 동물들 중 최고의 부모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단뱀은 다른 동물을 쉽게 죽이기로 악명이 높지만 사실은 사람만큼 육아의 달인이다. 사람은 자식이 성장할 때까지 약 20년 이상을 투자한다. 자녀가 일정 나이에 이르면 독립하도록 돕는다. 다른 포유류 중 새는 새끼가 갓 부화했을 때 먹이를 물어다준 뒤 나는 법과 사냥법을 가르치고, 그 후에는 곧바로 새끼를 독립시킨다. 알을 낳는 파충류는 그저 안전한 장소에 알을 낳고 곧바로 그 장소를 떠난다. 그런데 비단뱀은 파충류 중에서 상당히 독특한 성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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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있는 위츠대학의 그레엄 알렉산더는 아프리카 대륙 남부의 암컷 비단뱀이 알을 품고 있다가 새끼가 부화하면 새끼를 돌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엄마 비단뱀은 새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알렉산더는 비단뱀이 파놓은 땅굴 위치에 적외선 카메라를 설치하고 뱀의 생태를 살폈다. 부분적으로 라디오 추적기를 이용해 비단뱀의 움직임을 관찰하기도 했다. 연구에서 그는 총 8마리의 비단뱀을 관측했으며 이들은 각각 새끼가 부화 후 2주 동안 새끼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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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도중 찍힌 모습에 따르면 새끼 비단뱀은 부화 후 따뜻함을 위해 어미의 품에 파고든다. 알렉산더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알을 낳는 뱀이 새끼를 돌본다는 사실을 밝힌 첫 번째 연구다. 즉, 뱀에게도 모성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사실에 놀랐다. 어미 비단뱀은 심지어 새끼를 더 따뜻하게 하기 위해 자신의 비늘색을 갈색이서 검은색으로 바꿨다. 자외선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흡수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어미 비단뱀은 태양 아래서 머무르며 자신의 체온을 섭씨 40도까지 이르게 만든다. 몸의 신진 대사를 가속한 후 체온을 유지해 알을 따뜻하게 감싸기 위해서다. 곧 40~50마리의 새끼 비단뱀이 태어난다. 그러면 어미 비단뱀은 똑같이 자신의 몸을 따뜻하게 만든 뒤 새끼들을 감싼다. 이런 방식으로 어미 비단뱀은 새끼들을 2주 동안 돌본다. 보통 알을 낳는 파충류에게는 이런 습성이 없다. 그렇다면 비단뱀은 왜 다른 것일까?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조슈아 랩은 이런 독특한 양육법이 비단뱀의 과식 성향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새끼 뱀들은 막 부화했을 때 배에 아직 소화되지 않은 난황이 가득 차있어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즉, 사냥을 하거나 이동하기 힘들다. 이런 새끼 뱀들이 둥지 밖으로 나가면 다른 천적의 먹이가 될 것이다. 그래서 어미 비단뱀은 새끼의 몸을 최대한 따뜻하게 유지해 새끼가 난황을 빨리 소화하도록 돕는 것이다. 난황이 전부 소화돼야 새끼 뱀이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의 에드 스토다드는 이런 양육법이 어미 파이톤에게는 '비용'이 많이 들며 매우 불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새끼를 돌보는 기간 동안 어미 파이톤은 사냥을 하지 못해 체중의 40%를 잃기 때문이다. 알렉산더는 일부 어미 비단뱀은 새끼를 돌보다가 굶어죽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비단뱀이 2~3년에 한 번 알을 낳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파충류에 비하면 비단뱀은 매우 드물게 알을 낳는 편이다. 알렉산더는 "진화론적 우위가 있어야 한다. 만약 어미 비단뱀이 너무 자주 새끼를 낳는다면 희생해야 하는 것이 많다. 이것은 '비용' 측면에서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어미 비단뱀은 2주 동안 사냥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기간 동안 몸을 따뜻하게 만들고 신진 대사를 활성화한다. 이것은 비단뱀이 과식을 하는 이유다. 알렉산더는 "이 모든 과정이 어미 비단뱀에게 영향을 미친다. 번식 후에는 회복기도 필요하다. 따라서 평소에 얼마나 많은 양의 먹이를 잡아먹었느냐에 따라 비단뱀은 2~3년에 한 번 알을 낳는 것이다. 새끼가 둥지를 떠나면 어미 비단뱀은 다시 사냥에 나서고, 몸을 회복한 뒤 2~3년 후 다시 알을 낳는다. 그런데 어떤 어미 비단뱀들은 몸을 회복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알렉산더는 수컷 비단뱀에게서도 특이한 행동을 관찰했다. 그는 "수컷 한 마리가 암컷 한 마리를 쫓아 3개월 동안 2km 이상 이동한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팸타임스=강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