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픽사베이 |
자녀가 연필이나 크레파스를 손에 쥐고 그림을 종이 위에 그릴 정도로 자랐다면, 대다수 부모는 아이의 생각을 파악하기 위해 그림을 해석하려고 시도해봤을 것이다. 부모는 자녀가 그린 작품을 건네받았을 때, 자신을 그린 것인지, 아이를 그린 것인지 궁금해하고, 키우는 강아지를 그린 것이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이렇듯 부모가 하나하나 질문하고 아이의 예술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상당히 바람직한 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오늘날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부모의 관심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잡지 '더 아틀랜틱(The Atlantic)'은 자녀가 그린 그림에 대한 평가와 관련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연구진은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작품을 창작하는 것은 예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저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그리거나 만드는 과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다수 아이는 최종 결과물에 대한 설명보다는 그들만의 세계로 들어가는 투명한 창문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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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아울러 아이들의 예술 작품에는 그들만의 논리가 따로 있다고 전했다. 유치원 교사인 리안 알베스(Liane Alves)는 제자 가운데 한 명이 한 번은 그녀에게 오로지 종이 한 페이지에 줄 하나를 그린 그림을 보여줬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아이가 자신의 그림을 동화 '공주와 완두콩'에 나오는 매트리스라고 설명하기 전까지, 자신은 예술 작품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제 환경 및 사회적 책임 뉴스 제공 업체인 '마더네이처네트워크(Mother Nature Network, MNN)'는 최근 기사를 통해 과거에 교육자들은 크레파스로 종이에 그림 그리는 방법에 근거하여 아이의 발달 상황을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방법은 수십 년 동안 행해졌다. 반면, 오늘날 미술 교육자들은 이 방법이 아이의 예술적 발전을 알아보는 일차원적인 것이라 여기고 있다. MNN은 현실주의는 그들의 목표물이 아니라고 밝혔다. 게다가 아이들의 예술 작품은 세부 사항에 큰 가치가 없지만, 아이가 정말 말하고 싶어 했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플레인-에어 예술 아카데미(The Plein-Air Art Academy)'의 미술 교육 담당자인 다이애나 스텔린(Diana Stelin)은 7세에서 9세 사이의 아동은 자신의 주변이나 세상을 세세하게 살펴보면서, 때로는 그들만의 환경을 묘사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어른들이 현실을 직시하는 것처럼 주변 환경을 상세하게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텔린은 아이가 같은 크기와 모양을 지닌 태양이나 울타리를 그릴 수는 있지만, 실제로는 현실 모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저 아이가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을 파악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또한, 스텔린은 어른들은 아이들이 '경이감'을 잃지 않도록, 사실만을 그리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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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린은 대부분 어린이는 예술 작품을 만들 때, 최종 결과물보다는 작품 만들 때 느꼈던 즐거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녀는 만약 아이가 낙서를 할 때 트럭을 그리면서 '부웅~'소리를 내는 것을 봤다면, 바로 올바른 성장 과정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때까지 만난 어린이들 대다수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놀이 활동'을 좋아할 뿐이지, 예술 작품을 좀 더 현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한다.
한편 미 보스턴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엘렌 위너(Ellen Winner)박사는 미술 교육에 중점을 둔 하버드 대학 프로젝트인 '제로(Zero)'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가장 단순한 낙서조차 아이들이 창작하면, 팔을 움직이는 방식에서부터 의미가 부여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아이들은 그림이 아닌 행동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은 움직임을 통해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전체 과정에서 보면 그림은 그저 상징 놀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위너 박사는 또한 일부 부모는 자녀가 어른과 같은 크기의 아이를 그리기 시작할 때 걱정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단지 어른들만큼 강해지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아직 표현하는 데 있어 크기의 차이를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것이 바로 자녀가 모든 사람을 똑같은 크기로 그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리학자들은 아이의 그림에서 그들이 사용한 색상을 통해 그림을 해석하려 애쓴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상 아이들은 그저 펼쳐 놓은 대로 색상을 사용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차례대로 색을 선택하거나 그 반대로 고를 뿐이다. 위너 박사는 이런 아이들은 절대 이상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비록 아이가 그린 그림이 실제 모습과는 다르지만, 이는 절대 잘못되거나 나쁜 게 아니다. 아이들은 그저 자신만의 논리를 가지고 있는 것일 뿐이다.
한편, MNN은 부모가 자녀들이 예술 작품을 현실 모습처럼 그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을 봤다면, 그땐 다가가서 그들의 작품을 보완해주면 된다고 전했다. 이어 비록 자녀의 작품이 하찮은 낙서나 구불구불한 회오리바람처럼 보이겠지만, 그 작품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물어보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팸타임스=Jennylyn Giana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