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
연필도 가위도 올려놓을 수 없는 책상. 인터넷 접속은 물론이고 USB스틱도 허용되지 않는다. 큰 화면이 있지만 인터넷을 할 수 없어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도 없다. 모든 것이 허용되지 않는 곳, 교도소. 그러나 이런 곳에서도 교육은 여전히 계속된다.
교육은 삶을 가르치고, 벗어난 이들을 다시 사회의 품으로 돌아오게 한다. 가장 깊은 절망 속에서도 교육은 다시 일어날 희망의 끈이 되어준다. 그럼 이제부터 감옥과 사회를 이어주는 '교육'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보도록 하자.
교도소에서 가르치기
영국 웨스트런던의 펠텀 교도소에서 수년째 젊은 남성 수감자들을 가르치고 있는 에밀리 듀어-랜그릿지는 교도소내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일부 사람들이 젊은 나이의 범죄자들은 이미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교육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교육은 이들을 재활시키고 더 많은 범죄를 방지하며, 지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만드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극찬했다. 이러한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2016년 영국 수감자교육신탁(UK Prisoner's Education Trust)으로부터 우수 교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상은 학생들의 추천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그러나 교육 환경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대부분의 젊은 남성 수감자들이 이미 학교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들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교육 환경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은 어려운 도전이라는 것. 게다가 더 어린 소년들의 경우 학습 장애로 인해 공부를 하는데 있어 더욱 취약하다. 심지어 16살 난 소년에게 이름을 쓰는 법을 가르쳐야 할 때도 있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물론 장점도 있다. 펠텀 교도소의 경우 최대 8명의 학생이 수용돼 일반 정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것. 게다가 수업도 일주일에 30시간이나 돼 다른 일반 대학의 평균시간보다 더 많다.
듀어-랜그릿지는 교도소에서 가르치는 교사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수감자들의 부모들을 만나는 시간을 꼽았다. 부모들은 자신들을 대신해 아이들을 돌봐주는 선생님에 항상 감사를 표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을 계속 가르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학생들이 교도소를 나와 대학에 들어가고 직장을 구하면서 자신과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듀어-랜그릿지의 학생들 가운데는 출소 후 마트에 취직하거나 음악 제작사에서 근무하거나 혹은 정규 교육을 받고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처럼 수감자들이 부정적인 경험에서 긍정적인 무엇인가를 얻는 것도 듀어-랜그릿지가 계속 교도소에서 가르치는 또 다른 이유다.
▲출처=픽사베이 |
교도소에서 배우기
반대로 수감자의 신분으로 배움의 즐거움을 얻는 이도 있다. 바로 매일 아침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하는 마르코(Marco)다. 정오까지 500단어를 다 쓰지 않으면 친구에게 25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원고를 쓰는 것뿐 아니라 다른 이들을 독려하는 것도 마르코의 임무다.
마르코는 사실 미국 미시간에 있는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동안 대학을 다니며 주위 사람들을 놀래킨 인물이다. 15세 때 중범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이후 1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후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인정하는 자격시험인 GED(General Educational Development)를 통과, 대학 과정을 밟으며 출소 전 졸업장을 따냈다. 교도소에서의 교육은 이후 창작 작문의 석사 과정을 밟도록 만들었고, 회고록을 쓰면서 작가로서의 경력을 쌓도록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마르코의 이런 행보가 수감자 교육 프로그램이 수감자들의 동료들과 가족, 그리고 사회 전반의 경제적 기회를 향상시키는 이유에 대한 훌륭한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수감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은 비참가자들보다 재범 가능성이 43%나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출소 후 일자리를 구할 확률도 더 높았다. 2013년 진행됐던 또다른 연구에서는 수감자 교육에 든 비용은 3년내 재수감 비용을 500%나 감소시킨다고 나와 수감자 교육 비용에 비판적인 이들의 논리를 반박하기도 했다.
▲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
소년범들의 기회 박탈
다른 한편에서는 나이 어린 수감자들의 교육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HM 교도소조사단(HMIP)은 숙련된 전문가들의 부족으로 어린이 수감자들이 교육과 치료에 대한 접근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HMIP는 쿡햄우드의 소년범 수용소의 15~18세 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4~6월 사이 미숙한 행정에 더해 전문가들이 아이들을 기다리며 지연되는 일이 발생해 결국 교육을 받기로 한 그룹의 40%가 취소되는 사태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이 받은 교육의 내용은 우수했지만, 제공되는 시간은 불충분했다고 덧붙였다. HMIP는 소년범들이 평균적으로 19시간을 감방에서 보낸다며, 상당한 수의 아이들이 더 많은 시간 동안 갇혀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