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픽사베이 |
가족이나 연인과의 신체적 접촉은 일상적인 일이다. 그 가운데서도 함께 손을 잡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흔한 행동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행동에 무한한 치유 능력이 있다면?
손잡기
몇 년 전 딸을 출산한 미국 콜로라도대의 파벨 골드스테인(Pavel Goldstein) 연구원은 딸을 출산할 당시의 순간을 떠올리며 한가지 연구 계획을 세웠다. 당시 아내가 고통스러워하며 딸을 출산할 때 골드스테인이 해줄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은 손을 잡아주는 것 뿐이었고, 그리고 그 행동은 아내에게도 도움이 된 것처럼 보였다. 그는 이에 실제로 손을 잡는 것이 통증이나 고통을 줄여줄 수 있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작용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됐다.
호흡과 심장 박동의 동기화, 진통 효과
골드스테인은 23~32세의 이성 커플 22쌍을 대상으로 연구에 돌입하면서 실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한 여성의 손을 연인이 잡았을 때 호흡과 심장박동 수가 일치(동기화)됐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 파트너가 더 공감할수록 강력한 진통 효과가 나타났으며, 두 사람 간 동기화 수준도 증가했다. 이번 실험에서는 또 대인관계의 동기화 연구도 진행됐는데, 이들은 자신과 함께 있는 사람들과 행동을 맞추기 시작했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는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와 동일한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가령 자신과 같이 걷고 있는 사람과 발걸음을 맞추는 것. 이번 실험은 손을 잡는 등의 접촉과 통증에 있어 대인관계의 동기화가 발생한다는 새로운 결과를 보여준 계기가 됐다.
실험에 참여한 커플들은 여러 가지 테스트를 거쳤다. 예를 들어 한 방에서 손을 잡고 앉아 있는 것과 손을 잡지 않고 앉아있는 것. 다른 별도의 방에서는 여성이 팔에 약 2분 동안 경미한 수준의 열 통증을 겪게 했다. 이런 여러 가지의 테스트를 수행한 결과 손을 잡고 있던 커플들은 동기화가 진행되면서 통증도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고통은 커플의 대인관계 동기화를 방해하는 요소가 됐고, 동시에 손을 잡으며 접촉한 것은 동기화를 다시 가져온 요소가 된 것.
골드스테인은 남성이 여성에게 더 많은 공감을 주면 더 많은 고통들이 가라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생리학적으로 동기화되면 고통을 덜 느끼게 된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손잡는 것과 같은 단순한 접촉은 통증 완화나 진통 효과를 보내는 의사소통의 공감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기의 수장 반사
손잡기는 사실 오랫동안 인간이 가진 본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들 역시 자신의 손으로 엄마의 손가락을 꽉 움켜쥐는 수장 반사(Palmar Grasp Reflex) 행동을 보이는 것. 이는 인간들에게 있어 손을 잡는다는 것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내재된 한 부분이나 마찬가지로 여겨질 수 있다. 이같은 행동은 인간의 조상에게서도 나타났으며, 영장류에서도 발견된다.
특히 하버드메디컬스쿨의 찰스 넬슨(Charles Nelson) 박사가 진행한 실험은 대인관계에서의 접촉 여부가 극명한 결과를 불러온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는 수백 명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발달과정을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했는데, 단 실험 대상의 아이들은 루마니아의 보육원에서 가난하게 자란 아이들이었다. 실험결과 이들은 적절한 영양 섭취에도 불구 신체적인 문제를 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 원인은 간단했다. 껴안거나 얼굴을 비비는 등의 신체적 접촉이 몇 년 동안 없었기 때문이다.
접촉의 굶주림
신체적인 접촉이 부족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는 비단 어린이들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에 의하면 성인들도 이러한 따뜻한 신체적 접촉이 없는 생활에서는 불안 장애나 우울증 같은 정서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학자들은 신체적으로 접촉한다는 것은 단순한 편안함과 위안을 주는 것을 넘어 인간 발달과 삶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