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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된 오랑우탄, 매일 먹고 바르는 '팜유' 때문이라고?

김진아 2016-10-04 00:00:00

[애견신문=지미옥 기자] 팜유 수요 확대로 열대우림 불태워 농장 설립∙∙∙ 생태계 파괴, 스모그 등 환경 문제 심각

- 닥터 브로너스, 인간과 지구의 공존 위한 '착한 팜유' 생산에 앞장

- 소비자들, 매일 먹고 바르는 팜유 생산 과정에 관심 가질 때

기름야자 열매를 압착해 추출하는 팜유는 다른 식물성 기름들에 비해 저렴한 반면 생산 효율은 높아 식품은 물론 화장품, 세제, 의약품 등의 원료로 다방면의 산업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저비용∙고효율에 '100% 식물성'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으니 겉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팜유의 생산 과정엔 어두운 이면이 자리잡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일 년간 소비되는 팜유의 양은 약 50억 톤에 이르며, 이 중 85%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다양한 야생동물의 서식지인 열대 우림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 팜유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천연림을 불태워 농지를 만들기를 선호하는데, 숲을 태워 만든 밭에는 화학 비료를 뿌릴 필요가 없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팜유가 오늘날 동남아시아 삼림 파괴와 야생동물 멸종의 가장 심각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레이제도 내 '보르네오'와 '수마트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우림을 보유한 섬이다. 오랑우탄, 호랑이, 코뿔소, 코끼리가 함께 사는 지구상의 유일한 섬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르네오와 수마트라의 숲을 불태워 팜유 농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 속의 동물들이 처참하게 사살당하고 있다. 말레이어로 '숲의 사람'이라는 뜻의 오랑우탄. 지능이 높은 오랑우탄은 설령 총알을 피해 살아남았을지라도 자신의 가족이 죽고, 보금자리가 불에 타는 장면을 목격하고 나면 심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다가 먹이를 구하지도, 쉴 곳을 찾지도 못한 채 이내 목숨을 잃고 만다. 다른 동물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158년 전통 미국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러한 문제에 주목해 왔다. 그들은 열대 우림을 태워 팜 농장을 짓는 과정에서 죽어가는 동물들과 그로 인해 파괴되는 생태계, 엄청난 양의 스모그, 나아가 토착 주민들에 대한 노동 착취 문제에 대해 고민했고, 그 해결책으로 '세렌디팜(Serendipalm)'이라는 직영 유기농 팜농장을 설립했다. 그들은 열대 우림에 불을 지르는 대신 가나의 척박한 땅에 직접 기름야자 나무를 심었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토착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대신 수십 년간 팜을 재배해온 소규모 농가와 공정한 구조의 계약을 맺었다.

연간 700여 톤의 '착한 팜유'를 생산하는 '세렌디팜'은 총 270명의 직원과 450명의 농부들에 의해 운영된다. 닥터 브로너스는 이들에게 가나의 최저임금에 훨씬 웃도는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고, 건강보험, 퇴직연금, 출산휴가와 같은 복지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닥터 브로너스는 점점 늘어나는 팜유에 대한 수요를 예측해 약 5년전부터 바나나, 무화과, 올리브 등 다양한 식물들과 팜 종자를 함께 심음으로써 사라져가는 열대 우림의 모습을 지키고, 후손들에게 더욱 비옥한 토지를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에 의하면 한 시간에 축구장 300개의 면적에 달하는 숲이 팜유 농장을 만들기 위해 불 태워지고 있으며, 현재의 속도대로 숲이 파괴될 경우 20년 안에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숲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또한 지난 7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보르네오 오랑우탄의 멸종위기 등급을 '멸종위기종'(Endangered)에서 멸종의 바로 전 단계인 '심각한 멸종 위기종'(Critically Endangered)으로 상향 조정했다. 동물들이 사라지고 지구가 척박한 공장으로 변모해가는 상황.

전문가들은 현재의 팜유 생산 시스템에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소비자들의 행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들은 동물을 죽이고 환경을 해치는 제품을 보이콧 하고, 팜유 및 팜유가 들어간 모든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해 계속해서 압력을 가하며, 우리가 이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보르네오 섬을 비롯해 지구의 모든 자연과 동물들이 인간의 욕심으로 더 이상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지미옥 기자 jimi@do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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