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물실험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동물실험을 하는 연구자와 실험동물관리사 또한 실험에서 다양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동물실험을 진행하는 연구자는 건강한 동물에 인위적으로 질병을 유도한 후 치료약을 투여하거나 수술을 한다. 그 후 연구가 끝나면 대부분의 실험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데 이때 동물이 고통에 처한 것을 눈앞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2016년 발표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병연구소 모효정 교수의 논문 '동물실험 연구자의 정신적 스트레스에 관한 예비 연구'에 따르면 동물실험을 실시하는 연구자는 실험동물을 보살피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모순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동물실험실에서 발생한 연구자의 스트레스는 동물 관리 및 실험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연구자 개인의 신체와 정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생물학 연구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신경과학 박사과정생이라고 밝힌 이용자는 "동물을 희생할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리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제가 정신적으로 너무 나약한 건가요?"라는 글을 올린 바 있었다.
해당 글의 댓글에서는 "동료 중에서 이 문제로 다른 실험실로 옮긴 사람도 있다"는 등 게시글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연구자는 가정에서 키우는 반려동물과 유사한 종의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하거나 안락사시키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실험이 장기간 진행되는 경우 실험동물과 애착이 강하게 형성되며, 특히 인간과 비슷한 영장류 실험에서는 안정적인 사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동물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
하지만, 동물을 다루면서 정신적 고통을 느낀 사람은 대부분 이를 해소할 길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모효정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물실험 연구자들의 심리를 치료하고 상담하기 위한 공식적인 통로가 거의 없다"며 "동물실험으로 인해 정신적 외상을 겪으면서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연구자들을 위한 지원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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