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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들의 천국, 970마리 개들이 머무르는 코스타리카 동물보호소

이경한 2018-03-15 00:00:00

유기견들의 천국, 970마리 개들이 머무르는 코스타리카 동물보호소
▲출처=셔터스톡

사람들은 사랑, 친절, 그리고 인내심으로 집에 데려온 반려견을 맞이한다. 새 집에 도착한 강아지는 동물 보호소에서 왔든 브리더에게서 왔든 집 안을 탐색하고 돌아다닌다. 그리고 곧 새로운 장소에 익숙해진다.

대부분의 반려견이 이런 과정을 겪는다. 이들은 새 주인에게 입양돼 처음 며칠 동안은 매우 조심스러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운이 좋은 강아지라면 평생 동안 한 가족과 함께 지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개가 운이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믹스견들에게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 이 개들은 품종견들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우리 모두 말은 하지 않지만 사람에게 버려져 동물 보호소에 간 개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다. 이 개들은 대부분 안락사를 당한다. 누군가 그 개를 원하는 사람이 없다면, 개는 그대로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물론 동물 보호소 측에서도 개들은 안락사시키고 싶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단체는 거의 비영리 단체이며 공간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다른 개들을 더 구조하려면 이미 구조돼 보호소에 들어온 개들을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유기견들의 천국, 970마리 개들이 머무르는 코스타리카 동물보호소
▲출처=픽사베이

안락사없는 동물 보호소

최근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고 동물 보호소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할 것을 적극 홍보하는 동물 보호소가 늘었다. 유기견 입양이나 믹스견 입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점차 바뀌고 있다.

또한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 동물 보호소도 등장했다. 이들은 개 품종이 아니라 개의 성향과 특성에 집중해 유기견을 입양보낸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코스타리카에 있는 테리토리오 데 자구아테스(Territorio de Zaguates)다. 이곳은 리아 배틀이 설립한 산기슭의 거대한 농장이며 약 378에이커의 땅에 970마리의 개가 살고 있다.

이곳에 사는 개들은 모두 유기견이었다가 구조당한 개들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목줄도, 안락사도 없다. 말하자면 노킬(No-Kill) 보호소다. 개들은 넓은 들판을 마음껏 뛰어다닌다.

이 보호소의 수의사는 보호소에 들어온 개들 중 대부분이 믹스견이며, 믹스견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독특한 품종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버스 정류장 등에 광고판을 설치해 유기견 및 믹스견 입양을 장려하고 있다.

이 보호소는 점차 유명해졌다. 인간이 만들어낸 임의적인 '혈통'이나 '품종'이 아니라 개의 저마다 독특하고 특별하며 사랑스러운 면을 내세웠다.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개가 새 주인에게 입양됐다.

배틀은 "사랑받지 못할 동물은 없다. 뱀이 사랑받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내가 뱀을 사랑하면 된다. 두꺼비가 사랑받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내가 두꺼비를 사랑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유기견들의 천국, 970마리 개들이 머무르는 코스타리카 동물보호소
▲출처=셔터스톡

노킬 보호소의 어려움

배틀과 그녀의 남편 알바로 사우멧은 처음에 자신들의 집 뒷마당을 비공식적인 동물 보호소로 만들어 유기견을 구조했다. 구조한 개들은 곧바로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구조한 개들이 30마리에 이르렀고 이들은 농장으로 이사했다.

몇 년 후 개는 300마리로 늘어났다. 그 중 80마리는 코스타리카 수도에 있는 한 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견을 구조한 것이다. 개들은 계속 늘었다.

이곳은 마치 개들의 천국처럼 보인다. 하지만 개체 수가 많다보니 배틀과 사우멧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또 농장 이웃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배틀은 "이게 우리 사회의 실제 모습이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왜 고생을 사서 하냐고 묻는다. 나는 우리가 하는 일이 옳다고 생각한다. 안락사가 존재하는 동물 보호소는 해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테리토리오 데 자구아테스의 개들이 모두 새 가정을 찾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정을 찾지 못한 개가 안락사를 당하기보다 친구들과 어울려 뛰노는 곳에 머무르는 것이 낫다.

한 전문가는 "같은 보호소라고 하더라도 개가 철장이나 케이지 안에 갇혀있는 곳과 넓은 들판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은 다르다. 리아 배틀이 설립한 보호소는 개들의 정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팸타임스=이경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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