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한 고양이의 사진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브리티시 숏헤어 종의 고양이는 얼굴이 완벽하게 반은 검은색, 반은 회색으로 나뉘어있다. 이런 모습의 고양이를 '키메라 고양이'라고 부른다. 생물학에서 키메라는 여러 개의 수정란이 하나의 단일 유기체로 합체돼 서로 다른 유전 형질이 하나로 존재할 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모색의 고양이들이 모두 키메라 고양이인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 비너스라는 고양이도 마치 아수라 백작과 같은 얼굴 때문에 화제가 됐다. 비너스의 얼굴 절반은 오렌지색, 나머지 절반은 검은색이었다. 눈 또한 한 쪽은 녹색, 다른 한 쪽은 파란색이었다. 그런데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전문가이자 캘리포니아대학 교수인 레슬리 라이언스는 이 고양이가 키메라가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언스에 따르면 키메라 고양이는 수컷 고양이에게서 그리 드물지 않다. 수컷 삼색 고양이는 모두 키메라 고양이지만, 암컷의 경우 조금 다르다. 키메라 고양이가 되려면 고양이는 두 세트의 DNA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수컷 고양이의 경우 이 고양이가 서로 다른 DNA 세트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쉽다. 뚜렷한 오렌지색과 검은색 모색의 혼합은 고양이가 여분의 X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는 표시이기 때문이다. 즉, 수컷 삼색이는 모두 키메라 고양이다. 하지만 암컷 고양이는 애초에 두 개의 X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오렌지색과 검은색 모색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키메라 고양이와 비슷한 모색이지만 서로 다른 DNA 세트를 가지고 있지 않은 고양이가 삼색이인 셈이다. 대부분의 삼색이는 흰색, 오렌지색, 검은색 털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
그렇다면 눈 색이 다른 경우는 어떨까? 양쪽 눈의 색이 다른 것을 오드아이라고 하는데, 오드아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고양이가 서로 다른 두 개의 DNA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컬럼비아대학의 유전학 교수는 오드아이가 키메라 때문이 아닌 멜라닌 부족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란색 눈은 멜라닌 색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 경우, 고양이의 가슴에 흰 반점이 있을 확률이 높다. 흰 반점이 나타나는 유전자인 파이발트 유전자는 양쪽 눈 색이 달라지도록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오드아이가 반드시 키메라로 인한 결과는 아니다. 오히려 색소 결핍일 가능성이 높다.
고양이의 얼굴 가운데에 뚜렷한 구분선이 있는 것을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것이 키메라 고양이의 증거는 아니다. 여러 모색을 한꺼번에 가지고 있는 고양이의 대부분이 뚜렷한 구분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셔터스톡 |
그렇다면 고양이가 단순한 삼색이인지 아니면 키메라 고양이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이것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고양이의 성별, 모색, 품종 등을 고려해야 하며 가장 정확한 방법은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 삼색 고양이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암컷이기 때문에, 수컷 고양이가 삼색이로 태어난다면 키메라 고양이일 확률이 매우 높다. 오렌지색과 검은색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은 정상적인 수컷 고양이의 염색체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암컷 삼색 고양이 중에서도 키메라 고양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수컷에 비해 그것을 알아보기가 더욱 어렵다.
그리고 삼색 고양이에게서 오렌지색과 검은색, 흰색이 한꺼번에 발현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화제가 된 브리티시 숏헤어 고양이처럼 회색과 검은색이 반반씩 나타났다면 이 고양이는 키메라 고양이일 가능성이 높다.
[팸타임스=강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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