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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도시에서의 생존, '체르노빌의 버려진 개들'

강규정 2018-02-09 00:00:00

잊혀진 도시에서의 생존, '체르노빌의 버려진 개들'
▲출처=셔터스톡

시간이 멈춰버린 도시가 있다. 1986년 방사능 누출로 세계 최대의 참사를 기록한 곳. 바로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이다.

인간에게는 잊힌 도시가 되었지만, 여전히 이곳에는 생물체들이 악조건과 싸우며 생존하고 있다. 바로 버려진 개들이다.

잊혀진 도시에서의 생존, '체르노빌의 버려진 개들'
▲출처=픽사베이

체르노빌의 버려진 개들

만일 자신의 가족이 재난으로 인해 자신을 포기하고 버린다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체르노빌의 개들은 바로 이런 환경에 놓였다. 이들의 보호자들은 원전 사고가 발생한 도시에서 대피해 목숨을 건졌지만 개를 데리고 나오지는 못했다. 방치된 개들은 열악한 상황에서 견디며 번식했고, 현재는 많은 후손들이 굶주림, 추위와 싸우며 살고 있다.

체르노빌의 버려진 개들의 이야기는 지난 1997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Svetlana Alexievich)가 집필한 '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The Chernobyl Prayer: the Chronicles of the Future)'에 고스란히 담기며, 개들이 겪는 곤경과 절망을 보여줬다.

책에서는 개들의 절망스런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는데, 개들이 울부짖으며 버스에 올라타려고 했지만 군인들은 그들을 발로 차고 밀어냈다는 것. 그러나 개들은 여러 대의 버스를 쫒고 또 쫒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군인들은 무차별하게 이들을 쏘고 죽이라는 명령까지 수행해야 했다. 여기서 더 가슴 아픈 점은 자신의 이런 운명을 개들은 전혀 몰랐다는 사실. 개들은 다가오는 군인들에게 꼬리를 흔들며 환영했다. 아마도 자신에게 임박한 운명을 모른 채 오랜 기간의 기다림이 끝났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당시를 회상했던 책 속의 한 등장인물은 처음으로 임무에 들어간 날, 개들은 여전히 집주변을 지키며 사람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헛간과 집, 채소밭에서 개들을 쏘고 덤프트럭에 실어 날랐다고 전했다. 그는 개들은 왜 사람들이 자신을 쏘는지 이해하지도 못했다며, 이들은 반려동물었기 때문에 총이나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잊혀진 도시에서의 생존, '체르노빌의 버려진 개들'
▲출처=셔터스톡

체르노빌에서 살아간다는 것

사실 아무도 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체르노빌의 출입 금지 구역을 방문했던 가디언의 줄리 맥도월(Julie McDowall)에 따르면 수백마리의 개들이 이 곳을 자신들의 집으로 삼으며 살아가고 있었다고 전했다.

맥도월은 약 300마리의 개들이 출입금지 구역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이전에 사고에서 살아남은 개들의 후손들이라고 전했다. 물론 이들에게 조상들처럼 끔찍한 사고가 예상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인생이 편한 것도 아니다. 적절한 동물 보호소도 없을뿐더러 혹독한 추위, 그리고 굶주림을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 추위와 굶주림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해도 털 안에서 증가하고 있는 방사선량은 이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이런 요인들로 이곳에 사는 개들의 평균 수명은 6년이 넘지 못한다.

그러나 모든 생물체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이곳의 개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검문소 근처에서 경비원들이 만든 작은 오두막에서 생활하는데, 몇몇 개들은 근처 카페에 어슬렁거리며 인간이 주는 음식을 얻어먹는다. 맥도월은 이 곳 개들은 카페에 들르는 방문객들을 맞이하면서 마치 체르노빌의 비공식적인 마스코트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과 투어 가이드들 모두 개를 예뻐하고 사랑해준다. 한 투어 가이드인 나데즈다 스타로두프(Nadezhda Starodub)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방문객들이 개들을 만지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개들이 사랑스럽다는 것을 알고있다며, 개들도 방문객들이 주는 음식을 먹고 교감하며 사회화 돼고 있다고 말했다.

체르노빌의 변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변화는 불가능했다. 1986년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폭발지점의 30km에 달하는 주변 지역은 모두 '인간이 거주하기에 매우 오염된 곳'으로 규정됐기 때문. 그러나 이후 2002년 이곳은 투어 가이드를 통해 들어올 수 있는 관광 명소로 거듭났다. 2005년 이후에는 가이드 투어도 제한이 조금 풀리면서 호텔이나 카페에도 관광객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게 됐다. 물론 강아지들에게도 좋은 환경이 됐다.

산업재해 지역을 후원하는 비영리단체인 클린퓨처스펀드(CFF, Clean Futures Fund)는 이후 이 지역에 3곳의 동물 진료소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개들의 복지에 힘쓰기 시작했다. 주로 광견병이나 파보바이러스, 디스템퍼, 간염, 중성화 수술을 지원한다.

CFF는 그러나 이곳의 개는 종종 영양실조에 걸린다며, 숲으로 가도 늑대의 공격으로 음식을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자신의 식사를 나눠주는 사람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 단체는 현재 개의 개체수를 관리하며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팸타임스=강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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