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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정서 지원 동물때문에 선량한 사람도 피해본다

이경한 2018-02-08 00:00:00

'가짜' 정서 지원 동물때문에 선량한 사람도 피해본다
▲출처=셔터스톡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바꼈다고 말한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개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자 한다. 지난 몇년 동안 정신적인 고통을 겪다가 개를 입양한 뒤 안정을 되찾고 개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늘 동물과 함께 해야 하는 사람들, 즉 정서 지원 동물 혹은 서포트 애니멀(Emotional Support Animal)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정작 동물과 함께 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 인터넷으로 '가짜' 서포트 애니멀 등록증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동물을 데리고 여행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자신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시스템을 악용하고 있다.

지난 1986년 미국에서는 신체, 정신적 장애인들이 보조견이나 서포트 애니멀과 함께 항공기를 타고 여행할 때 증명을 요구하는 항공사들에 의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항공 운송업법이 통과됐다. 1990년에는 장애인법이 통과되며 미국은 장애인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그러나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이 이것을 악용하고 있어서 정작 이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항공사들은 서포트 애니멀 사칭 문제가 기승을 부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가짜' 정서 지원 동물때문에 선량한 사람도 피해본다
▲출처=셔터스톡

이제 미국에서 서포트 애니멀과 항공기를 이용하려면 여행하기 48시간 전까지 항공사에 해당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미국맹인연맹(National Federation of the Blind)은 "이것은 매우 불필요한 처사이며 불법적인 요구 사항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긴급하게 여행을 해야 할 때 동물을 동반하지 못하게 됐다. 또 이들은 정식 서포트 애니멀을 인증하기 위한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항공 운송업법에 저촉된다.

뉴욕 타임즈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레온하트는 "나는 이 상황을 보고 대량의 '가짜'들이 판을 치면 그것이 결국 받아들여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것은 개인 선호를 공공 복지보다 우선시하는 현대 문화의 단점이다"라고 비난했다.

서포트 애니멀을 위한 가짜 증명서를 받는 데에는 약 100달러(약 10만 8,000원)가 든다.

이 가짜 증명서를 받으면 반려견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여행할 때 반려견을 케이지에 넣어 수하물 칸에 싣거나 좌석 아래쪽에 넣어두지 않아도 된다. 또 반려견을 위한 비행 요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사람들은 서포트 애니멀로 새, 돼지, 원숭이, 칠면조, 뱀, 공작새 등을 데려오기도 했다.

이렇게 가짜 인증을 받은 가짜 서포트 애니멀이 다른 승객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일도 발생했다. 어떤 가짜 보조견은 근처에 앉은 승객을 공격해 심각한 상처를 입혔다.

'가짜' 정서 지원 동물때문에 선량한 사람도 피해본다
▲출처=셔터스톡

장애인이 살기 좋고 차별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가 타협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맹인이 보조견을 데리고 비행기에 탔는데 옆자리에 탄 당신에게 개털 알레르기가 있다면, 당신이 다음 비행기를 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동물이 실제 서포트 애니멀이고, 동물의 주인이 진짜로 동물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면 기꺼이 양보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동물 운송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가짜 인증을 받은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항공사들이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은 시간 문제였다. 하지만 해당 사안이 너무 복잡했고 항공사들의 초지는 실제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또 다른 해결책도 있다. 반려동물 주인들이 함께 모여 더 저렴하고 안전하며 동물 친화적인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만 6,000만 가구가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이것은 산업 시장이 무시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그들은 나름의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정당하게 활용해 자신들에게 이로운 방법을 만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제도를 악용해 그것이 더 불편하게 바뀌도록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어떤 사람은 동물을 키울 수 없는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자신의 반려견이 서포트 애니멀이라고 속이기도 했다.

이런 행동을 하는 대신 반려동물 주인들이 모여 동물 친화적인 아파트 건설을 주장하면 어떨까? 사업체 중 누군가는 이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정신 질환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논쟁이 아니다. 반려동물을은 명백히 우리 사회의 일원이며 이 동물들이 접근할 수 있는 사회 시설도 점점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이기적인 사람들의 잘못된 방식으로 인해 그 범위가 오히려 더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

[팸타임스=이경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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