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셔터스톡 |
흔히 머리가 좋지 않다고 자주 묘사되는 새들. 특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는 머리 나쁨의 전형적인 예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아이오와대의 과학자들은 비둘기가 고도의 추상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바로 뇌의 공통영역을 이용해 시간과 공간을 판단하는 것.
연구팀은 비둘기가 컴퓨터 화면에 나온 고정된 수평선을 보고 시간으로 표현되는 '길이'를 판단하도록 했는데, 비둘기는 길이가 긴 선을 고르는 것 외에도 시간이 오래가는 선이 길이가 더 길다는 것도 판단했다.
추상개념
비둘기가 뇌의 공통영역을 이용한다는 것은 추상적 개념이 별도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이 개념은 인간을 비롯한 다른 영장류의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로 나온 바 있다. 이번 연구로 새의 인지 능력이 인간과 영장류와 가깝다는 것이 입증됐는데, 비둘기의 신경계가 훨씬 더 큰 업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이에 지능을 가진 새에게 일명 '새대가리(Bird-Brain)'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을 인식할 때 뇌의 두정피질(parietal cortex)을 사용하는데, 시계나 줄자 등의 도구가 필요 없다. 뇌의 가장 바깥층에 위치한 두정피질은 말이나 의사결정을 포함한 고차원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부분이다. 다른 유형의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두정피질을 포함해 4개의 부분(lobes)들로 구성됐다. 이런 대뇌피질은 오직 인간만이 갖고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비둘기의 경우 두정 피질이 없어 뇌의 다른 영역을 활용해 시간과 공간을 구별해야 한다. 연구팀의 에드워드 와세르만(Edward Wasserman) 교수는 이와관련 조류와 초기 영장류의 중추 신경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화적 메카니즘일 것으로 추정했다.
일반 크기 테스트
연구팀은 컴퓨터 화면에 보여진 수평선을 비둘기에게 보여주면서 실험을 진행했다. 수평선은 6cm와 24cm 길이의 선들로, 매 2초 혹은 8초마다 보여줬다. 비둘기가 선의 길이를 정확히 보고할 때마다 사료로 보상했다. 실험은 화면에 나타난 시각적인 선들의 이미지를 비둘기가 부리로 쪼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연구팀은 또 비둘기가 선들이 길고 짧고를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 가변성을 부여한 실험을 진행했다. 추가적인 선들의 길이를 보여주면서, 짧게 혹은 길게 노출시켰다. 와세르만 교수는 이 실험에서 비둘기들은 어떤 치수의 선들이 테스트 될지 몰라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처리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실험 결과 선의 길이는 새들이 선의 길이를 구별하는 방법에 영향을 미쳤고, 선의 지속시간은 선의 길이를 인지하는 방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공간과 시간의 개념이 섞인 실험은 원숭이와 인간들에 수행된 연구와도 유사하다. 즉, 시간과 공간의 일반적인 '신경 코딩(neural coding)'을 보여주는 것.
이 연구는 두정피질이 시간과 공간 개념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기존의 믿음을 일축시켰다. 다만 비둘기의 뇌는 인간이 가진 이 부분을 갖고 있지 않아 이번 연구가 일반화되지는 못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다른 두뇌 시스템
아이오와대 신경과 3년 차인 대학원생 벤저민 드 코르테(Benjamin de Corte)는 피질이 공간과 시간을 판단하는데 쓰이는 독특한 부분은 아니라며, 비둘기들은 뇌의 다른 시스템으로 시공간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둘기가 사용한 이 다른 영역엔 피질이 없다고 강조했다. 새와 포유류가 가진 공통점 가운데 한가지는 이들 모두 시간과 목표지향적인 행동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합하는 선조체(striatum)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 구조에서도 시간과 공간, 숫자가 통합된다고 시사했다.
드 코르테는 메시지 전달용 비둘기를 먹이를 쫒는 포식자 비교했다. 가령 먹이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 판단하고, 이를 가까운 미래에 먹이가 어디에 있을지를 예측하는 것. 그리고 적절히 먹이를 가로채야 한다. 그는 비둘기 역시 이런 종류의 계산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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