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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대화하는 '애니멀 위스퍼러', 진실 혹은 거짓?

조윤하 2017-12-05 00:00:00

동물과 대화하는 '애니멀 위스퍼러', 진실 혹은 거짓?
▲ 출처 = 셔터스톡

모든 동물과 교감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애니멀 위스퍼러'. 여기 개와 고양이, 심지어는 바퀴벌레와도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있다.

홍콩에 거주하는 리 휘콴(Li Hiu-Kwan)은 동물과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며 자신을 애니멀 위스퍼러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도구는 텔레파시로, 동물의 사진을 보면서 자신을 동물의 세계로 이동시킨다는 것. 이런 그의 주장은 반려동물의 마음을 알고 싶어하는 여러 반려동물 보호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중이다. 동물과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애니멀 위스퍼러, 진실일까 거짓일까?

동물과 대화하는 '애니멀 위스퍼러', 진실 혹은 거짓?

바퀴벌레와 소통?

리는 의사소통을 위해 동물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동물에게 전화를 거는 행위에 비교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동물의 범주 안에는 곤충도 포함되는데, 바로 소름끼치고 오싹한 바퀴벌레까지도 그 마음을 알 수 있다는 것. 그는 한때 버스를 타면서 많은 바퀴벌레가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을 보았다는 점을 그 증거로 들었는데, 당시 바퀴벌레에게 자신에게 계속 달려들면 그들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이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바퀴벌레는 돌아가 도망쳤다는 것이다.

리의 이같은 주장을 신빙성 있게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마찬가지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며 이 분야에서 3년째 활동하고 있는 예시마 소랄니(Yeshma Sawlani)는 리가 말한 동물의 사진을 보는 행위가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심리를 읽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소통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점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같은 애니멀 위스퍼러나 커뮤니케이터들의 소득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리는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상담을 해주는 댓가로 15분 당 300 홍콩달러(약 4만 원)을 청구한다. 소랄니는 시간당 1500 홍콩달러(약 20만 원)를 받는다.

의문점들

이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 다른 많은 전문가들은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고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는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홍콩 임상 심리학자 협회 회장인 엘리자 청 이-라이(Eliza Cheung Yee-lai)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만나지 않고도 대화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청 회장은 동물과의 의사소통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언어가 내재하는 종내 및 종간 의사소통이라고 지적하며, 일명 위스퍼러라고 하는 사람들은 언어나 사인을 통해 동물들과 상호작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 회장은 1976~2007년까지 자신의 앵무새 알렉스(Alex)와 구두로 소통했던 아이린 페퍼버그(Irene Pepperberg)의 예를 들었는데, 페퍼버그는 당시 알렉스가 질문하는 능력을 갖춘 5살짜리 아이만큼 똑똑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수의사인 데이비드 홉킨스(David Hopkins) 역시 위스퍼러들이 반려동물 보호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결정적인 단서를 얻는다고 지적했다. 대화 중 이전 보호자들과 한 대화를 경험 삼아 동물들이 느끼는 것을 추측하는 것이지 사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홉킨스 박사는 이를 점성술과 비교해 설명했는데, 이들은 직감을 사용해 동물의 생각을 알아내기 때문에 과학적인 관점에서는 유용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맹신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한 예로 반려묘를 키우고 있는 응 퉁-탯(Ng Tung-tat)은 캣 위스퍼러가 자신이 언급하기도 전에 자신의 반려묘가 생선 맛 간식을 먹은 후 구토한 사건을 알고 있었다며 위스퍼러의 능력을 인정했다.

동물과 대화하는 '애니멀 위스퍼러', 진실 혹은 거짓?
▲ 출처 = 시저 밀란 / 셔터스톡

동물 행동 전문가들

위스퍼러라는 단어는 자칫 위에 언급된 것처럼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잘못 쓰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TV에 출연하며 동물들과 교감하고 행동을 교정하는 행동 전문가들은 허항된 방법이 아닌 실질적인 훈련과 방식으로 동물들과 교감한다.

유명한 TV 쇼인 '도그 위스퍼러(Dog Whisperer)'로 스타덤에 오른 시저 밀란(Cesar Millan)은 대표적인 개 행동 전문가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그는 보호자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하는데, 많은 미국인들이 운동이나 훈육 없이 그저 자신의 반려견들에게 애정만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이에 반려견들이 불안정한 상태로 남아 결국은 보호소로 보내진다는 것. 밀란은 이는 보호자들이 자초한 결과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미국 TV 쇼인 '고양이를 부탁해(My cat from hell)'에 출연하는 리처드 키르쉬너(Richard Kirschner) 역시 고양이 행동 전문가로 지난 15년간 동물 보호소에서 봉사하며 경험을 습득했다. 보호소에 일할 때 교통사고를 당한 고양이를 보고 이 분야에 몸담은 그는 베니(Benny)라는 자신의 반려묘를 통해 자신이 맹목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는 점차적으로 동물 복지에 힘쓰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

도시 외로움

아직까지 애니멀 위스퍼러에 대한 논란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것은 반려동물과의 대화를 원하는 사람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도시 외로움'이라는 특이한 환경에 비추어 설명하기도 한다. 홍콩은 출산율이 낮아 아이를 갖기 보다는 동물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2014년 태어난 신생아는 6만 2,305명에 그치며 하향세를 유지한 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수는 40%나 오른 41만 5,100명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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