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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탕 다룬 시(詩), 신춘문예 당선 논란 '표현의 자유인가? 동물학대인가?'

최주연 2015-01-09 00:00:00

길고양이탕 다룬 시(詩), 신춘문예 당선 논란 '표현의 자유인가? 동물학대인가?'
▲ ⓒ 삽화: 한수화 작가

201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詩) 부분 당선작 '탕제원'이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박은석 씨의 시 '탕제원'은 할머니의 무릎을 위해 고양이탕을 끓이는 모습과 그 곳에 머무는 노인들을 묘사한 시로 주최측으로부터 '표현의 묘미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점이 주목을 끌었으며 무엇보다 대상을 참신하게 바라봄으로써 신선미와 함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수백 마리의 길고양이 실종사건이 고양이탕을 위해 불법 포획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 시점에서 바로 그 고양이탕을 소재로 한 시가 신춘문예에 당선된 것으로 동물보호단체들과 동물애호가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물사랑실천협회는 지난7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전 세계적인 동물복지 추세에 발맞추기는커녕 역행하는 부산일보와 심사위원의 이번 일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부끄러운 일이다"고 밝히고 당선철회를 요청했다.

한편 부산일보 측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탕제원은 공개 공모를 통해 당선된 작품이다. 남의 작품을 베끼거나 이미 발표했던 작품인 경우에는 당선철회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번 작품은 수상작 철회요건에 맞는 부분은 없다"며 당선철회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부산일보도 그 동안 동물보호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보도를 많이 해왔다. 이번 시는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당선작 '탕제원' 전문이다.

탕제원 / 박은석

탕제원 앞을 지나칠 때마다 무릎의 냄새가 난다

용수철 같은 고양이의 무릎이 풀어지고 있던 탕제원 약탕기 속 할머니는 자주 가르릉 가르릉 소리를 냈었다 할머니의 무릎에는 몇 십 마리의 고양이가 들어 있었다. 가늘고 예민한 수염을 달인 마지막 약, 잘못 쓰면 고양이는 담을 넘어 달아난다.

밤이면 살금살금, 앙갚음이 무서웠다. 고양이를 쓰다듬듯 할머니의 무릎을 만졌다 몇 마리의 고양이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던 할머니들이 절룩거리며 나타났다 빗줄기가 들어간 무릎의 통증 등에 업힌 밭고랑 한가득 들어 있는 무릎

탕제원 오후는 화투패가 섞인다. 화투 패는 오래 달일 수가 없다 약탕기 안에 판 판의 끗발들이 성급하게 달여지고 있지만 가끔은 불법의 처방이 멱살을 잡기도 한다.

약탕기 속엔 팔짝팔짝 뛰던 용수철 몇 개 푹 고아지고 있는 탕제원, 가을 햇살은 탕제원 주인의 머리에서 반짝 빛난다. 무릎들이 무릎을 맞대고 팔월 지나 단풍을 뒤집고 있다.

애견신문 최주연 기자 4betterworl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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