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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썰매 세계 챔피언의 꿈을 안고 알래스카로 떠나는 서현철·이주현 부부

최주연 2013-10-23 00:00:00

"여러분은 개썰매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북극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에서 사냥을 위해 설원 위를 가로지르던 이누이트와 썰매개들, 개썰매로 남극점을 향해 출발한 탐험가 아문센, 이색 체험을 원하는 여행객들을 위한 개썰매 투어, 눈꼬리가 올라간 복실복실한 털의 매력적인 북극개들...아마 이런 생각들을 할 것이다. 하지만 곧 이런 리스트 위에 누군가의 이름을 추가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바로 머셔 서현철씨.

개썰매 세계 챔피언의 꿈을 안고 알래스카로 떠나는 서현철·이주현 부부

서현철씨는 개썰매 스포츠 국가대표로 현재 세계 랭킹 4위의 World Class Musher이다.

다년간 국가대표로 세계대회(독일,알래스카,일본)에 출전하였고 국내 유소년 캠프 코치와 독 스포츠 세미나 강사로도 활동을 하며 독 스포츠를 알려온 한국 개썰매 스포츠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2002년부터 시작한 그의 개썰매 인생은 이제 온전히 그 개썰매를 위해 알래스카 이민을 결정함으로써 제 2막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생소한 '머셔'라는 타이틀을 프로필로 가진 서현철씨와 트레이너이자 부인인 이주현씨를 만나기 위해 안성에 위치한 전원주택을 방문했다. 네비게이션은 논두렁 한가운데 차를 세워주었지만 35마리의 썰매개들이 우렁차게 반기는 소리에 집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2006년에 부부가 결혼을 한 후부터 살았다는 전원주택의 풍경은 참 평화로워 보였고 개들을 위한 시설도 깨끗하고 넓었다. 썰매개들을 위한 장소인 만큼 맘껏 뛸 수 있는 넓은 풀밭 운동장도 마련되어 있었다.

프로필에 적힌 머셔라는 타이틀이 궁금하다.

"머셔(Musher)는 독드라이버이다. 머싱(Mushing)은 드라이빙이고, 개썰매 자체를 머싱이라고 하고 머싱팀이라고 한다. 머싱은 개와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로서 썰매개 팀을 구성해야 가능한 종목이다. 머셔가 썰매를 타고, 밀고, 따라 달리는 등 다양한 형태로 개와 함께 호흡을 맞추어야 하는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이다, 머셔가 된지는 10년 됐다."

개썰매 세계 챔피언의 꿈을 안고 알래스카로 떠나는 서현철·이주현 부부

머셔가 된 계기는 무언인가?

"2003년도에 알래스카 말라뮤트를 키웠다. 그런데 그 개가 활동견이잖나, 그래서 운동을 시키기 위해 그냥 뛰었다. 매일 뛰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뛰느냐고 물었다. 그때 막연히 개썰매에 출전할거라고 내뱉듯이 얘기를 했다. 그러다가 개썰매 동호회를 알게 되고 2004년도에 첫 출전하게 되었다. 그때는 그냥 취미였고 우리 개 뛸 때까지만 뛰어야지 했다. 그러다가 2005년에 알래스칸 허스키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4마리 새끼가 태어나면서 관심이 더 많아지게 되었다."

"그 개들이 기존에 들어와 있던 개들과 완전히 달랐다 . 알래스칸 말라뮤트와 시베리안 허스키 견종과 완전히 다른 능력이 있었다. 3개월밖에 안됐는데도 지치지 않고 뛰는 등 능력이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국내에는 개썰매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어서 외국싸이트에 알아보고 외국 머셔들에게 연락해 정보를 얻어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개썰매를 개척해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나?

"시작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쉽게 갈 수 있었던 길도 돌아갔다고 보면 된다. 정보도 없고 아무 것도 몰랐기 때문에... 2000년 초반에 개썰매에 대해 제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냥 뛰게만 훈련시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훈련을 하는 데 있어 디테일한 것들이 많은 데 그때는 몰랐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뛰고 어떻게 하면 더 강한 체력을 갖고 지구력을 갖게 되는지 전혀 생각을 안했었고 무조건 개에 의존해 개에게 달리라고만 하는 수준이었다. 퀄리티도 떨어지고, 대회수준도 국내환경이 안받쳐주니까 열악했다, 게다가 굳이 훈련을 안 하고 뛰어도 상위랭킹에 들 수 있는 그런 짧은 레이스들이어서 개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뛸 수 있었고 그래서 그 정도 수준에 정체가 되어있었다."

지금 개썰매팀은 몇 팀 정도인지?

"초반에는 200~300팀이 있었는데 현재는 4~5팀 정도만 남아있다. 2002년도쯤의 초창기에는 스폰서도 많았다. 사료회사도 있었고 로또에서도 지원해 '로또배' 경기가 열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 후로 발전을 시키지 못했다. 재미가 없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우리나라가 개썰매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라 해도 재미있게 경기를 만들어갈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 외국에서 실시하는 레이스와는 방식도 다르고 지루하기도 해서 더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개썰매 자체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금전적인 부분이 따른다. 우리는 금전적 부분을 포기하고 하지만 보통 하시는 분들은 썰매개가 나이가 먹어갔을 때 다른 새로운 개를 영입해서 개썰매를 계속 해나가는 게 아니라 이제 나이를 먹었으니 썰매는 못한다고 그만두게 되는 것."

외국에 나가면 비용이 덜 들까?

"똑같다. 하지만 환경이 다르다. 우리 같은 팀이 많이 있고 레이스 자체도 크고, 금전적인 것은 같지만, 활동의 폭이 달라진다. 우리가 선수 영입이나 광고효과 등을 사업적으로 다룰 수 있는 켄넬 비즈니스를 할 수도 있다."

개썰매 세계 챔피언의 꿈을 안고 알래스카로 떠나는 서현철·이주현 부부

개썰매는 견종은 상관없다고 하던데 여기는 어떤 개들을 데리고 있나?

"유로하운드와 알래스칸 허스키 등이 많다. 시베리안 허스키나 알래스칸 말라뮤트는 안쓴다. 개들 퀄리티가 다르다. 투어링 같은 팀은 있겠지만 프로레이싱팀은 안쓴다."

유로하운드는 털도 짧고 날씬한데 추운데서 잘 뛰나?

"개썰매는 거리에 따라 장거리, 중장거리, 단거리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리는 단거리팀이고 50km 미만을 뛴다. 유로하운드의 경우 90년대 초반에 알래스칸 허스키와 저먼포인터를 크로스브리딩한 애들이다. 털이 짧고 알래스칸 허스키의 스피드와 저먼포인터의 지구력을 갖고 태어난 개들이다. 그래서 유로하운드는 단거리를 뛴다."

"장거리의 경우 1600km를 달리고 보통 알래스칸 허스키가 출전한다. 다큐멘터리에서 보는 썰매개들이 바로 알래스칸 허스키이다."

태극기를 단 선수복과 썰매 사진이 무척 인상적이다.

"한국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이런 개썰매팀이 있다는 것에 외국인들도 놀란다. 한 외국 경기에서 태극기 안달고 나갔더니 신문에 내가 일본인으로 나왔더라, 그 후로 태극기를 달게 되었고, 썰매에도 붙이게 됐다. 도전도 도전이지만 다른 나라에 대한민국에 대한홍보도 할 수 있으니까."

개썰매 세계 챔피언의 꿈을 안고 알래스카로 떠나는 서현철·이주현 부부

개썰매를 검색하면 '안녕하세요'라는 티비 예능 프로그램이 먼저 뜬다. 방송 출연 후 '개썰매 남편'으로 원치 않은 유명세를 타고 비난에 시달렸는데?

"다시 돌아간다면 출연은 절대 안한다. 방송 내용은 사실도 있지만 흐름이 너무 왜곡되어졌다. 사실 그 프로에서 말하고자 했던 우리의 고민은, 십년 넘게 해왔지만 상황이 너무 힘든 이 스포츠를 계속 해야 하는지 말아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출연결정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이런 스포츠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겠냐는 작가와의 대화 때문이었다. "

"그런데 결과는 오히려 스포츠가 왜곡되어버렸고, 제 고집으로만 하는 모습처럼 비쳐졌다. 물론 그 이후로 싫든 좋든 사람들이 개썰매를 알게 된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우리를 그냥 이슈거리로 만든 것뿐이었다."

(이현주) "방송에서 내가 눈물을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가 피땀 흘리고 노력하고 고생했던 부분에 울컥한 것인데 방송은 마치 신랑이 끝까지 고집 피워서 우는 와이프로 편집이 되어서 나갔다."

"개썰매는 겨울 스포츠라서 항상 추울 때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 초가을의 경우는 추운 새벽에 한다. 트레이닝을 계속해야하니까 현철씨가 12시간 근무하는 회사에 취직해서 주야로 돌아가며 근무했다. 아침에 출근이 8시라면 새벽에 3시에 일어나 애들을 챙겨 트레이닝이 가능한 여주 센터에 한 시간 반 운전을 해서 간다. 그리고 비포장에서 트레이닝을 하고 다시 집에 개들을 데려다 놓고 출근하는 생활을 했다. 그런 힘든 것들을 생각하고 울컥한 것이었는데..."

방송 때문에 부부가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다. 지나간 일은 뒤로 하고 드디어 10월10일 부부가 알래스카로 이민을 떠난다. 이민 결정은 어떻게 하게 된 것인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번 세계대회에 나가 탑 10 안에 들고 또 세계랭킹 4위가 되었다. 특히 이번에 출전한 애들은 메인팀이 아니라 14개월 된 어린 팀을 경험삼아 데리고 간 것이었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출전한 것인데 이런 성적을 내서 정말 기뻤고 소감이 남달랐다."

"그 전엔 우리가 항상 의문이 있었다. 2009년 세계대회에 출전할 때부터 비용 때문에 개들을 데려가지 못하고 현지에서 다른 개들을 빌려 출전했다. 그래서 국내에서 우리 개들을 이렇게 훈련하는 게 맞나 항상 의문이 항상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 애들을 데리고 나가서 첫 출전에 성적이 이렇게 잘나왔다. 알래스카에 가서 같은 환경에서 트레이닝을 했을 때 우리 아이들이 더 성장할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런 생각들이 '가서 살자' 에 의미가 된 것이다."

개썰매 세계 챔피언의 꿈을 안고 알래스카로 떠나는 서현철·이주현 부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의지와 용기가 부럽다. 알래스카에 집은 구했나? 개 35마리 항공료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1만2천평 정도의 대지에 집을 구했다. 지금 가면 부인이 고생이 많을 것이다. 춥기도 하고 아직 여러 가지 준비가 덜 되어서...그리고 나도 겁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소식이 있다. 대한항공에서 2년간 후원을 받게 됐다.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더라. 우리에게 어떤 형태든 만들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게 바로 대한항공 스폰서쉽이다. "

"그리고 KBS 인간극장에 출연하게 되었다. 알래스카도 그 촬영팀과 함께 떠난다. 촬영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 팀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인간극장 알래스카편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알래스카에서 우리가 활동을 하면서 방향성도 제시하고 싶고 이런 팀이 한국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후에 책을 쓸 계획도 갖고 있다. 또 해마다 한국선수들을 알래스카에 초청해 레이스를 뛸 수 있게 하고 싶다. 보통은 관광코스로 개썰매를 타서 체험만 하는데 일반인도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개썰매 타는 체험보다 조그만 레이스라도 출전하면 평생 기억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도전에 대한 메세지를 보여주고 싶다. 10년 전에는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지만, 후회는 없다. 그리고 우린 지금도 계속 도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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