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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 고영리 작가

최주연 2013-09-30 00:00:00

[인터뷰] '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 고영리 작가

"알 知 깨달을 悟, 지오

애견 이름 치고는 거창하게 지어진 저 이름은 매일 내게 화두로 다가온다.

알아가고 깨달아갈수록 나는 점점 더 부족해지고 지오는 점점 더 많은 것을 내게 알려주기에..."

스토리 프로듀서 겸 작가 고영리가 반려동물들과 함께 생활한 지난 6년간의 스토리를 책으로 묶어냈다. 반려견 지오와 유기견이었던 푸들 보리, 유기묘 자유와 유리의 이야기를 톡톡 튀는 필체로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

책장을 넘길 때마다 온통 진하게 묻어나는 사랑이 참 예쁘고 궁금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만난 고영리 작가는 필체보다 더 개성있고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이었다. 그가 뿜어내는 밝은 에너지와 사랑 속에서 행복하게 생활하는 반려동물들의 이야기를 좀 더 가까이 들어보았다.

[인터뷰] '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 고영리 작가

▲ 지오

지오에 대한 애정이 글에서 듬뿍 느껴진다. 첫 만남이 어땠나?

사실 지오는 강아지를 분양하는 사람에게서 받았다. 강아지가 안팔리면 보름 뒤에 먹겠다는 말을 듣고 바로 데려왔다. 금빛 털을 가진 작고 귀여운 코커스패니얼이었다. 그런데 털이 중간에 황토색으로 바뀌더라. 그리고 리트리버만큼 커졌다. 길 가던 아이가 지오를 보고 "엄마 이게 소야?"라고 물은 적도 있다.

책속에 담긴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한 작은 팁들이 유용해보였다. 키우면서 습득한 경험인가?

같은 개를 키우는 동아리를 들어갔다. 트위터에 코카당을 만들어서 코카를 키우는 사람들을 모아 얘기도 나누고 애견카페에서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나름대로 노하우가 만들어지고 그걸 역으로 동물병원에서 '이런 게 맞나요?'라고 확인을 받았다. 마치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의 육아모임처럼.

소소한 일상 사진들도 많아 보기 좋았다. 특히 빠진 이빨을 모아둔 사진, 그 이빨들을 아직도 가지고 있나?

글 쓰는 게 업이어서 언젠가는 지오에 대한 책을 내겠단 생각을 우리가 만난 첫날 지오 얼굴을 본 순간부터 했다. 지난 6년간 계속 사진을 찍고 수시로 하드에 모아 놨다. 중간에 하드가 날아가서 많이 없어졌음에도 지오 사진만 2천장이 넘는다.

병원 갔을 때는 선생님께 양해구하고 검진하는 사진까지 찍었다. 그리고 빠진 유치도 너무 아깝더라, 그래서 다 모았다. 송곳니, 어금니, 앞니, 심지어 배내털도 있다. 꼬리털도...음, 엄마가 어디 가서 말하지 말라하셨는데. 엄마가 많이 창피해하신다.(웃음)

[인터뷰] '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 고영리 작가
▲ 고영리작가는 지오의 아기시절부터 빠진 이빨을 모두 모아놓았다

대단하다. 엄마들도 그렇게는 못할 것이다. 그럼 이번엔 사고뭉치 지오에 대해 얘기해 달라.

사고 많이 쳤다. 책에 나온 이야기는 정말 작은 부분이다.

전기밥솥을 열어서 코가 헐을 때까지 밥을 다 퍼먹은 일도 있었다. 또 냉장고도 열고 정수기 눌러서 물도 마신다. 귤, 키위, 바나나도 껍질을 꾹 눌러 먹는다. 스팸도 힘으로 코로 눌러서 따는 수준이다. 먹을 것에 대해 타의 추종이 불허하게 머리를 쓴다. 빌트인 냉장고를 코로 열어서 우유팩이 있으면 옆으로 물어서 그 우유를 마신다. 나중에 내가 마시려고 보면 치즈가 되어 있는 황당한 경험 많이 했다.

책에서 애니멀커뮤니케이터 신디스미스가 등장한다. 어떻게 지오와 대화를 하는 것인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시간을 정해놓고 개의 사진과 살고 있는 위치를 알려줘 커넥팅을 하는 방법이다. 텔레파시 개념으로 대화한다. 두 번째는 전화를 하면서 내가 개의 반응을 살피면서 신디와 대화한다.

애니멀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지오의 생각을 많이 알 수 있었다. 한번은 넓은 집에서 좁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지오에게 "미안하다. 대신 그 앞에 탄천도 있고 하니 내가 산책을 자주 시켜주겠다"고 했다. 그 때 지오가 "상관없다. 엄마집이 작아진 거지, 내 집은 작아진 것은 아니다. 난 엄마를 사랑하니까 내 침대를 엄마와 나눠 쓸 수 있다." 라고 대답했다. 또 "엄마 살 빼야하니까 건강을 위해서도 나와 함께 산책을 다녀야한다."라고 했다.

지오 입양 후 유기견 보리, 길냥이 자유와 유리를 입양했다고 들었다. 길에서 쓰러져있는 고양이를 데리고 들어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버려진 고양이였던 유리는 애견 훈련소에서 키우고 있을 걸 데려왔다. 그리고 길냥이 자유는 처음에 버려진 걸레인줄 알았다. 초등학교 앞이라 쓰레기 치워줄려고 들어 올렸더니 야옹하더라. 물론 나도 두려웠다. 하지만 일단 목도리로 돌돌 싸서 집으로 데려왔다. 너무 작아 새끼인줄 알았다.

너무 더러워서 목욕을 시키려고 물에 집어넣었는데 물에 닿은 고양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 지 그 때 처음 알았다. 온 몸을 긁혔다. 고무장갑도 다 찢어지고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다음날 의왕시 임방동물병원을 데려갔다. 경력이 오래되고 무척 자애로우셨던 의사 선생님이셨는데 자유를 보시더니 4-5년 된 길냥이 아이고 수명이 다되어서 곧 죽을 것이니 안락사 시키는 게 나을 것이라 하셨다.

자유는 뒷다리에 뼈가 다 보일정도로 상처가 나 있었고 영양상태가 안좋아서 털이 뭉텅 뭉텅 빠졌다. 하지만 난 선생님께 꼭 치료를 해보자고 말씀드렸다. 감사하게도 중성화수술하고 다리 꿰매고 마취한 김에 털 미는 미용까지 한 상당한 치료비를 깎아주셨다. 그렇게 작고 아팠던 자유가 나중에 정준하 고양이가 되었다.

자유는 그 후로 3년을 더 살았다. 내가 본 고양이중 가장 애교가 많았다. 집에 가면 발라당 누워서 강아지들처럼 반겨주고 개가 하는 것처럼 똑같이 하고, 지오랑 둘이 태극무늬처럼 몸을 말고 잤다. 자유는 거의 개였다. "얘가 고양이 맞니?"라고 부모님이 물어보실 정도였으니까.

[인터뷰] '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 고영리 작가

▲ 고영리 작가의 아버지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된 지오

길냥이었던 자유를 떠나보내고 나서 펫로스에 대한 심정을 적으셨던데?

그때는 남아있는 애들이 있으니까 견딜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리랑 지오 보낼 생각이 많이 걱정이 된다. 나보다도 사실 부모님이 더 걱정된다, 두 분 다 환갑 넘으셨는데 '너는 나가 독립해서 살아도 지오는 놓고 가라' 하신다. 들어오실 때도 지오를 부르면서 들어오신다. 지오가 아빠를 정말 따른다.

유기견이었던 보리의 경우는 11살-12살로 추정하는데 (몇 년을 떠돌았는지 모르니까) 얼마 전만 해도 치매기가 있었다. 신기한데 사람 치매와 비슷하다. 앉은 자리에 똥오줌을 싸고 깔고 앉아 있다가 '보리야 이게 뭐야?'하면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 뱅뱅 돌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다가 집으로 들어가 돌아 앉아버린다. 그 때 엄마가 날 나무라셨다. 왜 저런 걸 보게 하느냐고, 엄마도 나이가 드시니까 그런 모습 보는 것을 가슴아파하시더라.

지오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스토리 프로듀서라는 고작가님의 직업이 궁금하다.

글뿐만 아니라 컨텐츠를 만드는 직업이다. 그것이 교육 컨텐츠가 되었건 아니면 기업에 필요한 홍보 컨텐츠가 되었건 그게 꼭 글이 아니라 영상이 되었건 간에, 작가는 작가지만 기획과 실행을 같이 하기 때문에 스토리 프로듀서라고 한다.

작가는 그냥 글을 쓰는 사람인데 만약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가장 편리한 수단이 영상이라면 나는 글 대신 영상팀을 꾸려서 그 영상을 만들 수 있게끔 전체 프로세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한다. 프로듀서가 하는 일을 하는 것, 그런데 거기에 대한 기반이 스토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다. 트렌드를 읽고 엔드이미지와 비젼을 제시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올댓스토리 창업멤버로 일하다 프리랜서로 전향한지 3개월 됐다.

[인터뷰] '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 고영리 작가

예전에 쓴 '와인만 찾는 여자 모텔만 찾는 남자'를 재밌게 읽었다. 어떻게 그렇게 남녀심리를 잘 뚫어볼 수 있는가? 관찰력이 뛰어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지오의 이야기도 남들보다 더 디테일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데?

워낙 글을 잘 쓰는 작가들은 많다. 하지만 그 작가들과 나의 차이는, 어떻게 보면 오만일 수 있고 얕은 장점일 수도 있지만, 글을 트렌드와 연결해서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획력이 있다는 것. 그래서 내가 프로듀서라는 명칭을 쓰는 것이다.

지오 책을 출판했던 국일 출판사와 또 작업을 하고 있다. 12월중에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와 내년 초에는 금융도서가 나올 예정이다. 그리고 지금 준비 중인 것 중 하나가 29금 소설이다. 19금도 약해 29금으로. 언제 나오냐고 다들 물어본다. 강아지책보다 더 재밌겠다고 기다리고들 있다.(웃음)

그 책 진심으로 기대하겠다. 그리고 고작가님은 요즘 사회가 원하는 사람인 것 같다. 다재다능이라고 할까?

그랬으면 좋겠다. 지오책도 처음 지오를 데려왔을 때부터 내고 싶었다. 제목도 6년 전에 지은 것. 지오 이름을 지어놓고, 출판 계획서를 만들어 담당자에게 이런 책을 내고 싶다고 보여줬다, 얼마 뒤 그 담당자가 그 출판사를 그만뒀는데 정말 5년 뒤에 그분이 다시 연락을 했다. 예전 그 애견 에세이 생각이 있느냐고 묻더라. 어떻게 그걸 갖고 있었냐고 했더니 언젠가는 꼭 하고 싶어서 5년 전 기획서 두 장을 여태까지 갖고 있었다고 하더라.

그 담당자분도 굉장하고 그렇게 멋진 기획서를 써 낸 고작가님도 대단하다. 마지막으로 애견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일단 제발 개똥 치울 봉지 좀 가지고 다니셨으면 좋겠다. 탄천에서 산책할 때 지오랑 보리 똥보다 남이 버리고 간 똥 치우는 일이 더 많다. 사람이 별로 없는 어두워 졌을 때 그냥 나오는 분들이 많다. 특히 작은 개가 더 그렇다. 뭐 저 정도쯤이야 하고 가시는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민원이 들어가고 개들이 다닐 곳이 더 좁아진다

또 키우고 있는 개가 외롭다고 새로운 개를 덥석 입양하는 것도 신중히 생각해야한다. 어쨌거나 10년 넘게 같이 해야 할 생명이다. 지금에서 하는 얘기지만 만약 이렇게 힘들고 마음이 쓰이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안 키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힘든 일인데 그런 판에 덥석덥석 가방 쇼핑하듯이 입양하고 자기 자랑하듯 sns에 하나 더 입양했어요~ 이러면서 자랑하는 걸 보면 차라리 실제적인 걸 고민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개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하위의 생명 개념이 아니다. 사람 생명의 무게와 벼룩(이)의 생명무게가 동등하다는 불교설화가 있다. 나는 그것이 맞다고 본다.

나는 요즘 산책을 갈 때도 지오에게 그냥 물어본다. "어디로 갈까?" 그러면 굳이 대답을 듣지 않아도 눈빛으로 지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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