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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사랑실천협회, 미니다큐 '보신탕' 시사회 개최

최주연 2013-07-25 00:00:00

외면했던 개식용 실태, 그 고통스런 진실과 마주한 시간

복날의 '보신탕'

그 동안 외면했던 진실을 마주하는 시간은 충분히 고통스러웠다. 잔인한 범죄와 영상에 대책 없이 노출되는 오늘날, 이미 충격에 무뎌질 대로 무뎌진 심장도 영화 속 개들의 고통에 차마 더는 못보고 눈을 감아 버렸다. 그리고 몰랐다는 변명도 이제 통하지 않게 되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미니다큐 '보신탕' 시사회 개최

7월23일 오후1시, 중복을 맞아 동물사랑실천협회와 인도적 행동연합이 제작한 미니 다큐멘터리 '보신탕(연출:정진아)' 시사회가 열렸다.

미니 다큐 '보신탕'은 익명의 조사원 2명이 2011년부터 일 년 이상 전국을 돌며 잠입 취재한 20분 길이의 영상으로 개식용 산업의 실태를 알아보고, 시민들의 생각을 통해 한국 사회가 개식용에 대해 어떠한 접근방법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고찰해 보는 내용이다.

서울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정진아 감독,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전 대표,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박창길 교수 등이 참석했으며 관객들과 함께 영화 시사 후 간담회 시간을 가졌다.

개식용 문제를 통해 병든 우리 사회를 돌아보자는 그들의 메시지를 들어봤다.

동물사랑실천협회, 미니다큐 '보신탕' 시사회 개최
▲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전 대표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전 대표

"이런 실태를 보는 것, 이런 영상을 찍는 것은 마지막이란 각오로 찍었다. 깊이 있는 조사를 위해 산업적으로 접근해야했고 조사원들은 야산에서 하루 이틀 계속 한자리에서 카메라 고정하고 추위와 싸워가면서 영상을 찍었다. 영상촬영에 있어서 인위적 연출이나 강요는 전혀 없었다."

박 전 대표는 잠입취재로 인해 조사원들의 노고에 공개적으로 고마움을 표시 못함을 아쉬워하면서 참혹했던 대한민국의 개 식용실태를 설명했다.

"그 동안 보아왔던 단편적 실태 이상이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제주도의 개농장에서 사육된 개들이 사람이 사용하는 냉장고 중 가장 작은 소형냉장고 크기의 철창 안에 무려 일곱 마리가 사지가 묶인 상태로 갇혀있는 모습이었다. 24시간 이상 그 상태 그대로 육지까지 이송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다리가 골절되거나 압사당해 죽는 경우가 있었다. 운송의 과정에서 개들의 사지를 다 구겨버린 채 이동하는 것은 개들끼리의 싸움을 막고자 조금이라도 틈을 주지 않기 위한 방편이다."

이 외에도 음식쓰레기를 먹고 전염병에 시달리는 개, 산 채로 끓는 물에 던져지는 개, 목을 매달아 몽둥이로 때리고 칼로 목을 베어 오랫동안 피를 흘리며 죽는 개 등 무자비한 학대를 밝힌 그는 현재 동물보호법에는 개식용 과정에서의 문제를 규제할 수 있는 법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가 모두 위법이다. 그 위법행위들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동물보호 단체도 개들을 안락사 시키면 위법이다. 지자체 보호소만이 동물을 안락사 시킬 수 있다. 단지 개고기를 먹기 위해 도살하는 것은 당연히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에 해당한다."

박 전 대표는 조사과정에서 발견한 위 사항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농장들을 모두 고발조치해 처벌받게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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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신탕'을 연출한 정진아 감독

정진아 감독

이 영화를 울면서 편집을 했다는 정진아 감독은 한국인들이 잔인한 것에 익숙해진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미 익숙해진 잔인한 영상만 보여주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영화 속에 사람을 투입했다. 마음이 움직일 수 있도록 감정을 넣었고 그 감정이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게 노력했다. 나는 개고기를 문화라고 여기지 않지만 이것을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문화나 전통 중 사라진 것들을 보면 안 좋은 것들이 사라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 감독은 "개고기는 개고기, 애완견은 애완견...이렇게 쉽게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문제가 쉽지 않다는 것,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점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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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신탕'시사회에 참석한 취재진과 관객들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박창길 교수

"현행 동물보호법에 의하면 지자체 직원이 개농장의 문제점들을 시정할 수 있게 되어있지만 공무원이 단속을 나갈 생각도 않고 엄두도 안난다고 하더라."

그 동안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 온 박창길 교수는 지자체의 소극적 행정과 정부의 무관심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창조경제 얘기를 하는데 OECD국가로서 이런 비윤리적이고 비위생적이고 불법적인 것을 놔두면서 과연 OECD국가가 맞는지, 그리고 어떤 아름다운 창조경제를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고 싶다."

또한 박교수는 "오늘 영상은 일 년여에 걸쳐 80개 이상 개고기 사육장을 조사한 동물사랑실천협회 관계자들의 노고의 결과"라고 감사를 표하며 "이번 시사회를 계기로 개고기 사육과 운송 도축에 관련된 문제점들이 더 명확히 인식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

이원복 대표는 개식용이 없어지는 것이 자신의 꿈이고 간절한 소망이라고 말했다.

"먹고 안먹고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알고 먹으라는 것이다. 동물보호라는 것이 다른 게 아니다. 역지사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만약 저 개라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안보고 싶었던 불편한 진실을 이제는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야한다고 강조한 박대표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생명에 대한 염려, 배려, 측은지심 등 사람들의 감정들이 메말라가고 있다. 동물단체로서 개식용 문제만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통해 병든 우리 사회를 돌아볼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개식용 근절을 위한 마지막 고발영상이 되고 싶다는 미니다큐 '보신탕'은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진행하는 스탑잇(STOP IT!) 홈페이지(http://www.stopitkorea.org)에서 볼 수 있다. 동물사랑실천협회는 개식용 금지법이 마련될 때까지 다양한 방법의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최주연 기자 4betterworl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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