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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국 IDA 국제동물보호 디렉터, 로빈 도먼

최주연 2013-07-22 00:00:00

동물에 대한 무관심 타파와 공감대 형성을 위한 행동가

[인터뷰] 미국 IDA 국제동물보호 디렉터, 로빈 도먼

무더위와 함께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복날, 서울 한복판에서 벽안의 외국인이 동물보호단체들의 개식용 반대 캠페인에 참여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친다. "Their agony, Someone's dinner"

그들의 고통이 누군가의 식사가 된다며 개고기 없는 세상을 주장하던 그는 미국 IDA의 국제동물보호 디렉터인 로빈 도먼(Robin Dorman)씨로 한국의 복날 개식용 반대 캠페인을 위해 미국에서 먼 길을 마다않고 날아온 헌신적인 행동가다.

그가 소속된 IDA(In Defense of Animals)는 동물들의 권리와 복지 및 서식지 보호를 위한 구조단체로 1983년 설립되었으며 동물 실험 중단과 야생동물들의 서식지 균형 복구와 구조작업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두 마리의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는 도먼씨는 용인의 애견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귀여운 강아지들의 모습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각별한 동물사랑이 느껴지는 그에게서 '무관심 타파와 공감대 형성'을 외치는 IDA의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 미국 IDA 국제동물보호 디렉터, 로빈 도먼

미국의 동물 실험 판도를 바꾼 IDA

-IDA는 세계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 단체인가?

"설립된 지 30주년 된 IDA는 아프리카 카메론에서 연구소 운영하며 부모 잃은 침팬지들을 위한 서식지를 제공하고, 인도 뭄바이에서는 유기견들과 고통 받는 동물들을 위해 수의사 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각종 동물들을 위한 연구소를 운영하며 야생동물 보호와 서커스에서 고통 받는 코끼리를 위한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 많은 IDA 활동들 중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것을 소개한다면?

"미국 정부 기관인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의학연구소에서 수년간 자행된 침팬지 생체 실험에 관한 사건이다. IDA는 침팬지 생체 실험에 관한 연구 결과와 법정, 법 집행 관련 기관 사례 및 동물 학대에 관련한 자료들을 토대로 정부에 수정을 요구했고 결국 정부는 더 이상 침팬지를 실험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동물실험의 판도를 바꿀 만한 이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방문이다. 어떤 일정을 가졌나?

"지난 7월 13일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에서 진행한 초복행사에 참가했다. 또한 한국의 주요 동물보호단체들을 만나 IDA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알아보았다. 동행의 초복행사는 IDA가 후원했고 이런 단체들의 캠페인을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기도 하다."

[인터뷰] 미국 IDA 국제동물보호 디렉터, 로빈 도먼
▲ ▲ 개식용반대 초복 행사에 참석한 로빈도먼 (사진출처: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한국서 구조한 농장 개들 미국으로 입양, "모든 개는 반려동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작년 방문 때 한국에서 했던 활동도 궁금하다.

"작년 첫 방문에서 개식용 농장을 방문하고 비디오 촬영을 했다. 그 중에서 식용견이 될 뻔한 개 12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했다. 그 중 개 두 마리는 미국으로 이송되어 입양되었고 조만간 두 마리가 또 미국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미국에서 입양된 개들은 누렁이라고 불리는 믹스견들이다. 최근 그 가족들이 모여서 입양을 축하하는 리유니온 행사를 가졌다. 또한 같이 있었지만 구조하지 못하고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다."

"우리는 개농장의 개들이 사람과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모든 개는 반려동물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말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IDA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재 한국의 동물 보호 단체들이 개고기 식용 금지 합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IDA의 역할은 그 노력의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들에 대해 최대한의 지원을 하는 것이다."

"한국의 개식용 금지 움직임은 동남아시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또한 나아가 전 세계에 한국 사회가 동물 학대를 적극적으로 금지하고 많은 이들이 개들과 삶을 같이 하는, 반려 동물을 사랑하는 곳으로 알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IDA 홈페이지(www.idausa.org)에는 현재 개식용에 관련해 한국만 언급되어 있다. 이유가 있나?

"IDA가 개식용에 대해 캠페인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8~9년 전 어떤 한국분이 개고기에 관련해 우리에게 편지를 보내와 도움을 요청하셨다. 그 전까지는 IDA에 개식용 관련 캠페인은 없었다. 그 편지를 받고 우리가 무언가 해보자해서 캠페인을 시작했고 한국단체와 접촉했다."

"한국의 개식용 문제에서 시작했고 지금은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개식용 반대 운동을 확장시키고 있다. 개식용 문제가 한국에만 국한된 건 아니니까."

[인터뷰] 미국 IDA 국제동물보호 디렉터, 로빈 도먼
▲ IDA 에서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

불필요한 고통은 줄여야 한다

-개식용반대 캠페인의 주된 초점이 무엇인가?

"우리는 불필요한 고통, 즉 상상하기 힘든 고통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 개가 '반려동물'이자 동시에 '가축'으로 분류되고 있는 사실을 다루고자 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육식 소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더 이상 식용을 위해 동물이 희생되는 일을 줄이고자 하는 바람이다. 동물사랑실천협회에 따르면, 13초마다 한 마리의 개가 희생되고 있다고 한다. 너무나 많은 생명들이 매 순간마다 고통을 당하고 희생되고 있다. 개고기 산업 중단은 더 많은 고통을 멈출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캠페인을 진행하는 데 있어 또 다른 쟁점들은 무엇인가?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개고기 식용으로 인해 베트남에서는 콜레라와 대장균이, 중국에서는 사람 근육에 사는 트리키넬라 회충이 발병됐다고 한다. 개식용 반대 캠페인에는 개들이 학대받는 문제 외에도 이런 위생적인 측면들이 있다. 또한 개고기를 먹으면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는 맹목적 믿음도 문제다."

"대부분 사람들이 개식용 반대에 대해 <왜 개만 먹지 말라고 하느냐? 닭이나 소는 먹어도 되고?>라는 질문을 한다. 개만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모든 육식을 줄여가야 하는 것인데 그 스타팅 포인트가 개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소비되는 고기가 많은데 굳이 거기에 반려동물로 인정받고 있는 개까지 넣을 필요가 있을까?"

"일부는 반려견과 먹는 개를 구분해서 개식용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하지만 반려견으로 키우다 식용개로 갈수도 있는 것이고 결국은 그것을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논리다."

동물들도 그들만의 권리, 삶, 감정이 있다

-개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초복행사장에서 부모님과 함께 나온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그 아이들은 강아지들을 안아주고 행복해하고 있었다. 이처럼 어린이들에게 이 세상은 다른 동물들과 같이 공유하고 존중하고 살아가야한다는 것, 동물들도 그들만의 권리가 있고 삶이 있으며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유대감을 높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80프로의 사람들은 동물을 사랑한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한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나머지 20프로의 사람들도 설득해야한다."

"얼마 전 한 방송인의 '개고기를 먹지 못하게 된 사연'에 대해 들었다. 식용을 위해 주인이 개를 산채로 끓는 물에 던졌는데 조금 후 그 펄펄 끓던 솥에서 개가 뛰쳐나와 자신을 먹으려 했던 주인에게 다가가서 꼬리를 흔들었다는 이야기였다. 이 장면을 목격한 그 방송인은 다시는 개고기를 먹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처럼 사람과 깊은 유대 관계를 갖고 풍부한 감정을 지닌 개에 대해 알게 됨으로써 개고기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 본다."

진지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해준 도먼씨는 한국에서 초복과 중복 행사 참여 후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며 올 겨울 캠페인을 위해 다시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기 위한 그의 노력이, 세상 이면의 어두운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가까운 미래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길 바란다.

최주연 기자 4betterworl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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