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커먼즈 |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물고기들을 북쪽으로 몰고 가고 있다. 환경의 변화는 비단 한 생물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주기 마련. 인간도 이러한 생태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2013년 8월 여름 어느 날 저녁. 미국 매사추세츠 남동부의 케이프코드(Cape Code) 운하에서 젊은 낚시꾼 저스틴 스프래그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엄청난 물고기를 낚아 올렸다. 그가 잡은 물고기는 금속빛에 칼처럼 날렵하게 생긴 돛새치(Sailfish)였다. 이 물고기는 케이프 코드에서 살지 않는다. 열대 혹은 아열대 지방에서 서식하는 이 물고기는 왜 여기까지 온 것일까.
북쪽으로 올라가는 물고기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케이프 코드에서 노바 스코티아로 이어지는 메인만(Gulf of Maine)은 해수 온도 변화를 일컫는 일명 '대서양 십년단위 진동(AMO, Atlantic Multidecadal Oscillation)'보다도 더 빠르게 기후 변화를 겪고 있다. 2004~2013년 사이 해수면 기온은 3.6도(F) 증가했다. 이런 결과로 해양 어업은 격변을 맞게 됐다. 바로 생태계 변화다.
2013년 연구에 따르면 물고기들은 자신들에 맞는 온도를 따라 더 높은 위도 지역으로 이동해왔다. 포르투갈에서는 최근 수년간 약 20종의 어류가 새로 발견됐는데, 대다수가 더 따뜻한 지역에서 서식하던 종이었다. 태평양의 치누크 연어는 북극해로 이동중이다. 영국 엑서터대 해양 생태학자 스티브 심슨(Steve Simpson) 박사에 따르면 현재 북유럽에서는 정어리가 청어를 대체하고 있으며, 대구와 해덕대구는 더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
미 동부에선 수온 상승으로 인한 어업 변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현지 럿거스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노스캐롤리나 연안에서 서식하던 검은 농어(Black sea bass)는 지난 반세기 동안 북쪽의 고위도 지역인 뉴저지로 이동했다. 바닷가재는 롱 아일랜드 해협에서 자취를 감췄으며 샛돔(Butterfish)은 걸프 지역에서 청어를 대체하는 종이 됐다. 동부 버지니아주의 체서피크만과 델러웨이만의 마스코트였던 블루 크랩은 더 북쪽인 메인주로 이동했다.
한마디로 대륙붕의 차가운 온도가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하면서 해저 생물들의 서식지는 위험에 처하고 있는 것. 1970년 이후 지구의 해수면 온도는 1도(F) 가까이 증가했고 오늘날의 해양은 1880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따뜻한 바다가 됐다. 심슨은 "지속적이고 생산적인 어업이 가능하다고 낙관하더라도 예전에 우리가 잡던 그런 물고기들은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소 잃어가는 바다
따뜻해진 바닷물은 기후 변화가 해양 변화를 초래한 원인인 동시에 수생물들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해양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산성화가 심화되면 플랑크톤의 번식은 더 확산된다. 이에 먹이사슬의 구조는 깨지게 된다. 또한 물고기들은 면역력이 더욱 약화되고 유생어류의 발달도 저해시켜 생존율을 낮추는 원인이 된다.
탈산소화는 더욱 심각하고 즉각적인 위협이다. 해양이 뜨거워지면서 멕시코만이나 체서피크만 등 농업 배수가 축적돼 만들어진 '저산소 사각지대'가 확산될 염려가 크기 때문. 따뜻한 물은 차가운 물보다 용존 산소(Dissolved Oxygen, 물속의 산소량)가 더 적을 뿐 아니라 쉽게 섞이지 않는 층으로 분리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980년대 중반 이후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바다는 산소를 잃어가고 있다.
리사 레빈(Lisa Levin) 미 캘리포니아대 스크립스해양연구소 교수는 자연적으로 산소가 부족한 태평양 연안을 따라 해양 생물들은 잘 진화해왔지만 이는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소가 부족하면 서식지를 잃게 된다"며 "(해양 생물들은) 북쪽으로 이동하거나 얕은 물로 올라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척추 동물처럼 쉽게 이동하지 못하는 생물들은 죽을 수도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따뜻한 물은 동물의 신진대사 속도를 촉진시키는데, 이를 위해 더 많은 산소가 호흡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 워싱턴 대학의 화학 해양 학자 커티스 도이치(Curtis Deutsch)에 따르면 동물들은 부족한 상황에서 더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는 2015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따뜻한 물과 탈산소화가 대구나 도마뱀, 바위 게 같은 흔한 어종에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바다 생물들은 자신들 서식지의 14~26%를 잃었다.
지중해나 호주, 일본 등에서는 기후 변화의 영향을 제대로 겪고 있다. 돌돔이나 샛돔, 독가시치 같은 열대어들이 따뜻해진 바다 속을 지배하게 됐다. 이들은 범위를 넓혀 켈프 같은 다시마들을 모조리 뜯어 먹으며 황폐화시킨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기회도 만들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아드리아나 베르게스(Adriana Verges) 미 뉴사우스웨일즈 대학 해양 생태학자에 따르면 가령 지중해에서는 해초를 먹는 독가시치 주변에 오두막 어장이 생겨나고 일부 일본 해역에서는 산호초들이 다시마의 틈새를 메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부작용이 더 많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연안에는 켈프가 극도로 감소해 전복과 가재와 같은 종들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한편, 북쪽이 아닌 남서부로 이동하는 어종들도 발견된다. 메인만의 경우 많은 종들이 더 차가운 곳을 찾고 있는데, 350여 종의 해양 생물을 관찰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움직임은 현지의 "기후 속도"에 더 가까웠다. 게다가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이 항상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만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알래스카만에 서식하는 종의 경우 태평양의 냉각주기와 더 조화롭게 움직였다. 이 연구는 해양이 한결같이 모두 따뜻한 것은 아니며 현지 조건이 물고기의 움직임을 더 광범위한 경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어부들과 당국의 고민
이러한 해양 생태계의 변화에 어부들도 고민에 빠졌다. 이들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거나, 혹은 다른 물고기들을 잡아야 하는 것. 어느 쪽이든 규모가 크고 잘 갖춰진 배를 소유하고 어획을 하는 어부들이 살아남기에 쉬운 구조가 된다. 이들은 큰 배를 이용해 장거리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이 2014년부터 기후 변화를 의사결정에 포함시켜 물의 온도에 따라 어획량의 한도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NOAA는 물의 온도 자료를 이용해 샛돔의 어획량을 제한시키려 했지만 이런 사례가 적용된 적은 거의 없었다. 물고기들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어획량 할당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당국이 변화하는 환경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면 더 심각한 일이 초래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과학자와 어업 관계자들은 이제 환경 변화로 생긴 예기치 못한 상황을 예상하고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엘리어트 헤이즌(Elliott Hazen) 생태학자는 "예기치 않은 사건이 항상 발생한다"며 기후 변화에 준비된 관리계획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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