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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치기에 죽어나간 왜가리들의 기막힌 사연

이경한 2017-11-09 00:00:00

가지치기에 죽어나간 왜가리들의 기막힌 사연
▲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창공을 날다 투명한 유리벽에 충돌해 다치거나 죽는 새들의 뉴스를 자주 접하는 요즘, 더욱 기막힌 이유로 죽고만 어린 새들의 이야기가 있다. 최근 홍콩에서는 야외의 큰 나무를 가지치기하다 갓 부화한 십여 마리의 새들이 다치거나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기막힌 사연을 공개한다.

몇달 전 홍콩의 완타우콕(Wan Tau Kok Lane) 근처 쾅푹 로드(Kwong Fuk Road). 이곳은 나무가 울창한 지역으로, 홍콩에서 2번째로 큰 왜가리 서식지다. 둥지 수만 해도 151개에 이른다. 그러나 이 곳에서 가지치기를 하던 정부소속 여가문화사무소(LCSD, Leisure and Cultural Services Department) 직원들에 의해 갓 부화한 새끼 새들이 둥지에서 내몰려 땅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화를 기다리던 수십 개의 알도 물론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당시 생명이 붙어있던 15마리의 새들은 바로 인근 카두리(Kadoorie) 농장으로 옮겨졌지만, 그 가운데서도 5마리의 새들은 도착하자마자 생을 마감했다. 한 마리는 상태가 심각해 안락사를 해야 했고 나머지 9마리는 생존해 집중 치료를 받았다.

농장 직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충격받았고 격분했다"고 말했다. 번식철에 새들의 보호구역에서 나무 가지치기를 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농장은 이번 일은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하며 부주의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대대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장은 또 야생동물 보호법에 따라 야생조류들을 다치게 하거나 혹은 둥지나 알을 파괴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사건에 분개한 사람들은 그외에도 많았다. 현지 조류감시협회도 가지치기를 수행한 정부 기관을 규탄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가지치기에 죽어나간 왜가리들의 기막힌 사연
▲ 사진 출처 : 픽사베이

당시 현장을 지나가던 한 행인이 가지치기를 말리려고 했지만 근로자들을 막지는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정부 기관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에 대한 비난은 확산됐다. 당시 현장에서 3마리의 새들을 구조했던 야생동물보호단체의 미셸 로(Michelle Law)는 가지치기를 결정한 것과 이루어진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지역은 이미 잘 알려진 왜가리의 서식지인데다 현재는 번식철이다. 당연히 새들이 이곳에 많이 모여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기관이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는 특히 가지치기로 잘려진 부분이 나무 몸통과 둥지에 굉장히 가까웠다고 말했다. 이 부분이 문제가 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잇단 비판에 직면한 LCSD는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성명을 통해 당시 작업은 지나치게 많이 자란 가지를 제거해달라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는 것. 또한 이는 공공 안전을 보장한 행동이었다고 덧붙였다. 물론 가지치기로 인해 새들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왜, 어째서 가지치기에 적합하지 않은 나무 몸통쪽 가지를 베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들끓는 비난 여론이 신경 쓰였는지 LCSD는 이후 또 다른 성명을 통해 진지하게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곳을 못마땅해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환경단체는 인정했다. 바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새들의 배설물 때문인데, 이것이 주민들의 불만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곳을 사랑하는 주민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들은 자연을 생각하고 새들을 보호하는데 있어 새들의 배설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왜가리 서식지를 지나 통근을 하는 거주민 사만다 퐁(Samantha Fong)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새들이 많을 때는, 우산을 쓰고 지나가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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