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환하게 만드는 미녀를 만나는 것은 늘 기분 좋은 일이다. 게다가 그 미녀가 예쁜 외모보다 더 고운 심성으로 감동을 주는 동물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면?
. 게다가 그 미녀가 예쁜 외모보다 더 고운 심성으로 감동을 주는 동물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면?
거리의 햇살이 여름으로 향하던 5월 23일 오후, 강남의 한 애견카페에서 모델이자 뷰티컨설턴트인 나유미씨를 만났다. 화사한 미모의 그는 특별한 사연을 안고 입양한 유기견 '노랑이'와 함께였다.
만나기 전부터 궁금했던 그의 별명 '화성인 바비인형녀'와 뷰티컨설턴트라는 직업에 대한 호기심은 온데간데없이, 우리는 짧지 않은 인터뷰 시간 내내 반려견 이야기로 끝없는 수다꽃을 피웠다. 그가 실천한 사랑의 감동이 잔잔하게 스며들어 고마운 시간이었다.
"작년 5월에 노랑이를 처음 만났어요.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 카페에서 안락사 위기에 놓인 딱한 아이가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얼굴이 너무 심한 상태였어요. 몸은 바짝 말라 있었고. 이 상태로는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단 말을 듣고 제가 임시보호를 하기로 했어요."
그가 보여준 노랑이의 처음 상태는 사진인데도 차마 쳐다보기 힘들만큼 심한 모습이었다. 검게 얼굴이 썩어 들어가는 모습이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모낭충이었어요. 이전에 노랑이를 입양했던 사람이 모낭충을 그냥 방치한 거죠. 병원에 가면 돈이 많이 드니까 못 데려간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 때 빨리 내가 능력이 안돼서 못 기르겠다고 카페나 입양센터에 말했다면 이 지경까지 가지는 않았을 거예요. 이것도 학대예요. 때려서 학대가 아니라 그냥 방치한 학대죠. 벌레가 피부를 다 먹은 상태인데 이런 아이를 두고 그 사람들은 그냥 생활을 한 거죠. 밥 먹을 거 다 먹고... "
▲ 모낭충으로 고통받고 있던 노랑이의 모습발견 당시 모습이 다시 생각났는지 그는 말을 채 잇지 못했다. 그에게 노랑이의 입양 결정은 쉬운 일이었을까?
"노랑이 전에 7개월가량 된 레오라는 유기견을 입양한 적이 있어요. 학대를 많이 당해서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어요. 예쁜 애들은 다 입양됐는데 그 아이만 남아있었죠. 어디서 이렇게 상처를 받았니, 이제 나랑 행복하게 살자하고 데려왔는데 불과 4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 버렸어요. 상처 받은 아이여서 제게 마음을 열 때까지 시간도 많이 걸렸고 저도 노력을 많이 했는데 정말 충격이 컸어요."
반려견을 한 번 떠나보내고 다시 입양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때문에 유미씨도 처음에는 노랑이 얼굴이 나을 때까지만 임시보호 하려 했다고 한다.
"그런데 데려온 지 6개월이 넘도록 노랑이 얼굴이 낫지 않는 거예요. 집에서 약 먹이고 병원 다니고 하는데 밥도 잘 안 먹고 너무 말라서 침대 위에도 못 올려놨어요. 떨어져 다칠까 봐요. 그렇게 시간이 많이 지나고, 점점 정이 들고, 노랑이도 이제 나랑 사는 것으로 생각할 텐데 또 다른 곳에 입양 보내면 애가 혼동이 올 것 같고, 그냥 내가 길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것이 인연인가보다 했죠."
이제 노랑이와 가족이 된 지 일 년, 그는 반려견을 키우는 것에 힘든 점은 없다고 한다. 집에 들어갔을 때 반겨주는 아이가 있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맞닿는 체온을 느끼는 것이 한 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처음 치료중일 때는 얼굴은 빨갛고 털은 듬성듬성해서 사람들이 병이라도 옮을까봐 피하더군요. 그래서 주로 밤에 산책시키고는 했어요. 또 모낭충은 언제 재발할지 모르기 때문에 병원에 주기적으로 가야하고 특히 눈 주위는 약물이 들어가면 시력을 잃기 때문에 치료를 못해요. 그래서 늘 꼼꼼히 살피죠. 노랑이는 미용도 제가 다 해줘요. 털이 너무 빨리 자라서 대체 너 무슨 생각하니? 라고 물어본 적도 있어요(웃음)."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노랑이는 카페에 놀러온 다른 강아지들과 어울려 놀고 또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안기며 즐거운 모습이었다. 사랑이 듬뿍 담긴 오랜 치료 기간을 거쳐서인지 지금은 과거 상처 따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주 예쁜 아이가 되었다. 주인처럼.
나유미씨는 연예인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에게 얼굴이 알려져 있다. 케이블 채널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해 바비인형녀로 큰 화제가 되었던 그는 그보다 훨씬 전 일본 유학시절부터 잡지 모델 활동을 했다. 소위 말하는 길거리 캐스팅으로 발탁되어 잡지 메인 모델이 되는 등 커리어를 쌓으며 팬들도 많이 생겼다.
▲ 메이크업 강의중인 나유미씨 모습 ▲ 나유미씨가 최근 출간한 책<이것이 메이크업이다>여자들이 궁금해 하는 모든 뷰티 정보를 총망라한 뷰티 바이블로 28가지 전혀 다른 스타일의 메이크업과 헤어, 네일 케어 등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디테일한 설명과 사진으로 화장이 서툰 사람도 충분히 따라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인다.
인형처럼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것은 모든 여자들의 소망이고 성형 없이도 충분히 메이크업만으로도 변신할 수 있다는 그는 싱글즈 잡지에 메이크업 강좌를 연재했고 엠넷 '필더그루브'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돌리윙크나 RMK 등 화장품 브랜드에서 강연을 하기도 한 그는 현재 뷰티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것이 메이크업이다'라는 책을 최근 출간했다.
뷰티업계에 있다 보니 처음 노랑이를 데리고 올 때도 약간의 오해를 받았다고 한다.
"제가 뷰티업계에서 일하니까 외모도 꾸미고 손톱도 화려하게 해요. 처음 노랑이를 데려 올 때도 저렇게 손톱이 길어서 애 잘 키우겠어? 하는 오해어린 시선을 받았어요."
물론 지금의 그와 노랑이의 모습을 보고 그런 말을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가 프리랜서라서 노랑이와 같이 있을 시간이 많아요. 외출하더라도 바로 바로 집에 들어오는 스타일이기도 하구요. 집에만 있는 것이 안쓰러워서 가끔 한강에 산책을 가는데 얼마 전 너무 놀란 일이 있었어요. 버려진 아기 고양이를 놀러 나온 청년들이 축구공처럼 발로 막 차고 놀더군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어린 강아지가 깨갱거리는 소리가 나서 보니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강아지를 발로 걷어차고 있었어요. 그 남자를 노려봤더니 내 개를 내가 차는데 왜 그러냐는 듯 오히려 나를 더 쏘아보는 거예요. 너무 어이없고 심장은 뛰고, 하지만 그 자리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 순간이 다시 떠오르는 듯 흥분한 그는 동물은 말을 못하니까 사람에게 못할 일을 동물들에게 하는 것 같다며 주변에 흔히 일어나는 동물 학대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버리는 사람은 이유가 있겠죠. 하지만 책임의식을 갖고 입양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냥 예뻐서 기른다가 아니라 가족이 된다는 생각으로 마지막까지 함께 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키우셨으면 좋겠어요. 사람도 강아지도 사랑받는 만큼 예뻐져요."
<애견신문 최주연 기자 4betterworl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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