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팸타임스 이경한 기자 ]
영어사전을 펼쳤을 때 동물로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바로 아드바크(Aardvark), 즉 땅돼지다. 땅돼지는 중형 크기의 굴을 파는 야행성 포유 동물로 남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등지에 서식한다. 과거에 아프리카개미곰, 케이프개미핥기 등의 이름으로 불린 땅돼지는 관치목에 속한 유일한 동물이다. 유럽의 초기 이민자들이 이 동물을 돼지로 착각했기 때문에 아프리칸어/네덜란드어로 땅돼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실 땅돼지는 돼지와 관련이 없고, 토끼와 비슷한 큰 귀, 캥거루와 비슷한 긴 꼬리를 가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땅돼지의 가장 가까운 친척은 코끼리, 바위너구리, 코끼리땃쥐, 황금두더지, 마다가스카르고슴도치붙이 등이라고 한다. 땅돼지의 몸은 둥근 아치형이며 굵고 거친 털로 덮여있다. 몸집은 중형이며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길다. 발톱이 매우 날카로워서 놀라운 속도와 힘으로 땅을 판다. 목은 짧고 머리는 길쭉하다. 주둥이는 돼지 주둥이와 비슷하다. 다만 일반 돼지보다 조금 더 길다. 시력은 비교적 좋지 않다. 눈의 망막에만 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간상세포인데, 어두운 빛을 감지하지만 색차를 구별하지 못한다.
다 큰 땅돼지는 최대 80킬로그램에 도달하며, 꼬리까지 몸 길이가 약 2.2미터 정도다. 주로 땅을 파고 생활하기 때문에 이에 따라 털 색이 연한 황갈색부터 붉은 갈색에 이른다. 길쭉한 주둥이는 개미를 잡아먹는 데 유용하다. 평소 움직임은 느긋하지만 5분 안에 1미터 가까이 이르는 굴을 팔 수 있으며 유속이 빠른 곳에서도 잘 헤엄친다. 야생에서는 18년까지, 동물원 등에서는 23년까지 산다. 땅돼지는 나미비아, 아이보리 코스트, 가나 및 마다가스카르의 해안 지역을 제외하고 아프리카의 특정 지역에 서식한다. 일반적으로 사바나, 삼림 지대 등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2/3 지역에서 자주 발견된다. 그리고 흰개미의 서식지 근처에 산다. 이 동물은 먹이를 찾기 위해 땅을 파기 때문에 높은 암석 지형이나 늪지대에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땅돼지의 행동 땅돼지는 평소에 소리를 잘 내지 않는다. 먹이를 찾을 때 작게 킁킁거리는 소리를 내며, 땅굴을 팔 때 약간 큰 소리를 낼 뿐이다. 그리고 공격당하거나 위협당하면 소리를 낸다. 땅돼지는 굴을 파서 생활하는데, 잠을 잘 때는 굴 입구를 막고 작은 구멍만 남겨 둔다. 그리고 동그란 공처럼 몸을 웅크리고 잔다.
땅돼지는 일반적으로 개미, 흰개미 및 메뚜기를 먹는 야행성 동물이다. 사자, 표범, 하이에나, 비단뱀과 같은 육식 동물을 경계하기 위해 늘 귀를 쫑긋 세우고 있으며 강력한 앞발로 굴을 팔 때는 코로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콧구멍을 닫는다. 혀는 길고 끈끈하며 약 5천마리의 개미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땅돼지는 이름처럼 땅을 파서 생활하며, 이 곳에서 잠을 자고 번식하기도 한다. 땅굴에는 입구가 여러 개 있으며 땅굴의 길이는 최대 13미터에 이른다. 땅돼지는 번식기 동안 한 쌍을 이뤄 생활하며 임신 기간은 약 7개월 정도다. 보통 한 배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지만 드문 경우 두 마리를 낳기도 한다. 새끼 땅돼지는 축 쳐진 귀와 많은 주름을 가지고 있다. 자라면서 귀는 점점 서고 주름은 사라지며 털이 자란다.
땅돼지의 보존 1869년 영국 런던 동물원에서 처음으로 땅돼지를 대중에게 선보였다고 한다. 현재는 영국, 미국, 독일 등 다른 나라의 동물원에도 땅돼지가 살고 있다. 야생에서는 땅돼지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는 땅돼지의 개체수가 적기 때문이 아니라 땅돼지의 생활습관 때문이다. 땅돼지는 낮에는 굴 속에서 생활하며 일몰 이후에 굴에서 나와 활동한다. 2006년에 땅돼지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멸종위기 동물 리스트에 보호종으로서는 가장 낮은 등급인 관심대상으로 등록됐다. 남부 아프리카에는 상당한 개체수의 땅돼지가 살고 있지만 동부, 중앙, 서부 아프리카에서는 땅돼지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 지역의 사람 인구 수가 늘어나면서 농업을 위해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동물을 사냥하기 때문이다.
이경한 기자 fam1@pc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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