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팸타임스 제은 기자]
아픈 강아지 방치하다 결국 백화점에 유기
작은 몸집으로 꼬물거리는 어린 동물은 마냥 귀엽다. 하지만 동물은 작고 어린 상태로 멈춰 있는 인형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보다 빠른 속도로 나이를 먹는다. 늙고 나이 들며 아픈 곳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 모든 시간을 함께할 자신이 없다면, 귀여운 사진과 영상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좋다.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건 행복한 순간뿐 아니라 아프고 늙어가는 순간까지 함께하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강아지 건강 악화되고 나이 들자 버린 듯
지난 8일, 부산의 한 백화점에서 자그마한 몸집의 말티즈 강아지가 발견됐다. 사람 많은 상설매장에 강아지를 밀어 넣고 도망가는 젊은 여자의 모습을 당시 옆에 있던 사람들이 목격했고 CCTV에도 찍혔지만 주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버려진 강아지는 일단 직원의 신고로 보호소에 들어갔지만, 유기된 것뿐만 아니라 건강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2.3kg가량의 작은 몸집인데 배에는 사람 주먹만 한 종양이 두 개나 육안으로 확인되어 보였고, 눈에도 종양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다.
보호소에 들어간다 한들 버린 게 명백한 주인이 찾으러 올 리도, 이렇게 아픈 아이가 입양을 갈 수 있을 리도 없었다. 결국 사연이 알려지며 한 봉사자가 급한 대로 임보처를 구해 강아지를 동물병원으로 데려갔다. 봉사자는 "CCTV에 찍힌 주인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버린 강아지를 어쩌겠는가 싶어서 우선 살리기 위해 병원으로 갔다"고 안타까워했다.
집에서 키운 주인 있는 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전혀 누군가 돌봐준 흔적이 없었다. 아마 전 견주가 강아지의 건강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방치하며 지켜보다가 결국 버리고 간 모양이었다. 강아지에게 우선 '새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새콤이는 치료 후원금을 모금하여 중성화, 스케일링, 체리아이, 종양까지 바로 수술에 들어가기로 했다. 동물병원에서는 "상태를 보니 최근 출산 경험이 있는 것 같다"는 소견을 덧붙였다. 출산 후 새끼 강아지만 남기고 어미 개를 유기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새콤이를 병원으로 옮긴 봉사자는 "유기견 봉사를 6년이나 했지만 이렇게 상태가 심각한 채 방치된 경우는 드물다, 보고 할 말을 잃었을 정도"라며 "일단은 아이를 살리는 게 우선이지만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하다 결국 유기한 전 견주의 행동은 너무나 무책임하다"고 덧붙였다.
동물 유기에 대한 심각성 인식 부족
가뜩이나 8월은 일 년 중에도 유기동물 수가 특히 급증하는 시기다. 여름 휴가철에 아이를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아, 보호소마다 수용할 공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할 정도다.
외진 곳에 몰래 버리기보다 오히려 사람들의 눈에 띄는 곳에 버리고 가는 경우도 많다. 특히 동물병원, 유기동물 보호소, 유기동물 봉사자의 동네나 집 앞 등에 버리면 그들이 살리거나 돌봐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동물을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본인의 마음이 편하기 위한 행위인 셈이다.
동네에서 10년 이상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다는 한 캣맘은 '버려진 고양이를 구조했다는 게 알려지면 일부러 그 자리에 버리고 가기 때문에 SNS에는 동네를 구체적으로 노출하지 않는 것이 캣맘들 사이의 불문율'이라고 전했다.
동물을 돌보는 다른 사람들의 친절에 기대어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는 행동이 죄책감을 덜어준다고 생각하는 걸까? 키우던 반려동물을 다른 누군가가 돌봐준다고 해서 그 상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버리는 사람은 양심의 가책만 털어내면 그만이지만, 버려진 동물은 다른 누군가가 선의로 노력해주어야만 그나마 재입양 등 새로운 삶을 꿈꿔볼 수 있다.
내년 3월부터는 동물을 유기할 경우 현행 '100만원 이하'에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로 상향되어 부과된다.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며 처벌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물 학대나 유기에 대한 사회 문제는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회적인 경각심이 필요한 것은 물론, 애초에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더욱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백화점에 유기된 강아지 새콤이는 일단 거제도의 한 임보 가정에서 지내게 되지만, 종양 수술 회복 이후 마지막까지 함께해줄 가족을 찾게 된다. 아마도 평탄하지 않았을 삶이지만,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고 이후에는 그 앞에 꽃길이 놓여있기를 바라본다.
제은 기자 winter_serenit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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