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된다는 것. 어쩌면 삶을 영위하고 있는 모두가 꿈꾸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우리는 각자의 분야에서 항상 최고가 되고자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최고라는 것의 기준 역시 사람에 따른 가치와 이상, 목표의 지향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최선의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최고, 그것도 세계 최고라는 명성을 얻으며 세계적인 명지휘자들로부터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찬사와 "100년에 한두 사람 나올까 말까 한 목소리다"라는 극찬을 받은 주인공이 바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씨다.
본지에서는 이탈리아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조수미씨를 지난 21일 만나봤다. 해외 공연의 바쁜 일정 속에도 인터뷰 내내 흐트러지지 않는 여유와 진솔함, 그리고 동물에 대한 애틋한 사랑까지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
조수미씨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 5대 오페라극장인 이태리 라 스칼라, 영국 로얄오페라하우스(코벤트가든), 미국 메트로폴리탄, 비인오페라극장, 파리오페라극장에 입성해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주역으로 노래하면서 프리마돈나로 데뷔, 현재로서 그녀의 수상과 이력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힘들 정도로 세계적인 성악가로 성공한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20대의 미국, 유럽 등의 세계적인 무대는 곧 자신의 재능을 완벽하게 갈고 닦기 위해 계속되는 시험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그런 보이지 않는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조수미씨는 지금도 전설을 만들고 있고, 또 세계가 인정하는 세계적 디바가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바쁜 일정 중에 어제 20일 귀국했는데 앞으로의 일정은?
"오늘은 대원음악상을 수상하려고 귀국했고요. 녹음활동은 유럽에서 계속하고 있고 3월말부터는 러시아부터 시작해서 다시 세계투어를 시작해요. 한국에서는 4월 30일 예술의 전당에서 오페라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대원음악상은 대원문화재단(이사장 김일곤)이 주는 상으로 이번 제7회 대원음악상 대상에 조수미씨가 선정됐다. 이 상은 음악가, 교육자, 언론 종사자 등 클래식음악 전문가 100여명의 추천을 받아 5명의 심사위원이 2차례 심사를 해서 선정한 상이다.
한편, 예술의 전당은 개관 25주년을 맞아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를 차례로 초청해 '코리안 월드스타 시리즈' 무대를 개최할 예정이다. 조수미씨는 오는 4월 30일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맞아 베르디의 오페라 아리아로 무대를 꾸민다.
생명에 대한 가치, 최소한의 권리는 존중되어야
조수미씨 하면 떠오르는 것은 '세계적인 소프라노'라는 명성뿐만이 아니다. 바로 동물사랑, 동물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명예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세계무대의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오면 유기동물보호소에 직접 자원봉사를 다닌다. 그래서 생명이 있거나 감정을 느끼는 동물들을 먹지 않는다.
채식을 하고 있으며 모피 옷조차 입지 않는다. 심지어는 모피를 홍보하는 광고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기를 먹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고기를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동물에게 가해지는 잔인한 고통과 생명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는 지켜줘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동물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어렸을 적부터 저는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특히 개는 좋아하는 것을 떠나서 사랑을 해요. 태어날 때부터 강아지랑 같이 컸고 83년도 유학 갔을 때, 그때는 인터넷도 없고 전화통화도 힘들었던 그 당시에 유기견 한 마리가 품속에 들어와서 15년 동안 생을 마감할 때까지 키웠죠. 항상 개랑 같이 살았어요. 그것도 묶어놓고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집안에서 가족처럼 같이 먹고, 같이 자고, 대화하고 그랬죠."
-현재 키우고 있는 강아지가 있나요?
"네, 3마리를 키우고 있어요. 두 마리가 피레네(피레니즈)인데 12살, 13살(토미, 밀리)이고요. 한 마리는 요크셔테리어 13살(신디)이에요. 신디는 한국에 들어올 때 같이 들어오기도 하고요. 지난 2007년에는 SBS 'TV 동물농장'에 나오기도 했었죠.
-바쁜 활동 중에 개들로 인한 불편한 점은 없는지요?
"불편하긴요. 불편한 것이 아니라 제 생활의 빛인데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해요. 개와 같이 살아보면 개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정감을 주기도 하면서, 사람을 배반하지 않고 한편으로는 그런면에서 볼 때 사람이 배울 점도 많잖아요. 이래서 '개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셨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아요."
-외국의 동물 문화는 어떤지요?
"독일, 프랑스, 이태리와 같은 나라의 선진국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법도 강화되어 있고 사람들의 의식 또한 높죠. 가족이기 때문에 개들에 대한 권리나 보호해 줄 수 있는 법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강하게 되어 있어요. 더욱이 한국은 아직도 개를 식용으로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세계인의 시선은 한국 자체에 대한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지죠. 빨리 고쳐져야 할 악습입니다.
저는 한국에 들어와서 들은 소리가 개는 '먹는 개가 따로 있고', '키우는 개가 따로 있다'라는 말인데 사실 그런 억지가 세상에 어디 있어요? 빨리 개선되어야 할 문제죠. 그런데 이런 말씀을 드려도 이 얘기에 동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동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점이 안타깝죠. 사람이 아무리 옳은 말을 하고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다고 말을 해 줘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죠."
-일부 사람들 중에는 "다른 고기는 먹어도 되고 왜 개고기만 먹지 말아야 하느냐?" 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많던데요?
"저는 물론 다른 고기도 먹지 않지만 개가 인간과의 관계에서 다른 동물들과 다른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돼지가 경찰견이 될 수 없고, 안내견 역할을 할 수는 없잖아요. 돼지가 주인 무덤을 지킨다는 말을 저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개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몇 천년, 몇 억년부터 인간과 함께 하는 동물로 기록에도 남아 있어요. <인간과 함께 하는 동물>이죠. 사람과 가장 친한 동물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개들은 경찰견, 안내견, 반려견 등 사람을 위해서 옆에 있어주잖아요. 개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사람은 그들에게 힘이 되고요."
-일부 사람들은 그게 한국의 문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던데요?
"국제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의 두 얼굴>이라고 해서 저한테도 많이 들어와요. '고층빌딩이 있는 국제적인 도시'와 '한쪽에는 개를 한곳에 모아서 죽이는 곳', 말 그래도 한국, 서울의 이중적인 모습인거죠.
아르헨티나에서는 교민이 개를 잡다가 추방까지 당할뻔 한 적도 있었고요. 최근에 파라과이에서는 교민이 개를 잡아서 신문에 크게 나기도 하고요. 선진국이 아닌 나라도 개를 먹는 다는 것은 상상을 못하는 거죠. 우리나라만 보도가 안 되죠. 그리고 우리나라는 욕이 보통 '개'로 시작하잖아요.
어제도 '개콘'에서 '상사가 미울 때는 어떡해야 되느냐?'라고 질문하니까 '그때는 집에 있는 강아지에 상사이름을 붙여서 때리면 된다.' 이런 것이 너무 악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브라우니' 그것도 아무리 형식적인 강아지 모형이지만 때리고, 함부로 처리하고 그런 것도 저는 부정적으로 봐요."
어릴 때의 충격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아
-유기견, 유기동물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제가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걱정하는 것이 '이렇게 추운데 유기견 중에는 또 죽는 아이가 있을텐데' 하는 거예요. 제가 이런 트라우마(trauma)가 있는 것은 사실은 어렸을 때 받은 큰 충격 때문이에요. 어렸을 때 정원은 아니고 작은 꽃밭이 있어서 꽃밭에 물주고 개들이랑 놀 수 있는 작은집에서 살았는데 아버님이 사업에 실패해서 작은 아파트에 이사를 가게 되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개들은 창원에 계신 할아버지한테 맡겼죠. 3남매가 한방을 쓰게 되니 도저히 개를 데려갈 수가 없었죠. 마음은 아프지만 현실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했죠. 저는 방학마다 내려갔죠.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깼는데 제가 가장 애지중지 하는 개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찾아보니 제가 사랑하는 개가 동네사람들이 때리고 반 정도 죽인상태에서 나무에 묶어서 불을 피우더라고요. 그것을 본 것이 아홉 살 때죠.
그 당시 받았던 충격이 성인이 된 지금도 잊혀 지지 않아요. 물론 그 당시에는 사람도 개도 지금처럼 잘 살 때는 아니지만 사람을 그렇게 잘 따르는 개를 그렇게 잔인하게 죽인다는 것, 저의 그때 트라우마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악몽으로 남았고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는거죠."
조수미씨는 한국을 떠난 지 30년이 되었지만 그 사이에도 어릴 적 악몽을 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을 대표하면서 일을 하고 있지만 동물에 대한 한국의 실정은 너무도 창피한데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다고도 말한다. 설득과 투쟁도 남의 옳은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을 때 효과를 발휘하는데 아직 성장도 안 되고,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여유가 없는 반면에 마치 악습이 문화처럼 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그 어떤 신(神)이 와도 먹혀들어갈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막막함을 전하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도 각 지자체에서 반려동물공원 등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외국은 어떤가요?
"외국은 필요가 없어요. 일반 공원도 다 같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만들 필요가 없는 거죠. 대부분의 장소는 다 같이 들어갈 수 있어요. 특별히 문화적인 장소가 아닌 이상 다 들어가죠. 그럴 경우 목줄을 이용해서 들어가죠."
-마지막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 자신도 좌절이 될 때가 많아요. 앉아 있으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학대나 유기견들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뛰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
유기견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기견을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정부에서 올해 1월 1일부터 동물등록제를 시작했잖아요. 우선 그 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 같고요. 한국이라는 살기 좋은 나라에서 개나 동물에 대한 이미지가 일본처럼 좋아졌으면 해요. 아직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일단 개나 고양이의 수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호주에 가서 봤는데요. 호주의 경우는 유기견이라는 말 자체가 없을 정도예요. 버리는 일도 없고 잊어버릴 경우는 보호소에 있는데 보호소도 무척 잘 되어 있어요. 개도 넓은 공간에 한 20마리 정보 밖에 없어요."
성악가 조수미, "세계적, 한국이 낳은"이라는 수식어를 빼면 오히려 어색한 세계적인 스타 조수미, 그녀와의 대화 내내 느껴지는 것은 스타로서의 모습보다는 인권과 생명에 대한 존엄함과 가치를 중시여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인권과 생명에 대한 가치가 과연 한국에서는 어떨까! 냉철하게 말해 많이 부족하다 못해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 현 한국의 현실이다. 그녀가 말하는 인권, 생명에 대한 존엄성, 그리고 소외받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과 모든 생명들이 그 자체로서 존중받는 사회가 하루빨리 도래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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