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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 맡긴 개, 죽은채로 견주손에...

이경관 2012-08-13 00:00:00

연일 이어지는 찜통더위에 동물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과 고온 스트레스로 닭과 오리 등 가금류 폐사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는 긴급 대책으로 5천만 원의 예산을 긴급 편성해 닭 사육농가에 비타민C와 전해질제를 공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의 피해는 비단 닭과 오리 등의 가금류뿐만이 아니다.

개들 역시도 엄청난 더위에 열사병으로 죽어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심각한 것은 더위로 인한 폐사가 아니라 애견훈련소의 열악한 환경과 시설, 관리 소홀과 폭염을 대비한 비상사태를 적절히 대처하지 않는 사인조차 모르는 폐사다.

훈련소에 맡긴 개, 죽은채로 견주손에...

지난 8월 1일 경기도 광주 오포에 있는 한 애견훈련소에서는 위탁을 맞긴 사모예드(우정이)가 죽는 일이 발생했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오후 7시가 넘은 시각. 현장에는 훈련소 관계자 2명과 견주(신혜란씨)와 일행 1명, 견사에는 그 무더운 날씨에 3시에 죽었다는 '우정이(사모예드)'는 어떠한 조치도 없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이 훈련소 소장 '소OO'씨에 따르면 "오전에도 잘 놀았고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외출 중이던 오후 3시 30분경 직원한테서 갑자기 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와 보니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훈련소라고 일컬어지는 경기도 오포의 이 애견훈련소는 훈련소라고 하기보다는 사육을 위한 개 사육장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열악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비용을 받고 개를 위탁받는 곳에서 사람도 쓰러질 정도의 폭염 비상사태에도 불구하고 창문하나 없는 3면이 막힌 견사와 빛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하는 지붕시설 등의 열악한 시설을 갖추고 고객의 소중한 반려견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훈련소에 맡긴 개, 죽은채로 견주손에...

훈련소에 맡긴 개, 죽은채로 견주손에...

또 애견훈련소를 운영하는 책임자가 사인을 파악하고 대처하지도 않고 죽은 후에도 그대로 방치해서 견주가 방문한 그 시각까지 사체를 폭염 속에 방치했다는 점은 실로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사체를 안고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찾은 분당에 있는 G동물병원 원장에 따르면 "병원을 찾은 시간이 늦어 일반 동물병원에서는 사인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죽은 후 바로 병원을 찾아야만 사인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너무 오랜 시간동안 방치된 관계로 정황상 열사병에 의한 사망으로 간주될 뿐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개는 견종에 따라 더위에 강한개가 있는 반면 추운지방에 살던 허스키, 말라뮤트, 사모예드 등의 개는 더위에 매우 약하다. 특히 사모예드의 경우는 추위에는 강하나 더위에는 상당히 약하므로 옥외견의 경우 개집의 위치와 통풍에 신경을 써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 전문 직업의 종사자가 이러한 견종들마다의 개별적 성향이나 특성을 고려치 않고 같은 환경에서 똑같이 취급을 한다는 것은 직업적인 능력이나 자질에 대해 심각하게 의심해 봐야 할 문제다. 뿐만 아니라 동물병원에 사체를 옮기고 자신의 개에 대한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죽은 후 바로 연락하지도 않고 그대로 방치한 이유에 대해 묻는 견주의 질문에 "개는 이미 죽었는데 어쩌라는 말이냐? 죽었는데 병원에 데려가면 뭐하느냐?"등의 무책임한 답변은 개를 통해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고 직업으로 삼고 있는 애견훈련소의 책임자라고는 믿기 어려운 작태다. 또한 타인의 소중한 반려견을 위탁받아 정성껏 보살피고 관리하는 다른 동종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훈련소, 위탁시설은 다 그래"라는 관행과 같은 선례가 될 수 있어 우려되는 바가 크다.

어떠한 직업이든 실수와 예외는 있다.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말 못하는 동물의 고통을 다 헤아리고 살필 수는 없다. 정성을 들이고 관리를 잘 해도 올 여름처럼 숨이 막힐 정도로 몰아치는 불볕더위에서는 돌발 상황이 발생해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돌발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시설과 관리를 해 왔는지, 자신의 돈 버는 수단의 일부이기도 한 "개"가 누군가에는 소중한 가족이고 동반자라는 생각을 갖고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지 되뇌여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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