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은 거북의 산란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출처=게티이미지스) |
플라스틱은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라스틱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을 만큼 지나치게 많은 플라스틱이 일상 곳곳에 침투해 있다. 이제 플라스틱의 편리함과 익숙함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사라질 리 없건만 사라질 줄 알았던 플라스틱이 눈앞에 되돌아오고 있다.
플라스틱은 분해돼 사라지는 유기 물질이 아니다. 부서지고 쪼개지다 크기 5mm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인 미세플라스틱이 돼 분해되지 않고 지구 환경에 축적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플라스틱의 해악은 동식물은 물론 인간의 건강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미세플라스틱이 바다거북의 산란 환경을 파괴해 암수 성 비율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경각심을 높인다.
영국 엑세터대학 과학자들은 붉은 바다거북과 푸른 바다거북이 자주 출몰하는 키프로스 섬 해변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조사했다. 조사를 주도한 엑세터대학 에밀리 던컴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인 해양오염학회지에 게재했다.
지중해 동부에 위치한 키프로스 섬의 해변은 붉은 바다거북과 푸른 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곳으로 유명하다. 엑스터대학 연구진은 키스로스 섬 해변 17곳에서 침전물 샘플 1,209개를 수집했다. 조사 결과 1입방미터(㎥)당 13만개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잘게 쪼개진 플라스틱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었다.
바다거북의 암수 성은 인간과는 달리 온도가 결정한다. 수컷은 24~29.5℃, 암컷은 29.5~34℃에서 주로 태어난다. 부화 전 모래 온도가 높을수록 암컷이 태어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그런데 플라스틱은 열을 축적하는 성질이 있다. 플라스틱이 해안에 많으면 많을수록 모래 온도가 상승, 암컷과 수컷의 성 비율이 급격히 달라질 수 있다. 어느 한 쪽으로 성 비율이 쏠리면 바다거북이라는 종 자체가 종국에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엑스터대학 연구진은 "부화 전 모래 온도가 바다거북 새끼들의 성 비율을 바꿔놓을 수 있지만, 미세플라스틱의 농도가 정확히 얼마만큼 늘어나야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지 현재로서는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추가 연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플라스틱은 거북의 암수 성 비율에 영향을 미친다(출처=123rf) |
바다거북은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사는 동물이다. 바다거북에게 중요한 것은 환경이지 지역이 아니다. 바다거북 보존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미세플라스틱의 경우 어느 한 국가가 팔을 걷어붙여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 해도, 다른 국가의 규제가 느슨하면 바다거북 보존 활동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과 산란 환경의 상관성을 정확히 규명하는 것과 별개로 국제적 보호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
▲플라스틱 대신에 재활용품을 사용하면 거북의 산란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출처=게티이미지스) |
[팸타임스=김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