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도감 (출처=셔터스톡) |
인간이 살고있는 거대한 환경 안에서 곤충이 생존하기란 엄청난 모험과도 같다. 이 작은 생명체에게는 무수한 천적들이 위협을 가하기 때문에, 물거나 쏘는 등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 메커니즘이 발달 돼 있다. 또, 어떤 능력은 천적을 압도해 공격도 가능하게 한다.
인간들은 중요한 일을 위해서라면 희생도 마다하지 않으며,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결과를 얻어내려고 한다. 이는 곤충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곤충은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기 파괴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고 실행에 옮긴다.
이는 새롭게 발견된 방어 메커니즘으로, 곤충은 군집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생명체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올라프 루펠 생물학 박사는 "하나의 작은 일벌레가 잃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전체 군집을 파괴할 수 있는 커다란 포식자를 막기 위해서라면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일반적인 동물에서 볼 수 있는 행동은 아니다. 곤충은 스스로를 돌볼 수 있으며, 미래의 번식과 새끼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희생할 수 있다. 한편, 뉴사이언티스트닷컴에 따르면, 곤충의 자기희생적인 행동은 선제적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자기희생적인 행동을 하는 곤충의 대표적인 사례는 동남아시아에서 서식하는 '자살폭탄개미(exploding ant)'다. 관련 학자들이 붙인 공식적인 명칭은 '옐로우 구(Yellow Goo)'인 이 생명체는 지난 1935년 발견됐다.
빈자연사박물관의 곤충학자 라시니 박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자기 파괴적인 행동이 극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자살폭탄개미의 방어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개미가 적을 물면, 피부가 터질 때까지 근육이 수축하게 돼 카레 같은 냄새가 나는 찐득찐득한 점액을 분비한다. 이 같은 행동으로 침입자를 죽이거나 공격을 지연시킬 수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군집을 구하기 위해 이 같은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곤충 15종을 확인했다.
이 자기 파괴적인 행동은 '눈에는 눈' 같은 방법 이상으로, 천적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에 이르게 된다. 라시니 박사는 "이 같은 곤충들은 궁지에 몰리면 적을 감염시킬 수 있다"며 "내장에서 독을 내뿜어 천적을 죽인다"고 설명했다.
▲먹이를 운반하고 있는 불개미 (출처=게티 이미지) |
자기희생적인 행동은 군집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메커니즘의 극한 방법이지만, 자기희생 방법이 전부는 아니다. 곤충들이 새끼와 군집을 보호하기 위한 다른 수단도 있다.
1. 목숨이 위태로울 경우, 도움을 받기를 거부한다. 곤충은 치명적이지 않은 부상을 입은 경우 상처를 핥아서 회복할 수 있으며 다시 나가 싸우려고 한다. 스위스 로잔대 에릭 프랭크 진화생물학 박사는 "개미가 부상에서 회복할 수 있는 동료 개미만을 구조하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이 아니다. 구조하려는 개미들은 부상 당한 모든 개미를 도와주려고 하지만, 이미 자신의 상태가 회복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한 개미는 몸을 격렬하게 흔들어 구조 개미의 도움을 거부한다.
2. 선제적인 행동을 한다. 크라카우농업대학 아담 토필스키 박사는 "개미는 매일 밤 군집이 포식자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희생하고 있다"며 "매일 저녁 일개미 몇 마리씩이 개미집 입구를 몸으로 막아 포식자의 공격을 막아내는 행동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우발적인 희생이 아니다. 매일 밤마다 보초 당번을 선 개미들은 입구를 완전히 은폐하는 행동을 한다. 그리고 밤새 그들 중 생존한 개미는 한 마리도 없다. 일부는 바람에 날려가거나 일부는 포식자의 공격을 받기 때문이다.
3. 추방. 질병이나 박테리아는 밀폐된 개미 둥지 안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작은 생명체는 자신이 질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되면, 스스로 무리를 떠나 죽음을 선택한다.
이 모든 영웅적인 행동을 하는 개미들을 '착한 개미'라고 결론지을 수는 없다. 사람의 몸에 해를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작은 생명체가 자신의 군집을 생존시키기 위해 희생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인정해야 한다.
▲여왕을 지키고 있는 붉은 개미 (출처=게티 이미지) |
[팸타임스=심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