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반려견(출처=123rf) |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들이라면, 때때로 자신의 개가 자신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매우 잘 알아듣고 이해하는 것 처럼 보일때가 있을 것이다. 물론 과학적으로 개가 인간의 얼굴을 신속하게 인식할 수 있다거나 혹은 목소리를 구별하는 등 완벽하게 인간의 언어와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는 증거는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많이 인간을 이해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점은 분명 개는 인간이 아니라는 점. 갓 태어난 강아지 새끼나 신생아의 행동, 즉 자신의 어미를 쫒고 먹을 것을 달라고 우는 모습은 영락없이 똑같지만, 그래도 개가 인간이 될 수 는 없다는 것을 먼저 알아두자. 이는 단지 우리가 하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 개가 어떤 종류의 행동적 반응을 보일때마다, 개를 마치 의인화된 형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네슬레 퓨리나의 행동 심리학자 산드라 린은 한 가지 친숙한 사례를 인용했다. 사례인 즉, 한 보호자가 반려견을 두고 약 8시간 동안 외출해있었다고 한다. 너무 오랫동안 혼자서 방치된 개는 집에 있던 큰 화분의 흙을 모조리 파내고 자신의 보호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보호자는 집에 돌아왔지만 바닥에 흙이 쓰레기가 뒤덮여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엉망이 된 거실의 한 가운데 개가 앉아있는 것. 당시 개의 표정은 어땠을까? 바로 범죄를 저지른 것을 후회하고 반성이라도 하는양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이 장면만 본다면 당연히 개가 자신이 한 일을 알고 수치심과 후회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개과 신경증 전문의인 그레고리 번스 박사에 따르면, 이런 행동은 나름 갈등을 줄이고자 개가 보여주는 하나의 행동에 불과하다. 바로 다음 번에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할때 보호자가 자신을 덜 싫어하도록 만들기위해 이런 표정을 보인다는 것. 결론적으로, 개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전혀 미안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보호자가 좋아할 만한 행동으로 자신에게 더 가깝게 다가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뿐이다.
▲보호자를 올려다 보고 있는 반려견(출처=123rf) |
자신의 반려견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보호자들은 아무리 나쁜 상황이라도 자신의 개는 항상 자신을 위해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실제로 보호자를 위해서인지 혹은 단지 사료를 위해서인지는 알 길이 없다고 반박한다.
물론 개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범위를 똑같이 갖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각이 덜 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동물은 신체 언어와 관련된 일련의 패턴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인식하는데, 개는 이보다 한수 위다. 즉, 자신의 보호자가 우울하고 침울해할 경우, 자신의 기질을 어느정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보호자의 스트레스를 기꺼이 자신이 포옹하고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보호자의 기분이 나아지면 더 열심히 그리고 기꺼이 자신의 보호자와 재밌게 놀면서 함께 있는다.
이는 개가 비록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 가령 수치심이나 자부심, 멸시 등을 다 느끼지는 않지만, 성인이나 어린아이 모두 다 갖고있는 매우 기본적인 감정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개들의 지능이나 마음은 2살 짜리 아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감정적인 영역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강아지의 인지 기능은 인간보다 훨씬 더 빠른 약 4~6개월에 이뤄진다.
인간의 감정에 대한 개들의 인식은 극히 기본적인 수준일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보호자의 기분이나 의도,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해 느끼는 감정까지 지각할때가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개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보호자에게 위협을 가할 경우, 행동적 대응을 통해 이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한다. 만일 보호자가 개와 산책을 나섰다가 자신이 만나고 싶어하지 않은 사람과 마주치게 된다면, 개는 이 상황이 그리 유쾌한 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는 것. 이후 공원에서 휴식을 취할 경우에도 개는 이 휴식이 보호자가 의도적으로 취하는 휴식이라는 생각을 가지도록 만든다.
이와 관련, 비교인지학 후지타 카즈오 교수는 실험에서 개들은 자신의 보호자가 취하는 행동을 통해 보여지는 비언어적인 단서에 능숙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보호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는지 여부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실험에서, 개는 자신의 보호자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을때 퇴짜를 맞거나 혹은 도움을 받는 상황을 지켜보도록 했는데, 그 결과 개들은 자신의 보호자를 무시한 사람들이 주는 사료를 먹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견을 안고있는 보호자(출처=123rf) |
인간이 개를 키운 이래로 개는 다른 동물들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인간과 공존하는 법을 배웠다. 이는 강아지가 자신의 보호자를 마치 부모로 인식하도록 만들기도 했는데, 오스트리아 빈에 소재한 수의학 대학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연구는 '안전한 기본 효과' 이론을 증명하기 위한 것으로, 바로 유아에게서 잘 발견되는 행동이다. 어린아이가 새로운 상황에 직면할때마다 부모를 바라보는 것으로, 개들의 실험에도 이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했다. 실험은 보호자가 개에게 어떤 일을 하도록 지시하는 것으로, 단 보호자가 없을때와 있더라도 침묵하거나 혹은 독려하는 상황을 조성했다. 실험 결과, 개들은 보호자가 없을때는 일을 해야 하는 동기가 덜 부여됐다. 그러나 독려하거나 침묵하는 것과 관계없이, 보호자가 있을때는 열정적으로 작업을 완료했다.
이러한 적응은 처음에는 개들이 인간과의 생존을 위해 발현되었을 수 있지만, 점차 보호자와 반려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무엇인가로 변형되는 과정을 거쳤다. 즉, 인간과 개가 동반자의 관계로 변화하면서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된 것이다.
[팸타임스=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