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의 배를 간지럽히고 있는 보호자(출처=게티 이미지) |
옆에 가만히 있던 고양이나 강아지가 갑자기 주인을 향해 배를 드러내고 누웠다면? 당연히 배를 간지럽히면서 만지고 싶은 충동이 느껴질 것이다. 생물학자였던 찰스 다윈에 따르면 이런 간지럼의 행위는 유대감의 한 형태다. 간지럼을 통해 상대방과 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러나 고양이나 강아지에게는 이런 행동이 유대감으로 이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반려동물과 간지럼, 그 간극을 파헤쳐보자.
▲배를 내밀고 드러누운 고양이(출처=플리커) |
인간은 보통 자신과 친한 사람의 맨발에 간지럼을 태우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이 행위를 자신과 친한 개나 고양이에게 한다면 큰 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간지럼을 개나 고양이에게 태우는 순간 손을 뿌리치고 멀리 달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려동물의 성향이 꽤 공격적이라면, 아예 시도조차 않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판단이다. 훈련을 잘 못받았거나 혹은 훈련이 부족한 반려동물에게는 차라리 간지럼을 태우지 않는 것이 좋다고 수의사인 니콜라스 도드맨은 강조했다. 도드맨 박사에 따르면 간지럼을 싫어하는 반려동물에 이런 행동을 할 경우 보호자로서의 지배력은 곧 큰 도전을 맞게 될 수 있다.
호주의 수의사인 크리스 브라운 박사 역시 최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반려동물이 배를 드러내고 누운 행동은 보호자의 간지럼을 원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말했다. 브라운 박사의 이런 지적은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대학의 질 맥케이 박사가 진행한 연구 결과에서 나온 것으로, 맥케이 박사에 따르면 개가 배를 드러내고 눕는 것은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보호자에게 배를 쓰다듬어 달라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사는 강아지나 고양이가 이런 행동을 할 때 대다수의 보호자가 배를 간지럽히거나 문지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자신의 민감한 신체 부위를 노출시키는 것 자체는 단순히 보호자에 대한 신뢰의 표시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양이나 개는 배를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부위로 여기기 때문에, 보호자가 그 부위를 만지는 것은 이들의 개인적인 부위를 침입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즉, 신뢰를 망가뜨리는 행위라는 의미다.
▲반려동물이 배를 드러낸 것은 보호자에 대한 신뢰의 표현일 수 있다(출처=플리커) |
브라운 박사는 맥케이 박사의 결과와 관련해 여러 보호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그결과 배를 문지르는 것을 좋아하는 반려견이 아주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오히려 반려견이 보호자의 손길을 더 요구한다는 것도 밝혀졌다. 가령 문 앞에서 누워버리거나 혹은 보호자의 손을 꽉 움켜 잡는다는 것. 과거 6마리의 반려견과 15년가량을 함께 살았던 브렌다 왓슨 역시, 자신의 반려견들 모두 배를 쓰다듬는 것을 좋아하고 즐겼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호주의 뉴사우스 웨일즈 출신의 반려견 미용 손질사인 타시 앤스티스는 자신의 직업 경험으로 볼 때, 보통 반려견들은 겁을 먹었거나 복종하는 모습을 보일 때 이런 행동을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려견 보호자들과는 달리 대다수의 고양이 보호자들은 자신의 반려묘가 배를 쓰다듬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일 고양이의 배를 무척이나 쓰다듬고 싶다면 반드시 긁힐 것을 감수하고 하라는 것이다. 고양이가 배를 내밀고 뒤집어 눕기는 하지만, 단지 그 행위로 끝이라고 이들은 말했다. 배를 쓰다듬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 보호자는 일부에 그쳤다.
또한 몇몇 보호자들은 배를 문지르거나 긁어주는 것과 간지럼을 태우는 것의 미묘한 차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또다른 사람들은 간지럽히는 것이 아닌 마시지를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양이나 강아지가 아닌 다른 반려동물의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시드니에 거주하는 로레타 재규캔스카스는 자신이 기르는 앵무새인 로리킷이 배를 쓰다듬어주는 것을 매우 즐긴다고 말했고, 돼지를 키우는 제인 에반스는 빗자루나 진공 청소기로 배를 문질러 준다고 말했다.
어쨌든 이런 모든 결과와 상관없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들은 자신의 동물이 어떤 습성을 갖고있고 자신의 어떤 행동을 좋아하는지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반려동물이 좋아하고 용인하는 행동만 해야한다는 것.
[팸타임스=이경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