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발(출처=픽시어) |
반려견을 잃는 것은 끔찍하고 슬픈 일이다. 반려견의 죽음을 경험한 반려동물 주인들은 반려견과 함께 했던 날들을 회상하며 슬픔에 잠긴다. 반려견은 주인과 강한 유대감과 사랑을 나누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반려견을 잃은 사람들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슬픔을 겪는 것일까? 최근 학계와 연구 공동체인 컨버세이션(Conversation)에서 심리학자들이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심리학자 줄리 액셀로드에 따르면 반려견을 잃은 주인이 슬픔에 잠기는 이유는 그가 단순히 반려동물을 잃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있어 개는 동반자이자, 무조건적인 사랑의 원천이자, 안락함을 주는 대상이자, 자신을 보호하는 존재다.
액셀로드는 수백만 명의 반려동물 소유자들이 다른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는 슬픔을 느낀다고 말한다.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반려동물 주인에게 "다른 동물을 사면 되잖아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반려동물 주인에게는 반려동물을 잃는 것이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를 잃는 것보다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이것은 사람의 일상생활과 일정이 모두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맞춰졌기 때문이다. 사이언스다이렉트(ScienceDirect) 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많은 반려견 주인들이 반려견이 죽고 나서도 반려견의 짖는 소리를 듣거나 환영을 봤다고 말한다. 특히 반려견과 함께한 시간이 많았던 사람일수록 환영이나 환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누워있는 개(출처=픽사베이) |
이렇게 반려동물을 잃고 나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과 슬픔을 겪는 것을 펫로스 증후군이라고 한다. 하지만 액셀로드는 반려동물 주인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고통과 마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랜 시간 함께 한 반려동물을 잃으면 고통스럽고 슬픈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뿐이다.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있으면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수의사나 다른 반려동물 주인들과 슬픔을 나눈다. 반려동물을 잃은 주인들이 모여 만든 단체도 있다. 심리학자나 상담사를 찾아가도 좋다.
반려견이 쓰던 장난감, 담요, 밥그릇, 침대 등이 집 안에 남아있으면 슬픔이 더욱 가중될 뿐이다. 액셀로드는 반려동물이 쓰던 물건을 처분하되, 한꺼번에 없애버리지 않을 것을 권장한다. 대신 그 물건이 원래 있던 자리가 아닌 다른 곳으로 옮긴다. 점점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물건을 옮겼다가 창고에 보관하거나 기부해도 좋다.
▲반려동물 공동묘지(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의 유골을 납골당에 옮기거나 반려동물을 묻은 곳에 나무를 심어 반려동물을 추억한다. 또 반려동물의 유골로 스톤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반려동물이 살아있었을 때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편집해 스크랩북이나 앨범을 만들어도 좋다. 반려동물과 즐겁게 지냈던 시간을 돌이키고 싶을 때 유용하다.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슬픔에 빠지는 것은 어른뿐만이 아니다. 아이들도 반려동물을 잃고 슬퍼할 수 있다. 그런데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슬픔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다. 부모는 자녀가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슬픔을 표현하며 반려동물의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야 한다.
개는 주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주는 선물이다. 반려동물은 우리에게 인내, 친절, 사랑, 장난, 책임감을 가르친다. 반려동물이 귀중품을 망가뜨리더라도 우리는 운고 넘길 수 있다. 공간과 마음을 공유하던 반려동물이 떠나면 큰 상실감에 빠지겠지만, 슬픔에는 경계와 일정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단, 그 슬픔이 당신의 일상생활을 압도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 당신은 부정, 분노, 우울, 협상을 거쳐 수용하는 단계에 돌입한다.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지키면서 이 과정을 건강하게 헤쳐 나가고 반려동물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팸타임스=이경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