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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의 축 늘어진 귀, 인간에게 길들여진 결과일까

이경한 2018-02-05 00:00:00

강아지의 축 늘어진 귀, 인간에게 길들여진 결과일까
▲출처=셔터스톡

강아지의 펄럭거리는 귀가 인간과 함께 살아오면서 생긴 진화의 결과물이라는 연구가 발표돼 화제가 됐다. 인간은 늘어진 귀를 더 귀엽게 여기며 이에 맞춰 강아지도 점차 귀의 모양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야생개들의 경우 귀가 날카로우면서 쫑끗하게 서 있는데, 이는 주변의 잠재 포식자들의 소리나 다른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비단 개에게만 이런 특징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염소나 돼지 등 인간과 함께 살면서 가축화된 동물들은 모두다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

강아지의 축 늘어진 귀, 인간에게 길들여진 결과일까
▲출처=셔터스톡

다윈의 진화론

인간과 함께 사는 반려견들에게는 모두 한 가지의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길게 축 늘어져 펄럭거리는 귀다. 이런 귀의 모양은 인간에게 길러지면서 오랫동안 진화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개들의 이러한 진화 과정에 대해서는 진화론의 아버지인 찰스 다윈이 약 150년 전 집필한 '종의 기원'을 보면 된다. 그는 당시 늑대의 귀는 쫑긋하고 꼿꼿하게 서있지만 사람들에게 길들여진 동물들은 반대로 귀가 늘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미 공영방송 NPR은 중국의 고양이나 러시아의 말, 이탈리아의 양과 독일의 기니피그, 인도의 염소, 그외 토끼나 돼지, 개 등 오랫동안 문명화를 이룬 국가들에서 이러한 특징이 나타난다고 다윈의 이론을 뒷받침했다.

다윈은 당시 동물들의 귀가 똑바로 서지 못하는 것은 가축화되면서 길들여진 결과와 관련이 있다고 결론지었는데, 약 100년 후 구소련의 유전학자 드미트리 벨라예프는 이 이론을 입증하기에 이른다.

그는 한 농장으로부터 약 130마리의 새끼 은여우를 가져와 기르며 번식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데려온 여우들은 모두 부모들에게서 길러진 것들로 구성됐다. 새끼들이 자란 후 번식시킬 여우들을 고를 때도 동일한 기준을 다시 적용시켰다. 이후 수십 세대를 거친 뒤 벨라예프는 자신이 길렀던 여우들이 모두 길들여졌으며, 귀가 이전보다 확실히 더 축늘어진 모양을 갖췄다고 결론냈다. 이로써 행동의 변화가 예상치 못한 외관 변화를 일으킨다는 다윈의 이론이 확인된 것이다.

신경능선세포(Neural Crest Cells)

초기 과학자들은 이러한 개들의 특징을 신경능선세포로 설명했다. 이는 배아 발달과정의 초기에 형성되는데, 동물 신체의 거의 모든 부분으로 퍼지고 아드레날린을 포함한 신체 발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동물은 신경능선세포가 적을경우 아드레날린 생성도 적어진다. 이에 동물들이 '투쟁-도피 반응(flight-or-fight response)' 이 감소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설명이다. 투쟁-도피반응은 긴급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각성 상태를 일컫는다. 반면 인간에게는 더욱 친근해지면서 충성스러운 동반자가 된다.

신경능선세포 수의 감소는 또한 길들여진 동물들의 귀 같은 신체의 다른 부분에까지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믿었다. 그리고 수천 년의 선택적 번식을 거치면서 특정 동물들의 특징은 인간에게 더 매력적으로 어필되도록 영구적으로 변모됐다는 것이다. 여기엔 털이나 귀 등이 포함된다.

강아지의 축 늘어진 귀, 인간에게 길들여진 결과일까
▲출처=셔터스톡

3배엽층

1868년 다윈의 논문이 발표됐던 같은 시기에 스위스의 해부학자인 윌헬름 히스 Sr 역시 배아신경능에 관해 기술하며 3배엽층(3 germ layers) 이론을 알렸다. 그는 발달 초기 과정에서 척추 배아는 총 3개의 배엽층으로 구성되어있다고 말했다.

외곽에 있는 외배엽(ectoderm)은 피부를 생성하는 부분과 중추신경계를 생성하는 부분 사이에 위치해있다. 이들이 중간층인 중배엽(mesoderm)으로 이동할때 골격과 근육, 결합, 선, 생식 조직들이 생성된다. 그리고 각 배아층들은 상호 배타적인 조직들을 생성한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20년 가량이 지난 후 러시아의 생물학자인 니콜라이 카츠첸코는 두개안면골(craniofacial skeleton)과 같은 전형적 중충 조직(archetypal middle layer tissue)의 기원이 신경능에 있다는 이론을 내세웠다. 이 이론은 약 30년 후에 받아들여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쉬대학 연구소의 아담 윌킨스에 따르면 신경능이 생산하는 것은 그러나 얼굴 골격과 결합 조직, 귀, 치아뿐만이 아니다. 색소 세포, 신경, 부신(아르레날린과 다른 호르몬들을 분비)도 분비시키며 투쟁-도피 반응을 중재한다. 신경능세포는 또한 전뇌(forebrain) 일부와 여러 호르몬 분비선의 발달을 자극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덧붙였다.

연구자들은 신경세포 수나 활동의 감소 원인은 신경능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유전자에서 기존 변이형을 선택하는 '길들여지기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차례대로 신경능에서 파생된 광범위한 구조에 영향을 주면서 길들여지게 됐다는 것이다.

[팸타임스=이경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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