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여자보다 과학을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가? 무슬림은 크리스찬보다 더 잔인한가? 과체중인 사람들은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인가? 당신이 차를 고치러 카센터에 갔는데 여자 수리공 밖에 없다면 어떡하겠는가?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과연 이 질문에 공정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혹여나 당신이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면, 쉽게 대답할 지도 모르는 질문들이다.
사람들은 모두 생김새나 말투, 행동이 다르다. 겉으로 드러나는 신체적 차이뿐 아니라 성격, 재능, 종교, 문화, 정치적 의견도 모두 다른 것처럼. 이렇듯 사회는 모든 것들이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들로 이뤄져 있다. 그렇다면 차별이란 무엇일까. 차별이란 합당한 이유 없이 차이를 근거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일의 성격과는 상관없는 학력이나 국적, 피부색을 기준으로 임금을 더 적게 지급하는 것도 사회에서 흔히 일어나는 '차별'인 것이다. 다시 말해 차별은 앞서 언급한 질문들과 직결되는 고정관념과 편견, 두려움과 적대감의 감정의 합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영화 '주토피아' 속 누구나 살고 싶은 곳인 주토피아는 현실적으로는 아무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 또는 이상향(理想鄕)을 가리키는 말인 '유토피아'와 동물원인 'zoo'의 합성어로 만들어진 단어다. 하지만 주토피아는 모든 동물의 이상향과 같은, 맹수와 초식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이상적인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는 온갖 차별이 존재한다.
시골에서 태어난 토끼 주디 홉스(성우-지니퍼 굿윈 분) 또한 어릴 때부터 경찰이 되어 세상을 평화롭게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의 꿈을 주변 동물들은 모두 만류하거나 비웃는다. 심지어 부모조차 그녀가 다른 꿈을 찾길 원한다. 작은 체구의 동물은 경찰이 될 수가 없다는 편견 속에 그녀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경찰학교에서 수석으로 졸업해 첫 토끼 경찰이 된다.
하지만 주디는 주변의 차별과 편견을 이겨내 경찰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주토피아에서 또 다시 차별과 편견을 겪게 된다. 예를 들면, 첫 출근 날 동료 경찰 클로하우저에게 '귀엽다'는 소리를 듣고 그녀는 "다른 종에게 그런 말 좋지 않아"라고 말하지만, 이내 경찰서장에게 "주차 요원 안내나 하라"는 지시를 받게 된 것.
주토피아에 희망찬 꿈을 가지고 온 그녀도, 또 다시 찾아온 차별과 멸시 앞에서 자신의 꿈에 대해 회의감을 갖게 된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그녀는 여우 사기꾼 닉 와일드(성우-제이슨 베이트먼 분)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녀가 처음 맡은 연쇄 실종 사건에 닉이 연루돼 있는 걸 알고는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한편, 주토피아에서는 여우 또한 '교활한 모습을 한 동물이다'라는 편견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조차 편하게 사먹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는 주디와 달리 편견을 이겨내지 못한 채 어릴 적 스카우트의 꿈을 포기하고, 눈앞의 현실에 순응하고 만다. 하지만 닉은 주디의 귀여운 협박으로 연쇄 실종 사건 협동수사를 함께 진행하게 되면서 서로의 상처를 알게 되고, 상처를 치유 받으며 진정한 친구로 거듭난다.
찰떡 같은 호흡으로 연쇄 실종 사건의 실마리를 찾게 된 주디와 닉. 하지만 둘은 주디의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으로 오해가 생긴다. 주디가 공식석상에서 자신도 모르게 편견에 사로잡힌 말을 내뱉으며 닉에게 상처를 준 것이다.
곁에 없는 닉을 어느 새 그리워하게 된 주디는 그를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둘은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남은 수사를 진행해나간다. 결국 주디와 닉의 활약으로 연쇄 실종 사건은 해결되고, 주디는 진정한 경찰로 인정받게 된다. 주토피아에서도 차별과 편견이 점차 사라지며 이상향에 가까운 세계가 된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토끼에 대한 편견 때문에 수사 업무를 배정하지 않는 국장, 여우는 정의감이 없다는 편견에 사로잡힌 시민들, 육식동물은 포악한 기질을 갖고 있다는 초식동물의 편견 등은 현대 사회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편견들이다.
이 편견들을 이겨나가는 주디와 닉의 모습은, 외모나 조건으로만 상대방을 섣불리 판단하는데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현실은 주토피아처럼 우리 사회 안의 차별과 편견을 없애기가 쉽지가 않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속에서,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편견과 차별을 없애려고 노력한다면 주토피아 만큼이나 밝은 사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애견신문 왕진화 객원기자 quddkfl5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