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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아시나요?

손정빈 2015-10-05 00:00:00

고양이 기본 행동학적 측면 및 고양이와의 보다 행복한 반려생활을 위한 고려 사항

반려동물 천만의 시대, 그 중에서도 고양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해가 갈수록 눈에 띄게 상승폭을 그리고 있다. 개를 키우는 경우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적은 수지만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중 고양이의 비율이 02년 기준으로 0.3%에 불과했던 것이 올해 기준 4%로 훌쩍 높아진 것은 괄목할 만한 변화다.

늘씬한 팔과 다리, 요염한 자태로 우아하고 매끄럽게 움직이면서도 천연덕스러운 태도로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매력 넘치는 고양이들. 이처럼 매력적인 고양이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이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등의 매체를 통해 쉽고 빠르게 전파되어, 그것들을 즐겨 보며 '냥덕'(고양이에 푹 빠진 이를 지칭)을 자처하는 이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요즈음이다.

고양이를 아시나요?

▲ '우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냐옹'

그런데 과연 우리는 고양이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그저 매체를 통해 본 귀엽고 재미있는 모습들만이 고양이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달 12일 건국대학교 산학협동관에서 열린 서울수의 임상컨퍼런스의 고양이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강의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또는 잘못 알았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고양이도 개처럼 이름 부르면 와?"

특히 국내에서 고양이를 말할 때면 흔히 '개'와 비교하는 경향이 강하다. 유난히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르며 애교가 많은 고양이를 두고 개와 같다고 하여 '개냥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개와 고양이는 습성이 다른 별개의 종이다. 또 약 14,000년 전으로 추정되는 개의 가축화 시기에 비해 고양이의 경우 BC 2,000년경으로 훨씬 짧은 역사를 공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양이를 개의 기준에 맞추어 비교하거나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고양이를 아시나요?

▲ '우리도 같이 놀 친구가 필요하다옹'

"고양이는 독립적, 혼자서도 잘 살아"

고양이는 단지 사냥을 '홀로' 할 뿐이다. 일반적으로 고양이가 비사회적이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여기는 것은 이처럼 혼자 사냥하는 성향에 대한 그릇된 이해에서 비롯된 인간의 편견에 불과하다. 고양이들은 고독한 사냥꾼일 뿐이지, 삶을 함께 나눌 친구를 원치 않는 것이 아니다. 고양이의 조상인 아프리칸 와일드캣(African wildcat) 역시 특정 영역 안에서 주로 작은 설치류를 잡아먹으며 '여럿이 무리지어' 살았다.

"고양이는 왜 품종 수가 적을까?"

의학 기술이 턱없이 미흡했던 과거, 쥐가 옮기는 전염병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사람들은 고양이를 곁에 두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 고양이를 가까이 두게 된 주요한 목적이 쥐를 잡는 사냥꾼으로의 역할이었던 덕에 고양이는 개와 달리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했다. 그 영향으로 야생성이 훨씬 많이 남아있을 뿐 아니라, '자유연애'를 통해 교배 해왔으므로 자연히 품종 수도 적은 것이다. 고양이의 브리딩이 활발해 진 것은 최근 반세기도 채 되지 않을 만큼 그 역사가 짧다.

고양이를 아시나요?

▲ 새끼고양이, 섣부른 유괴는 금물!

"정말 '구조'일까?"

새끼고양이가 처음 태어나 어미에게 모든 것을 완전히 의존하는 신생아기(0~9일)를 갓 지난 이행기(10~14일)에는, 새끼고양이가 눈을 뜨고 들리는 소리를 찾기 시작하며, 혼자 기어 다니거나 일어서는 것을 시도하는 등 바깥세상을 좀 더 인지하게 된다. 바로 이 시기는 사람에 의해 가장 '유괴'되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이행기의 새끼고양이가 혼자 움직이거나 울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면 사람들은 어미를 잃었거나, 어미에게 버려졌다고 생각해 쉽게 '구조'라는 명목으로 데려오기 일쑤다. 그러나 어미 고양이가 사냥 등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을 확률이 매우 높으므로 쉽사리 손을 뻗기 보다는 두어 시간 정도 어미 고양이가 나타나지 않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양이를 아시나요?

▲ '조심조심 만져달라냥~'

"살살 만져주세요."

고양이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성장 시기에 따른 적절한 사회적 행동을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유전성이나 어미의 건강, 형제간 상호작용, 어미와 새끼 간 상호작용, 환경, 사회화 과정 등이 모두 연관되어 새끼 고양이의 행동학적 성장과 성묘가 되었을 때의 행동을 결정짓는다. 사람과 함께 사는 새끼고양이의 경우 2~7주령부터 14주령까지 하루에 5분 정도 온몸을 만져주고 부드럽게 들어 안는 등의 사회화 교육을 통해 사람과의 접촉이나 상호작용에 익숙해질 수 있다.

"우리 집 고양이 행복지수 높이기"

보다 행복한 고양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는 '창문'이다. 고양이에게 창문은 사람에게 텔레비전과 같다고 한다. 고양이가 원할 때면 언제든 창문 밖 풍경을 '시청'할 수 있도록 창문 옆에 캣타워를 두거나 편히 쉴 수 있도록 꾸며주면 좋다.

또, 고양이는 자기 몸에 꼭 맞는 장소에서 안정을 느끼므로 여러 종류의 박스와 같은 나름의 '은신처'를 많이 두면 고양이가 보다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예민하게 발달한 수염이 어딘가에 닿는 것을 싫어하는 고양이의 습성을 배려해 밥그릇이나 물그릇은 낮은 접시 형태가 추천할 만하며, 밥과 물을 한 곳에 두기보다는 멀리 떨어뜨려 놓는 것이 좋다.

고양이는 신장이 약해 관련 질병에 매우 취약하므로 적절한 수분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 물그릇을 여기 저기 많이 두는 것이 음수량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나, 기본적으로 물을 잘 먹지 않을 때는 건사료보다 캔과 같은 습식 사료를 주식으로 주는 것이 훨씬 좋다.

고양이의 취향에 맞는 좋은 화장실도 그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요소다. 화장실의 크기는 고양이 몸길이의 1.5배 정도가 이상적이고, 모래는 고양이가 좋아하는 부드러운 종류의 모래를 꾸준히 쓰는 것이 좋다. 화장실은 시끄럽고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문가 보다는 접근성 좋은 조용한 장소에 마련해 주어야 한다. 주마다 한번 씩은 꼭 기존 모래를 비우고 화장실을 깨끗이 한 후 새로 채워주는 것이 좋다. 배변 활동과 그 결과물의 상태를 통해 질병의 예후를 포착할 수 있으므로 늘 예의 주시하도록 한다.

고양이를 아시나요?

▲1946년도 라이프지에 실린 Nina Leen의 작품

그 무엇보다도 반려인으로서 언제 어느 때고 변함없이 따뜻한 관심과 온정을 베풀어준다면, 우리의 작은 동반자 고양이도 늘 사랑으로 말없이 곁을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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